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박용택과 봉중근 모두 웃는 얼굴로 약속장소인 숙소 내 식당을 찾았지만, 고단함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아주 간편한 차림이었다. 방으로 돌아가면 바로 침대에 등을 뉘워도 되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이렇듯 느슨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길고 길었던, 지난 훈련과정 그리고 LG의 숙원인 가을야구 얘기 나오자 이내 테이블 위 공기가 달라졌다.

이들은 지난 몇년의 가을부터 돌아봤다. "참 이상하다. 다른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면 오기가 생겨 TV 중계를 아예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경기를 보고 있더라. 경기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또 나도 모르게 경기 속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야구팬과 다름 없었다. 내 그런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가을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8년간 가을야구에서 외면당하며 전혀 축적하지 못한 경험이 아쉽지만 실력으로 극복하겠다고 했다. "경험이 중요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 우리에겐 없는 것이다. 경험이 모자랄 때 이기는 방법은 확실하게 실력에서 앞서는 것 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례 없는 훈련량으로 준비도 착실히 했다. 약세였던 투수진의 훈련량은 특히 더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투수 봉중근이 덤덤하게 투수 훈련과정을 되짚으려는 사이, 야수이자 주장인 박용택이 얘기를 꺼냈다 "김성근 감독님이 2002년 LG에서 하셨을 때보다 최계훈 투수코치님이 투수들을 더 지독하게 훈련시켰다. 새로운 것도 많이 봤고, 눈에 띄게 올라오는 투수도 많아 보였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게 훈련한 만큼 투타에서 힘이 붙은 것 같나.

박용택(이하 박):우리 야수들의 지난 시즌을 실패했다고 할 수 없지만, 성공한 시즌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들 아쉬워했다. (조)인성이 형을 빼고는 누구도 성에 차는 성적을 못냈다. 지난해보다 잘 해야한다. 나 또한 달라질 것이다. 밖에서는 몸집이 불어난 것에 주목하는 것 같은데 핵심은 외형적 변화가 아닌 사고의 변화다. 타율과 타점을 놓고 그간 부등호가 타율쪽으로 열려있었다면 이제는 그 방향이 바뀌었다. 올해 내 역할이 그렇다. 투수 얘기를 좀 하고 싶다. 프로야구 선수로 10년 뛰면서 캠프에서 투수 훈련량이 이렇게 많았던 것은 처음 봤다. 어떻게 보면 김성근 감독님이 2002년 LG에서 하셨을 때보다 지금의 최계훈 투수코치님이 더 지독하게 시키셨다.

봉중근(이하 봉):지난해 우리 야수는 나쁘지 않았다. 야수만 보면 4강이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우리 투수들이 제 몫을 못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난 뒤 다들 강훈에 대비하고 있었다. 새벽 6시반에 나와서 섀도우 피칭하는 것도 그렇고, 또 쉬는 날 나와서 100개, 150개를 던진 것도 그렇고 이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많이 했다.

박:휴일 투수훈련을 그렇게 하는 구단은 없을 것이다. 그 아침에 나와 뭐를 할 수 있어도 운동하는 경우는 없었다. 김성근 감독님 하면 세계 1등 훈련량이 떠오르는데, 김 감독님 때와 비교해도 다른 점이 있다. 김 감독님도 휴일 훈련은 모두 야수 대상이었다. 쉬는 날 투수가 피칭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투수들이 정말 많이 했다.

-후배 중에 '물건'이라고 할 만한 선수는.

박:글쎄, 야수 중에 (정)의윤이가 원래 방망이를 잘 치긴 했지만 그보다 인간적으로 많이 변했다. 야구적으로 어떻다는 얘기보다 군대를 다녀온 뒤 생각부터 달라졌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목표의식이 아주 뚜렷해졌다.

봉:투수 중에는 한희랑 김선규가 좋다. 훈련도 다 소화했다. 공의 힘, 높낮이, 그리고 스피드까지 다 좋아졌다.

-시즌 초반 처지면 패배의식 때문인지 만회가 안되곤 했는데.

박:그런 것들은 경험에서 나오는 같다. 3할 타자면 2할6푼이나 7푼 치고 있어도 '난 3할을 칠 수 있어', 뭐 이런 생각을 갖고 하게 되는데 3할 경험이 없는 타자는 3할에서 2할9푼으로 미끌어지면 '또 못치나보다', 하며 스스로 꺾이는 경우가 많다. 팀도 그렇다. 4강을 매번 가는 팀이라면 4,5위 싸움을 하면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경험인데 경험 없는 팀이 그것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겠나. 방법은 실력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어야한다. 그렇게 1~2년 올가간다면 전력이 조금 처지는 시즌에도 경험으로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스프링캠프 MVP를 꼽는다면.

