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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터 감독이 단기전에 약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금 달리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로이스터 감독은 조금 더 멀리 봤다고.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은 SK에게 한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SK가 두산을 잡는 팀인걸까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두산과 SK의 관계를 생각해봅시다. 정규시즌에서 두산은 한번도 SK보다 위에 있지 못해 두산은 언제나 하위팀을 잡고 SK에게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졌습니다.

다른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년간 준플 승리팀은 플레이오프에 먼저 진출한 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승리팀은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사실 정규리그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기 힘듭니다. 전력차이가 있기에 정규리그 상위팀은 상위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순위가 높은 건 전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기전이라 하더라도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길 확률은 적습니다.

그런데도 예전에는 간간히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습니다. 가장 최근이 2006년 한화였습니다. 3위 한화가 준플옵을 거쳐 플옵에서 현대를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습니다. 이 경우는 간간히 이런 일이 일어났지만 지난 3년간 사라졌습니다.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2008년부터 플레이오프 경기수가 늘어났습니다. 2008년에는 5-7-7, 2009년에는 5-5-7이 됐습니다. 당연히 플옵이나 코시에 올라가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해야하고, 소모한 상태에서 전력이 더 강한 상위팀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두산과 SK는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했습니다. 이 원인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체력문제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준플옵 팀이 우승을 하기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써야할까요. 단순히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승을 위해서라면요.

저라면 전력을 짜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리하게 선발을 불펜으로 돌려 운영하지도 않을 것이며 가장 뛰어난 타자의 기를 죽이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가장 온전한 전력으로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 결과 진다면 실력이 없는 것입니다.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닌 겁니다. 전력을 쥐어짜 한 라운드라도 더 올라가,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지만 냉정히 생각한다면 우승을 위해서라면 쥐어짜지 않고, 마지막에 가서 힘을 쏟아내야 합니다.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랜디 존슨이 불펜으로 등판했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등판하지 않았습니다. 더 높은 곳을 위해 힘을 아껴둬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등판 상황이 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요.

로이스터 감독은 더 높은 것을 보고 팀을 운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