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맹문' 구단을 추구하는 SK 와이번스
- 작성일
- 11-08-05 11:13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805n07210?mid=s1001&isq=4349
손윤 | '맹문' 구단을 추구하는 SK 와이번스
기사전송 2011-08-05 10:42
 1980년 3월 북한 관련 최고 전문가인 서대숙 하와이대 명예교수가 연세대에서 강연할 때 어느 학생이 한 질문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아주 상식적인 답변을 했고 그렇게 강연은 끝이 났다. 문제가 될 것이 하나도 없던 이 강연회가 2개월 후에 태풍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5월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가 이 강연회 초록(필요한 것만 뽑아서 쓴 것)을 실은 게 사달이 났다. 당시는 1979년 10월 26일 선포된 비상계엄령에 따라 교회주보부터 조·석간신문까지 모든 활자가 계엄사 검열관의 손을 거쳐야만 했다. 어떤 글은 몇 줄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으로 끝났지만 어떤 글은 통째로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연세춘추 역시 검열과정을 거쳤는데 한심한 검열관이 질문은 두고 서 교수의 대답만 빨간 줄을 그었다. 당시 연세춘추 편집부는 삭제된 대답 부분을 8글자로 대신했다. ‘언론자유 보장하라!’ 많은 이를 궁금하게 한 서 교수의 답변은 “북한 주민은 남한에서 잘사는 사람보다는 못살고 남한에서 못사는 사람보다는 잘산다”였다. 뜬금없이 말과 글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일어난 촌극을 이야기한 것은 SK 구단의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 때문이다. 지난 7월 27일 SK는 구단 홈페이지 개편작업을 하면서 팬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던 자유게시판 ‘용틀임마당’을 폐쇄했다. 그 대신에 트위터와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팬과의 소통을 더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도 팬들이 불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게시판을 없애고 팬과의 소통통로를 SNS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활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났지만 아직은 데스크톱 PC를 통해 웹 게시판을 이용하는 이가 더 많다. 또한, ‘용틀임마당’을 이용하는 SK팬 누구나 SNS를 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SK 구단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SNS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은 조연이 빛나는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SK가 자유게시판을 폐쇄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단 관계자는 “구단 자유게시판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구단과 선수에 대한 근거도 없는 일방적인 비난이 난무한 것”을 지적했다. 사실 SK만이 아니라 어느 구단이나 구단 자유게시판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닥치고 비난하거나 침소봉대하거나 백 가지를 잘하다가 한 가지 잘못한 게 도마 위에 오를 때는 사람인 이상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팬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SK는 SNS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팬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위터를 통해 구단에 쓴 소리를 하다가 블록(특정 상대를 차단하는 기능) 당한 SK팬이 한둘이 아니다. 구단이 팬을 블록한 것은 “욕설을 하거나 근거 없는 비방을 한 결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SK팬의 생각은 다르다. “팬이 항상 구단 프런트를 칭찬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SK 구단이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조차도 근거 없는 비방으로 치부하고 있다. 구단은 팬의 목소리를 막을 게 아니라 ‘용틀임마당’에서 격한 비판이 계속 나온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올해 ‘용틀임마당’에는 많은 얘기가 나왔다. 김성근 감독 재계약부터 김광현 뇌경색이 기사화된 것까지. 오해에서 비롯된 얘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정에 있다. SK 팬들은 구단에 질문하면서 답변을 기다렸다. 그러나 구단은 묵묵부답. 기다림에 지친 팬이 격한 말을 쏟아내면 강퇴(강제퇴장)와 글 삭제로 맞받아쳤다. 구단과 팬 사이의 갈등은 커져만 갔다. 이때 구단이 팬의 질문에, 그것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면 지금처럼 서로 불신하는 관계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SK가 창단한 2000년 관중 수는 8만 4천563명에 불과했다.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하기 전인 2006년에는 33만 1천143명이 문학야구장을 찾았다.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문학야구장이 홈구장인 것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관중동원이었다. 그러나 2007년 역대 인천팀 한 시즌 최다관중을 넘어서 65만여 명을 동원한 데 이어 매년 10만 명 이상 관중이 증가해서 지난해는 98만 3천886명에 이르렀다. SK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괄목상대”한 결과였다. SK가 야구흥행의 방해꾼에서 우수생으로 변모한 이유는 무엇일까.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뛰어난 성적과 쾌적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문학야구장, 고객 만족을 극대화한 구단 마케팅, 그린스포츠로 대표되는 사회공헌,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한 지역밀착이 일체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그 밑바탕을 이루는 팬이다. SK 구단 관계자도 “스포테인먼트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팬 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팬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유게시판 ‘용틀임마당’을 폐쇄한 것은 한류 스타로 성장한 카라가 생계형 시절을 잊은 꼴.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SK 구단의 사랑방식인 모양이다. 일전에 SK 구단 고위 인사는 “이제는 명문 구단을 추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명문 구단의 조건은 역사(전통)과 성적, 그리고 팬이다. 팬을 무시하는 구단이 명문 구단이라… 맹문 구단을 잘못 발음한 것으로 믿는다. * 맹문은 ‘일의 시비나 경위를 모르는 것’을 뜻하는 순 우리말. www.yagoora.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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