BASEBALLPARK

야구사이트를 전전하게 된 이후, 제 주 서식지는 메이저리그 게시판들이었습니다.
스포츠 서울에서도 그랬고, 엠픽에서도 그랬고, 이곳에서도 그럴 생각이었지요.

하지만...WBC로 인해서, 여태까지 잘 돌아다니지 않아던 한국야구게시판을 처음으로 많이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엠팍과 이곳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다른 사이트들까지요. 그건 WBC에
대한 글들이 한국야구 게시판에 몰려있던 탓이었지요.

그리고 덕분에, 저도 한국을 오래 떠나있으면서 잘 몰랐던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 공부할수 있는 기회
가 되었고, WBC를 통해서 또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팬이 될수 있었습니다.

아! 전 LG 팬입니다. 하지만 WBC가 막 끝난 지금....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는 바로 결승에서 가장
마음 고생을 했을것이 확실한 고영민 선수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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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이라는 선수에 대한 제 첫인상은 최훈님의 카툰으로 인해서 결정되었습니다.
찾을수는 없는데...삼진도 많은 선수가, 포볼도 많고 홈런도 잘치고, 거기다 수비도 말도 안되는 포지션에
서있어서 새로운 수비위치를 만들어낸 선수라는 평....도저히 분석이 안된다는 것..그것이 제가 고영민에
대해 알고 있던 단 한가지 이미지 였습니다.

이번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해설자들도 고영민이 등장하는 시기는 걸어잠글때라고 말하며, 그에 대해서는 수비 스페셜리
스트라난 것을 데이터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이미지가 박살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멕시코전에서 교체되어 들어오자마차, 첫번째 스윙에 홈런..그것도 펫코파크.
이 홈런의 의미는 고영민에 대한 분석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것 이상으로 수비의 한국팀이라는 분석조차
혼돈으로 밀어넣은 한방이었습니다. 수비 스페셜리스트도 홈런을 치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스몰볼 야구를 하면서 수비의 팀이라고 생각했던 한국팀에 대해서 설명하는 해설자들이 곤혹스러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영민의 별명은 고젯...왜 그런 별명이 붙게 되었는지..전 자세한 배경은 모릅니다만, 적어도 해설자들
자체는 그 별명에 대해서 찬성하는 분석들을 많이 하더군요. 바로 그것은 그의 다재다능함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는 것. 수없이 많은 일을 다 해낼수 있으나, 중간중간 빈틈을 보이는 가제트의 모습은
생긴것 이상으로 고영민의 이미지를 가젯트와 동기화시킵니다.

멕시코전에서 홈런을 친 다음에 바로 기습번트. 너무나 절묘한 코스에 "뷰티플 번트"라는 찬사가 해설자들
입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왔고, 바로 그 순간 베이스에 걸려서 철퍼덕 넘어지는 고영민의 모습에 실소를
짓더군요. 더군다나 더블스틸까지 성공하며 이번 한국의 90%에 육박하는 도루성공률에 공헌한 그의
재능은 "못하는게 뭐냐?"라는 말이 자연히 흘러나올만큼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그런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결승전.

그 결승전에서 한국팀 단 1개의 에러를 바로, 수비의 스페셜리스트인 고영민이 하고 만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또 점수로 연결되고 말았지요.  그 순간 카메라에 클로즈업되는 그의 모습에서 얼마나 긴장하고, 당황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아마, 경기가 초반에 말려서 대량실점으로 폭삭 말아먹었다면, 고영민이 주범으로 지목되었을 만큼 큰 실수였
었지요. 분석기사를 봐도, 일본과 한국..전체적으로 일본이 힘에서 앞섰지만 박빙이었고, 단 하나 확연한 차이는
에러의 유무라는 말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지만....아무도 고영민에게 죄를 묻지 않은것은, 바로 경기 자체가 엄청나게 타이트한 상황의 연속이었고,
또 삐끗했으면 대량실점을 할수 있는 상황들이 거의 매회 튀어나왔다는 거지요. 경기를 보면서 "기적이야.."
라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한 경기는 야구인생 30년에 이번 경기보다 많았떤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단언할수 있었
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고영민의 실수는 어쩌면 기적을 상쇄해주는 또다른 우연정도로만 치부된게
아닌가 합니다.

더군다나, 경기 중반이후 고영민의 활약은 초반의 에러가 어쨌니 저쨋니 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게 만들만큼
화려해집니다. 우측으로 슬라이스를 받아 빠져나가를 라이너 타구를 다이빙해서 건져내는 수비를 보여줬으며,
1사 1,3루에서 이루어진 더블플레이의 성공은 2루수가 고영민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거라는 말이 나올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플레이에서 3루 이범호의 송구는 악송구였다는 것이 해설자의 평이었고, 고영민이 그 공을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캐치해서, 몸을 세우지 않고 송구했기 때문에 1루에서 아웃판정이 나왔따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었습니다. 만약 몸을 펴는 0.1초의 딜레이가 있었다면, 혹은 다른 야수들 같이 송구의 예비동작이
필요했다면, 그 플레이는 결코 더블로 인정되지 않았을정도로 박빙이었습니다. 고영민의 손목을 이용한, 어
떤 자세에서도 가능한 송구라는 것........그것이 그 더블플레이를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축이었다는 것이지요.

그 외 자잘한 공수에서의 그의 활약은, 초반 흔들리던 그의 모습을 상쇄해주고도 남을, 이번 명경기의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였다고 해도 과언이아닙니다. 그 실수조차 말이지요.

제가 비록 엘지팬이지만.......
두산의 플레이어라는 것을 떠나 2루수 고영민에게 반할수 밖에 없었던 그의 플레이는 아마 야구를 기억하는
기간동안 저에게 아주 대단한 기억으로 남을거 같습니다. 만약 어느순간 야구에 대한 책을 쓰게 된다면...한두 페이
지는 그를 위해서 꼭 할애해야 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요.

고영민...한국의 난해함을 온몸으로 표현한 분석하기 어려운 선수.
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선수였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