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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년 후반기쯤인가 롯데 선발진에...

손민한, 장원준, 염종석, 주형광이 동시에 들어와 있던 적이 있습니다.

딱 보면 아시겠죠.

부산 출신만 모였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특정 고교 동문들만 모였다는 거.

(물론 나머지 한 명이 이상목이긴 했습니다만)

1.

전면 드래프트까지 도입된 요즘에야 연고지 팀이라도 넘치는 게 비연고지 출신 선수고 스타입니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1차지명이 투수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니..

선발진에는 연고지 출신 선수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2차지명 상위권도 투수 중심이니까...

자연스럽게 거기서 나오는 비연고지 출신 선발들도 꽤 있게 마련입니다.

광주와 전라도 출신 에이스들이 대대로 호령하던 타이거즈 마운드의 현재의 에이스는 성남 출신 윤석민이죠.

충청도 출신 에이스들이 기라성을 이루었던 한화 마운드는 현재 인천 출신 류현진이 에이스입니다.

지금 군대에 있긴 하지만 SK 마운드의 오랜 버팀목은 서울 출신 채병룡이었습니다.

현재의 삼성 선발진은 아예 비대구 출신들이 주종이군요. 차우찬(군산), 장원삼(마산), 윤성환(부산) 등등.

지금은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히어로즈 마운드가 '황장마'와 '장마이'를 자랑할 때, 이 네 선수 중 아무도 수원이나 서울 출신은 없었습니다.

야구팀도 많은 만큼 재목도 많아서 2차지명 상위권도 많이 배출하는 서울 연고인 LG와 두산은 대체로 선발도 서울 출신이 많았습니다만... LG도 인천 출신 최원호가 13승 최다승 투수였던 적이 있고, 두산에서는 부산 출신 이혜천이 일본물까지 먹고 오는 투수가 되었죠.

2.

외국인 선발을 쓰지 않았던 2008~2009년 롯데 선발진에선 대체로 다음 5명이 제일 많이 나왔습니다.

조정훈-장원준-송승준-손민한-이용훈

이 5명은 전원 부산/경남 출신이죠.

2010년, 사도스키가 선발이 되고 조정훈, 손민한, 이용훈이 부상과 부진으로 사라진 나머지 선발 두 자리를 메운 선수는 이재곤/김수완이었습니다.

이재곤은 아시다시피 1차지명 출신. 김수완은 제주고 졸업이지만 김해고에서 전학간 선수.

역시 부산/경남입니다.

3.

그리고 올해 롯데 선발진에는 고원준이 들어왔습니다. 

비연고지 출신의 젊은(이라기보단 어린) 선발이 팀내 1선발을 다툴 정도로 잘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상목도 1년 반 정도는 2선발을 잘 해 주었긴 하지만(FA 기간이 4년이어서 문제지만요)...

기량과 전망과 인기라는 측면에서 고원준이 많이 앞서는 듯 합니다.

2년 전인가 타선을 두고는 "롯데 서울 자이언츠"란 짤방까지 나왔을 정도로..

이미 부산/경남 선수들만의 팀이 아니게 되었는데도...

위에서 보았듯이 이상하게도 선발진만은 그 동안 부산/경남 아니면 쉽게 들어가기 힘들었던 롯데.

선동열-조계현-이강철-임창용의 광주/전라도 출신 에이스의 계보를 성남 출신 윤석민이 잇듯이...

송진우-한용덕-정민철-구대성의 대전/충청도 출신 에이스의 계보를 인천 출신 류현진이 잇듯이...

최동원-윤학길-염종석-주형광-손민한(-조정훈)의 부산/경남 출신 에이스의 계보를 제주 출신 고원준이 잇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덧붙여 보면...

롯데는 현재 KBO에서 유일하게 제주도 배터리가 나오는 게 가능한 팀입니다.

(역사상 처음 아닌가 싶긴 합니다. 오봉옥이 뛸 때 제주도 출신 포수가 있었던가요?)

제주도 출신 스타 강민호를 갖고 있으니...

제주도 출신 고원준도 롯데에서 스타가 되어서...

제주의 야구소년들의 꿈을 롯데로 모아서 제주도를 제2연고지 분위기로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잉?)

p. s. 

연고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부산/경남 지역에 현재 존재하는 전통 있는 고고야구팀은 보통 7개를 잡습니다.

경남고/부산고/개성고(구 부산상고)/부경고(구 경남상고)/부산공고/마산고/용마고(구 마산상고)

이렇죠.

이 7개 학교 중 6개 학교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나름 배출했죠.

심지어 지금은 해체되었고 해체 전에도 강팀이었던 적이 없는 동래고도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 중의 한 명을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롯데랑 인연이 없는 학교가 부경고(구 경남상고)입니다.

근근히 꼽으란다면 강성우 정도?

그래서 내년에 부경고 출신 스타타자 한 명을 데려오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올해 좀 부진해 보이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