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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7회였나요?

1사 2, 3루에서 전혀 기대치 않았던 고영민의 안타성 타구...

박한이가 멋지게 잡았고.. 그 사이 언더베이스로 정수빈선수가 득점하며 6:4를 만드는 상황...



저는 그때 DMB 조그만 화면으로 야구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리터치하는 정수빈 바로 뒤를 오재원선수가 따라 달리고 있어서... 순간 안타인줄 알았죠.



하지만.. 안타면 분위기가 그럴리가 없는데... 심판들 비춰주고.. 뭔 일인가 했더니..

알고보니 오재원이 그냥 안타라 생각하고 타구 보지도 않고 폭풍 질주... --;;;



타구를 잡은 삼성 박한이선수는 당황한 것인지..

공을 3루와 홈플레이트 중간지점으로 어중간하게 던지더군요.


결과론적인 얘기입니다만..

만약 이때 박한이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서 잡자마자 공을 2루로 던졌다면...

정수빈이 홈플레이트를 밟기도 전에 3아웃이 먼저 성립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삼성팬들로써는 아쉬운...

베어스팬들로써는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장면이었죠.



이 장면을 보니..

1993년 LG-삼성 PO에서 나온 희대의 본헤드플레이 '윤찬만세사건'이 떠오르네요.




기억에 의거해서 쓰는 거라 좀 오류가 있을수도 있지만...

어떤분들은 이 사건이 PO 2차전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제 기억에 의하면 PO 5차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5판 3선승제의 PO였고...

1, 2차전 대구에서 삼성 승리.

3, 4차전 잠실에서 LG 승리.

그리고 2승 2패에서 열린 5차전 잠실 승부였던걸로 기억합니다.



5차전에 있었던 일이라 확신하는 이유는...

일단 그 경기가 잠실에서 벌어진 경기였고..(제 친구들이 고3 중간고사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관했던 경기죠. --;)

삼성이 이겼던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윤찬만세사건의 발단이 된 일이 4차전에 일어났기 때문이죠.



시리즈 1승 2패로 몰려있던 LG는 4차전 막판에 1~2점차로 삼성에 지고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8회인가.. LG에게 챤스가 찾아왔고...

LG는 대타 최훈재를 타석에 내보냅니다.



대타 최훈재는 LG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듯 삼성 투수가 던진 공을 깨끗하게 잡아당겨..

큼지막한 타구를 우측펜스에 꽂아넣으며 경기를 역전시키고 영웅이 되었으며, LG가 승리를 거둬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죠.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다음날 똑같은 시기에 다시 한 번 일어납니다.

아마.. 1점차인가? 2점차인가? 뒤진채 8회 1사 1루라는 챤스를 LG는 맞이합니다.

전날 4차전의 대역전극이 팬들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순간..



LG는 1루에 대주자 윤찬을 기용하고...

타석에는 전날의 영웅 최훈재를 다시 한 번 타석에 올리죠.



LG팬들은 전날 경기의 환희를 떠올리며 열광하고..

타석에 나선 최훈재는 어제와 똑같이 공을 깨끗하게 잡아당겨 우측으로 큰 타구를 날려보내죠.



순간 LG팬들은 우와~~ 하는 커다란 함성소리를 터뜨리지만...

공은 아쉽게도 우측 펜스 바로 앞에서 삼성 우익수의 글러브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맙니다.



팬들은 아쉬운 탄식소리를 내뱉으며 그라운드를 바라보는데...

어라?

1루에 있어야 할 윤찬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실종된 윤찬선수를 찾기 위해 LG팬들의 눈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잠시 후..

3루 베이스를 돌아 홈을 향해 힘차게 달려들어오고 있는 윤찬선수가 목격됩니다.



빠르기도 하지.. 깊숙한 외야플라이에 1루주자가 어느새 3루베이스를 지나 홈으로 달려오고 있다니...

LG팬들은 미친 듯이 '돌아가! 돌아가!'를 외치지만 윤찬선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 했고...


당황한 삼성 우익수는 홈을 향해 길게 공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공은 어제 삼성 우익수 박한이가 플라이아웃에 홈으로 향하는 2루주자 오재원을 보고 당황해서 던진 곳과 비슷한 곳으로 향하죠.



이윽고 홈플레이트를 밟은 윤찬선수는 당당하게 두 손을 하늘로 향해 치켜들고 LG 관중석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썰렁한 LG응원석의 반응...

당황한 삼성 우익수의 공을 잡은 삼성 유격수는 천천히 공을 1루쪽으로 던지고..

심판은 조용히 아웃을 선언합니다.


공수교대.




이 사건은...

아직도 잠실벌 LG팬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윤찬만세사건'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