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어제 경기전에 이런 글을 썼었죠.


PO 5차전.. '전혀 예측이 안되고 결국 정신력에서 이기는 팀이 승리할 것이다' 라구요.



어제 경기...

삼성의 믿었던 선발 차우찬이 초반에 무너지며 2회에 난타당하며 대거 5실점.

저는 오재원의 추가 2타점 적시타가 터지는 순간 거기서 경기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최종전까지 오게 된 승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양팀 선수들은 극도의 긴장감속에서 경기에 임하게 될텐데...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 선수들의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그만 툭 끈어지게 마련이죠.

뭔가.. 절망의 느낌? 이제 물러설 곳도 없는데 눈앞이 새하얘지는 느낌?

솔직히 지난 1~4차전과는 달리 경기가 원사이드하게 흘러갈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죠.



하지만...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먼저 긴장의 끈을 놔버린 쪽은 삼성이 아니라 두산이었던것 같습니다.

4회에 다시 맞이한 무사 1,2루의 챤스.



거기서 상무 시절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번트만 연습했다는 번트의 달인 이종욱선수가 보내기번트를 실패하고 병살타.

사실상 거기서 삼성에게 결정타를 날려야 했습니다.



PO 3차전...

조성환의 어이없는 주루사가 시리즈를 뒤집히게 만드는 독으로 작용했던것처럼...

어제 이종욱의 번트실패-병살타는 결국 경기 자체를 뒤집히게 만드는 독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기진맥진한 상대에게 KO 펀치를 날릴 절호의 챤스가 왔는데...

방심한 탓인지 KO펀치를 날리지 않는 안일한 플레이를 하며, 상대방이 정신차리고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죠.

김동주-최준석을 뒤에 두고 정상적으로 보내기번트를 대서 1사 2,3루를 만들었으면, 거기서 삼성을 끝낼 수도 있었죠.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번트를 잘대는 이종욱선수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번트에 실패합니다.



달감독님이 4회초가 끝나자마자 이종욱을 뺀 건 그래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니들 아직 경기 끝난게 아니야! 끝까지 정신차려!'

평소에는 문책성 교체를 잘하지 않는 달감독님이 긴장이 느슨해진 팀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번 느슨해진 긴장의 끈은 다시는 팽팽하게 당겨지지 않았죠.

베스트 컨디션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속에서 장원삼은 투혼을 발휘하며 잘 던지기도 던졌고... 두산 선수들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생각되로 되지 않았습니다.



5대4 상황에서 진갑용의 볼넷으로 맞이한 무사 1루의 챤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영욱은 번트를 대기 위해 방망이를 짧게 잡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번트 실패.

그리고 두 번째 번트를 시도하려다가 갑자기 방망이를 고쳐잡고 버스터를 날립니다.

타구는 김현수선수의 키를 훌쩍 넘었고.. 발빠른 1루 대주자 강명구는 3루를 돌아 동점 득점에 성공하죠.



솔직히 그 타구 잡힐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영욱이 장거리 타자는 아니지만, 한 점차 앞선 무사 1루 상황.

외야수들은 한 방에 동점을 줄 수 있는 타구를 예방하기 위해 수비위치를 깊숙히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아니.. 깊숙히 잡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진수비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영욱타석에 좌익수 김현수선수는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죠.

그것이 이상했던 어떤 기자가 달감독님께 물었답니다. 김현수선수의 전진수비는 벤치의 지시였냐고..

거기에 달감독님은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김현수선수는 당연히 번트 댈 줄 알고 앞에 나와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 역시 보이지 않는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였고...

결국 이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는 그만 동점 득점을 허용하고 맙니다.



마지막 손시헌선수의 플레이도 아쉬웠습니다.

비록 느린 땅볼타구라.. 제대로 잡고 1루에서 송구했었어도 과연 아웃 시킬 수 있었을까 싶은 볼이긴 했지만...

손시헌선수는 이미 대쉬하는 순간부터.. '아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며 대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쉽게 포기해버린 그런 느낌이랄까?

결국 수비 잘하는 손시헌선수는 공을 잡지도 못했고.. 경기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죠.




반면 삼성의 타자들은 5점을 뒤진 상태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죠.

잘던지던 히메네스가 갑자기 손가락이 튿어지는 불의의 부상을 당하는 행운도 따랐지만...

그 행운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바꾼건 삼성의 실력이죠.



정규시즌에서도 5점차 뒤집는건 쉽지 않은데...

포스트시즌.. 그것도 2승2패로 균형을 이룬 시리즈 최종전에서 뒤집는다는건 무지 힘들다고 봤는데...


이런 경기에서 한 번 넘어간 분위기를 다시 되돌리는건 정말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위기를 삼성쪽으로 돌려버린 그 힘...

정말 삼성 선수들의 정신력과 집중력에 찬사를 보낼 따름이네요.



또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왔다는 장원삼선수도...

정말 컨디션이 나쁜 상태에서 올라온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완벽한 투구...




어제 경기는 결국 삼성 선수들의 정신력의 승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삼성팬들께 KS진출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리구요.

KS에서도 멋진 승부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