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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보 감독에게 5년이란 계약기간을 안겨주며,
선수단 구성 + 스탭 구성에서의 전권을 주었던 것도 굉장히 충격적이었죠.

삼성이란 구단이 우승에 목말라 있던 시절,
삼성이란 구단에 가장 많은 아픔을 남겼던 김응용 전 해태감독을 영입했던 것도 충격이었으며,
그 후임으로 삼성을 번번히 우승길목에서 좌절케 했던 선동렬이란 라이벌팀의 레전드를 수석코치로 영입,

1년만에 전권을 주며 5년계약을 안깁니다.

다 아시는 대로,

그 이후로 2년연속 우승.



우승 후유증인지, 노장들의 쇠퇴인지,
2년여간 4위권을 멤돌다가,

계약 마지막해에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좌절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다시 5년 계약을 안깁니다.



획기적이었죠.

그간 삼성이란 구단에서 감독이란 사람들에게 한짓을 보면,
선동렬이란 사람에게는 180도 다른 대접을 했었습니다.

물론 이 시기에 사장은 선동렬 전 감독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김응용 전 사장이었으며,
단장은 김응용과 선동렬을 영입한 김재하 전 단장이었죠.

또 한가지.

이 시기에 구단주가 이건희가 아니었죠.
이건희는 프로야구 출범부터 10여년이 넘게 그룹총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구단주 자리를 유지했었습니다만,

그 이후로 삼성 계열사의 지배구조 문제, SDS 전환사채, 에버랜드 신주인수권부 사채 문제등이 불거지며,
구단주 자리는 다른 사람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0년 말,

삼성은 이건희의 아들 이재용이 마침내 전면에 나서게 되었고,

00년대 최강팀을 만들었던 김응용-김재하 라인은 역사의 뒷편으로 퇴장하게 되죠.

그리고 한달 후, 절대로 건드리지 못할 것 같은 선동렬 감독도 "용퇴"라는 이름으로 물러나게 되는군요.




저는 자진 사퇴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김인 사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으나, 일개 사장이 임명된지 한달도 채 안되어서 감독을 갈아버리는 짓을 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습니다.

그 윗선이 개입되어 있는거죠.

그 윗선이라면 이재용이 아닐까요?

야구에 관심 많고, 어릴때 부터 삼성 야구를 봐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무언의 시위로 보이는군요.



마치 이제 삼성은 내것이다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저는 선동렬식의 야구를 좋다 싫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팬은 언제나 승리하는 경기를 보고자 합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이며,
감독은 그런 선수를 적재적소에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가끔씩 이기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선수기용이나,
쏘쿨한 듯한 표정과 태도에서 저는 선동렬 감독의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건 제가 삼성 라이온스 야구 뿐만이 아니라 제가 응원하는 모든 팀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 그런 의지가 없다고 느끼면 누구나 깝니다.(오늘 아침에 벵거도 깠어요;)



하지만,

저는 이런 식의 사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마치 프로야구단이 오너의 장난감인양 생각하는 태도와 다름 없다고 봐요.

팬은 뭐가 되고, 팀은 뭐가 됩니까.

5년의 계획을 가지고 팀을 빌딩해 가는 단계였고, 작년에 기대이상의 성과로 나름 자신감도 얻었을텐데...

솔직한 말로 감독을 키운다는게 어이가 없지만, 선동렬은 6년동안 꽤나 많이 성장해왔습니다.


불펜 덕후에서 선발을 강화시켜 오기도 했고, 믿지 못하는 방망이라 했지만 타선에서 신인들을 과감하게 등용했죠.
뛰는 야구라는 팀컬러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양준혁이나 박한이 등의 베테랑에 대한 태도에서는 울분을 참지 못하겠으나,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점점 더 강해져 갈거라는 믿음도 있었죠.



자를려면 진작에 짜르고 새 감독에게 새 판을 짤 수 있는 시간과 힘을 주어야죠.

이건 뭐 다른 팀 모두 새 판짜고 새 시즌 계획하는데 신임감독은 아직 지가 감독인지 정신도 못차리고 있습니다.

팀으로써 이건 어떻게 생각하건 마이너스죠.

그런 마이너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감행한다는 점에서,

삼성 라이온스는 이씨 라이온스로 이름을 갈아버려도 무방할 듯 하군요. 아니 그냥 대구를 떠났으면 좋겠네요. 아예 응원하지 않게!


누구 입장에서야 장기판의 말처럼,
마치 게임하는데 케릭 갈아버리듯 가능할 지 몰라도,

팬들에게는 한 시즌을 기약하며, 기다리며, 또 시즌 전체를 함께 웃고 울고할 벗이며 추억인데...



신임감독이 뭐가 죈가요.

그냥 팀이 모래알처럼 흩어질지도 모른단 생각에 안타깝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