박:글쎄, 투수로 보면 대여섯명 보인다. 정말 그 녀석들만 보인다. 새벽에도 낮에도 밤에도 또 쉬는 날에도 그 멤버들만 운동하는 것 같다. 김선규, 한희, 심수창, 박현준, 신정락…. 자면서도 훈련한 선수들이다.

-가을야구에 대한 목마름이 클텐데, TV로 보게 되나.

봉:그게 참 요상하다, TV 중계방송을 안보려고 해도 보게 된다. 어느 순간 보면 TV를 보고 있다.

박:맞다. 참 묘하다. 내가 오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마음을 먹지 않으려는 것도 아닌데 꼭 보게 된다. 처음에는 실제 안보기도 했다. 입단 초기에 현대 우승이 많았는데 내 친구 (조)용준이가 거의 원맨쇼를 하는 것을 보며 오기가 생겨 TV를 안봤다. 그런데 이후로 3년, 4년, 그리고 5년이 지나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부턴가 가을이면 내가 팬이 돼 있더라. 저녁이 되면 '오늘은 야구하는 날이구나'하고 기다리게 되고, 심지어 즐기고 있는 것까지 보면 그 순간 만큼은 야구팬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며 쓴맛이 들 때도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해 곤란했던 일이 있었나.

박:사람들이 나 보며 인삿말처럼 'LG 야구 잘 하는 것 좀 봤으면 한다'는 얘기를 꺼낼 때다. 자주 듣는다. 타격왕이 아니라 뭐를 해도 결국은 팀 성적이다. LG가 가을야구를 해야한다.

-2011시즌 LG의 최상 시나리오는.

박:야수들은 야간훈련 나갈 때도 버스를 타는데 차 안에서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가 이런 얘기도 해봤다. '우리 우승하면 우승여행은 어디로 보내줄까', 뭐 이런 대화를 하면서 아시아시리즈 얘기까지 화제를 키운다. 그 대목에서 꼭 이진영이 기다렸다는듯 아시아시리즈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일장 연설을 한다. 어찌됐든 우리에겐 그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용병 둘 하고 봉중근이 50승 해주면 된다. 2000년인가, 그때 현대는 에이스 3명(정민태·김수경·임선동)이 54승도 했는데 거기서 4승 빼줬다. 중근아 어떠니?

봉:그렇게 되면 4강만 가겠는가. 말로 끝날 꿈은 아니다. 이번에는 정말 희망이 있다. 용병투수 둘이 정말 다르다. LG에 와서 5년을 보내며 이런 용병은 처음 봤다. 올해는 정말 해줄 것 같다. 제구력과 스피드가 모두 뛰어난데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특히 더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 90%는 적응했다고 봐도 되고 나머지 10%는 국내 타자들과 승부하면서 알아갈 것 같다. 새벽 여섯시 반에 함께 나와서 운동하는 용병은 처음 봤다.

박:리즈는 알람을 제대로 맞춰놓지 못해 여섯시반 훈련에 늦은 날이 있는데 '벌금을 내야하냐'며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더라. 용병이 그런 경우는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우리 선수도 같다. 폼부터 잡는 용병들은 결국 안되던데 리즈와 주키치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용병투수 두 명이 모두 스프링캠프부터 실전 등판하는 것도 처음이다. 적잖은 용병들이 '어디가 안좋네, 몸이 덜 만들어졌네' 하면서 등판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전 용병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50승이 아니더라도 용병 둘 하고 중근이가 40승은 해줄 것으로 믿는다.

봉:40승?, 책임을 줄여줘서 감사하다. 한결 가벼워졌다. 해보겠다. 승수도 그렇지만 올해는 LG 선발진도 무섭구나, 이런 것을 보여주겠다.





스포츠칸 펌입니다.



2002년인가요

이상훈이 랑데뷰 맞고 삼성에 진 이후로

신천 바닥에서 친구랑 술 오지게 묵은 이후로

4강에 간 기억이 없네요.



참 엘지 욕 무지하게 했는데



또 희망고문 시작뒈나혀...



기사만봐도 매년 그렇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올해도 못 올려가면 저 엘지본사앞에서 일인시위하고

야구장에 불 지를꺼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