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http://www.ukopia.com/ukoSports/?page_code=read&uid=137054&sid=25&sub=2-13


K 와이번스가 2010년 한국프로야구 챔피언에 올랐다.

SK는 19일(현지시간)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언스와의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4-2로 승리, 7전4선승제의 KS를 4승무패 스윕(전승)으로 장식했다.

SK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야구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4년 연속 KS 진출에 통산 3번째 우승 쾌거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만들어낸 집념의 결과에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야구를 오랫동안 봐왔고 세계야구의 흐름을 이해하는 팬들과 전문가라면 가슴 한켠으로 못내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SK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그다지 즐겁지 않다는 팬들이 상당수 있을 걸로 추측된다. 바로 SK가 추구하는 이른바 '김성근식 야구'가 해도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다.

세계야구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미국식의 '롱볼'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식의 '스몰볼'이다. 둘 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지만 팬들을 위한 프로야구라면 궁극적으로는 롱볼을 추구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에 따라 약간 의견이 다를 수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롱볼이란 힘과 파워를 지향하는 스케일이 큰 야구다.

감독은 선수를 믿고 최대한 간섭을 자제한다. 따라서 롱볼은 팬들이 보기에 참 재미있다. 경기흐름이 원활해 지루함이 없고 도망가지 않는 정면승부로 박진감이 넘친다.

주로 선수가 알아서 풀어가는 야구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롱볼이 선수와 팬 모두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야구로 볼 수 있다.

스몰볼의 경우는 작고 아기자기한 야구다.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스몰볼은 오로지 이기기 위한 야구를 추구할 때 제격이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그 위력이 배가된다. 한국 및 일본야구가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강세를 띠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단점도 크다. 벤치의 작전이 많이 걸리는 야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독의 간섭범위가 넓어진다. 투수교체가 잦아지면서 경기시간이 늘어진다. 어떨 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함마저 느끼게 한다.

선수들 또한 알아서 풀어가는 창의적인 야구를 펼칠 수가 없다. 선수는 개성이 무시된 하나의 큰 기계에 달린 부품들처럼 쓰여진다.

당장은 성적이 날지 몰라도 긴 안목으로 접근한다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성근식 야구는 스몰볼, 그 안에서도 그 한계를 넘어선 극단적인 스몰볼로 분석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성근 감독의 높은 지도력을 폄하하자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누군가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반드시 있다고 본다.

김성근식 야구는 이제껏 어느 족보에도 없는 극단적인 스몰볼 즉 감독이 쥐고 흔드는 야구다. 미국이나 일본에도 나이가 지긋한 이른바 '올드스쿨(구식)' 감독들이 존재하지만 이렇게 게임을 운영하는 스타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번 KS만 봐도 그렇다. 아무리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70년대 고교야구 결승전을 치르는 것처럼 잘게 자르고 또 잘라서 경기를 풀어갔다.

선발투수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행여 연속안타나 볼넷이 나오기 무섭게 투수는 교체되고 이후 무더기 계투작전으로 승리를 지킨다.

타자들은 1회나 2회부터 번트를 대기 일쑤다. 초반이든 중반이든 종반이든 상관없이 1점, 1점씩 차곡차곡 쌓아 어떻게든 이기고 보자는 야구다.

한쪽에서 이렇게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쪽도 따라가게 돼 있다. 그 예는 수도 없이 많지만 굳이 한 가지만 들자면 최종승부가 갈렸던 4차전의 경우 스코어는 고작 4-2였는데 양팀 도합 무려 13명의 투수(SK 6명, 삼성 7명)가 투입됐다.  

더 큰 문제는 이걸 이제는 당연시 받아들이는 풍토다.

주된 원인은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 해설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1회 주자가 나가면 번트를 대야 하고 3회 위기가 찾아오면 선발투수를 교체하는 게 당연한 수순인양 계속 자랑스럽게 떠들어대기 때문에 몇 십 년째 같은 해설을 듣고 있는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게 당연한 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그게 꼭 정석이고 정답은 아니다. 세계의 흐름과는 정반대 야구를 하고 있는 게 한국프로야구의 실상이다.

즉 김성근식 야구가 성공하고 추앙받으면 받을수록 한국야구는 계속 뒷걸음질 치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시계를 되돌려놓기 위해서라도 누군가 이 스몰볼을 깰 주자가 나와 줘야한다. 그래야 한국야구와 선수들이 더 발전하고 팬들도 한층 수준 높은 야구를 감상할 수 있을텐데 현실은 자꾸만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원래 롱볼야구인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는 분위기에 휩쓸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야구를 하다 중도하차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 지도자들 중에서 대쪽같이 롱볼야구를 지향하는 감독이 나오길 기대해볼 수밖에 없다.

팬들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스몰볼이 단기간에 완성되는 야구라면 롱볼은 토대를 다 잡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몰볼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롱볼야구의 핵심은 홈런이 아닌 선발투수다. 확실한 에이스 1-2명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단기전에서는 스몰볼을 구사하는 게 이기는 확률을 높이는 길이기는 하다.

다만 마구잡이식 '온리 스몰볼'은 더는 곤란하다.  

제대로 된 바탕에서 제대로만 구사된다면 스몰볼은 절대 롱볼을 넘어설 수 없다. 기본 스케일부터가 다른 야구다. 스몰볼이 100미터를 100걸음에 가는 야구라면 롱볼은 100미터를 10걸음 만에 주파하는 야구다.

1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스몰볼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제 한국야구의 역사도 어느덧 30년을 향해 간다. 지금의 중흥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 발 더 도약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정말로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이다.

승리지상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김성근 감독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한국야구와 팬들을 생각한다면 달라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