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 이번에도 4강 가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겁니다. " 이렇게 위로했다. 건강문제로 " 이제 국가대표 감독은 안할거야 " 라고 일찌감치 선언했던 원조 '국민감독'이 안쓰러워 보였다. 힘을 내라는 의미였다. 고맙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자 김인식 감독은 " 아이, 왜 이래 이거 " 라며 웃었다.

　모두가 들지 않으려던 '독이 든 성배'였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제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을대로 높아졌다. 이번 WBC사령탑은 그만큼 부담이 컸다. 몇몇 현역감독들이 자리를 고사했다.

　그 독배를 김 감독이 또 마셨다. 여론에 떠밀려, 주위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잔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독배를 성배로 만들었다. "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 " 는 '애국야구'는 강했다. 18일(한국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WBC 1조 승자전에서 일본에 4대1로 또 승리, 다시 4강신화를 이뤘다. 세계는 놀랐다.

　이제 국민감독은 '거장'이 아니다. '한국야구의 전설'이다. 일본의 나가시마나 오 사다하루처럼 전설적인 야구원로의 존재가 부러웠던 한국 야구. 이제 우리에게도 '전설' 김인식 감독이 있다.

　▶ 독배를 들수밖에 없었어

　 " 그럼 어떻게 해. 내가 두 손 들면 어떻게 되겠어. " 지난해 11월5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한화 김인식 감독을 제2회 WBC 감독으로 만장일치 추대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 SK 김성근 감독이 건강과 여러가지 사정으로 고사를 했던 자리였다. 김 감독은 당황했다. 이미 제1회 WBC가 끝난 뒤 대표팀 감독 은퇴를 공언했던 터였다. 기자에게 " 이거 나한테 막 떠미는거 아냐 " 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 길을 가는데 팬들이 '이번에도 잘해주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거야. '야 이거 안되겠구나'했지. 못하겠다고 할 수 없겠더라구. " 그렇게 또 사령탑을 맡았다. 내 한 몸 건강은 국민들 앞에서 뒷전이었다.

　▶ 힘겨웠던 준비들

　 " 정말 신경질이 나더라구. " 현역 감독으로 하려던 코칭스태프 구성안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모두 고사했다. 할 수 없이 김성한 전 KIA 감독, 이순철 전 LG 감독 등을 불렀다. 선수 구성도 쉽지 않았다. 믿었던 이승엽(요미우리) 박찬호(클리블랜드) 김병현 등이 여러 이유로 불참했다. 박진만(삼성)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난감했다.

　선수들에게 국가를 강조했다. " 국가가 있어 야구가 있다 " 는 말로 태극마크를 자랑스럽게 여기자고 했다. 김 감독에게 태극마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 쉬고 싶은데...

　하와이 WBC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같은 장소에서 소속팀 한화도 훈련을 했다. 두집 살림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알려진대로 김 감독은 2004년 12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 전세계 사람들이 보는데 이상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잖아. " 대표감독 은퇴를 선언한 이유였다. 지금은 의사들도 놀랄만큼 호전됐다. 그래도 완전하지는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를 했다. 김병현의 불참, 박진만 이탈 등 골치아픈 문제가 이어지자 " 이제 힘든 일은 그만 끝났으면 좋겠어 " 라며 기자에게 하소연까지 했다. 옆에서 보기가 안쓰러웠다.

　인터뷰하는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벤치의 김 감독은 누구보다 강했다.

　▶ 콜드게임패에서 영봉승, 이것이 김인식 야구

　1라운드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7일 일본과의 첫경기서 2대14, 콜드게임으로 졌다. " 1점으로 지나 콜드게임으로 지나 마찬가지다. 잊고 다시 하자. "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믿었다.

　그리고 이틀후인 9일, 1대0 영봉승을 거뒀다.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18일, 다시 만난 일본은 또다시 김인식 야구의 제물이 됐다. 빈틈이 없는 투수로테이션, 선수들을 믿는 작전, 적재적소 용병술은 빛을 발했다.

　노장 감독도 이날만큼은 마냥 기뻐했다.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4강 신화 재현 앞에 더이상 겸손은 미덕이 아니었다.

　▶ 명실상부한 세계 4강

　올림픽과 WBC는 다르다. WBC에는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참가한다. 수준이 훨씬 더 높다. 사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딴 한국은 이번 대회 복병 정도로 분류됐었다. " 올림픽과 비교하면 안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나오거든. " 김 감독은 그렇게 부담스러워했다.

　그 WBC에서 연속 4강 신화를 이뤘다. 한반도는 또 한번 들썩거렸다. '국민 감독' 김인식. 웬만큼 인기 있으면 쉽게 붙이는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그에게 가볍다. 이제 그는 '한국야구의 전설'이 됐다.

http://sports.media.daum.net/nms/baseball/news/general/view.do?cate=23789&type=&newsid=1150808&cp=SpoChosun


감독님 건강하게 돌아 오세요, 한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