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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동열 감독은 20일 "얼마 전 김응룡 사장으로부터 '수고했어'라는 말 딱 한번 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또 성적이 안좋으면 안좋은대로 해줄 말이 있겠지만 김 사장은 가타부타 말하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국내 감독중 한국시리즈 최다승(10승), 포스트시즌 최다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사장이기에 그의 침묵은 의외입니다．

선 감독이 "사장님이 그러시니 제 입장에서는 편하죠"라고 말하는 걸 보면, 김응룡 사장이 괜히 말을 아끼는 건 아닌가 봅니다． 김 사장의 40년지기인 박영길 스포츠서울 객원기자는 "지금 포스트시즌이 한창인데 옛날 생각도 나고,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어． 그런데 꾹 참고 우리 같이 오래된 친구들이 와도 이런저런 얘기 일절 안해"라면서 "선수들도 피해． 만나면 말하게 되고, 말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간섭하게 될까봐"라고 말했습니다．

통산 아홉번 우승을 했던 해태 시절, 그리고 삼성 감독 시절, 김 사장은 구단 사장들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팀을 움직였습니다． 80년대 초반 당시 구단주인 해태그룹 박건배 회장과의 일화가 있습니다． 회식자리에서 박 회장이 김 감독에게 다가오더니 난데 없이 두손으로 술을 따르더라는 겁니다． 김 사장이 당황해하며 박 회장을 만류하자, 박 회장은 "제가 감독님을 존중하고 모셔야 선수들이 잘 따를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삼성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신필렬 사장(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이 프런트에게 "선수들의 성적이나, 벤치의 작전, 투수 교체 등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삼성은 김응룡 감독 시절인 2002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며, 20년 무관의 한을 풀었습니다． 박 객원기자는 "그런 측면에서 큰 복을 받은 사람인데, 다 좋았던 건 아닌 것 같아． 해태 시절 막판에 사장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김 감독이 사장을 찾아가 한판 했고, 그 뒤로는 현장이 독립성을 가지게 됐지"라며 웃었습니다．

사장이 현장의 역할에 개입하게 되면 팀이 분열됩니다． 코치가 사장을 따로 만나고, 선수가 사장과 독대하면, 감독은 자연스럽게 배제됩니다． 감독이 자기 색깔로 야구를 할 수 없습니다． 사장이 인사권자이니, 감독은 사장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성적이 나올 리 없습니다． 모 감독이 "특히 팀 성적이 안좋을 때 사장이 어디서 무슨 소리 듣고 한마디씩 던지면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고, 흔들리게 되면 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도 눈치가 빤해 그들을 움직이는데도 힘이 든다"고 말했던 게 떠오릅니다．

문외한도 훈수두려고 난리인데, 통산 10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석권한 감독 출신이니, 하고 싶은 말이 오죽 많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게 보이면, 발걸음을 돌린다고 합니다． 안풀릴 때 혼자서만 끙끙 앓고 말지, 선수단에 관련된 것은 말도 안한다고 합니다． 지독할 정도로． 당연히 선 감독에게 힘이 실려 성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은 김 사장이 취임한 2005년부터 2년연속 정상에 섰고, 올해까지 4년연속 가을잔치에 초대받았고, 정규시즌 때부터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단 야구단에 한정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의 침묵이 뭘 의미하는지, 우리 주변을 한번 살펴볼까요．

touch@


http://www.sportsseoul.com/news2/baseball/pro/2008/1021/20081021101010100000000_6145132252.html





선감독 체제의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김응룡 사장' 체제의 삼성 라이온즈는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모든 영광을 다 누리고
최고의 자리에서 품위를 지키며 야구인생을 이어가는 모습이
멋지다고 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