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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해왔던 생각입니다만...

달감독님에 대한 비판이 섞여 있어서 함부로 공개 게시판을 통해 올리지 못했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흔히 달감독님에 대해 평가할 때 뚝심도 있고 배짱도 있는 감독이라 하는데...

저는 여기에 의문부호를 달게 되더군요.

확실히 달감독님에게는 뚝심은 있습니다. 아마 뚝심에 대해서는 모든 감독들 중에서 제일 으뜸이지 않을까 싶네요.



대표적인게 베이징올림픽때의 이승엽선수의 기용이었겠죠.

그토록 부진했던 이승엽선수를...

결승토너먼트 들어가서도 끝까지 선발 1루수 4번타자로 기용할 뚝심을 가진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김현수 처음 등장했을때 팬들로부터 무수한 비난을 받으며 꾿꾿하게 김현수를 믿고 계속 내보냈던 것이나..

올시즌 이성열을 끝까지 밀어붙혀 결국 홈런 20개를 훌쩍 넘기며 올시즌 베어스의 대표적인 거포로 성장시킨 것...

모두 달감독님이 보여준 뚝심의 훌륭한 성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짱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솔직히 '과연 배짱이 두둑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투수운용에 대한 배짱이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여기서 제가 말하는 배짱이란... 나쁜말로 표현하면 일종의 '무모함'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싶네요.



예를 들어..

그제 로이스터감독의 송승준의 기용방식이 그런 '배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저께 송승준은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제 경기를 지켜보는 분들도 송승준의 공을 보며 5회부터는 불펜진이 올라오겠군 했습니다.

하지만 송승준은 5회에도 올라왔죠. 그러자 5회가 마지막일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송승준은 6회에도 올라왔습니다.



6회에도 송승준을 올린건 정말 '무모한' 시도였습니다.

결국 6회에 올라온 송승준에겐 2실점이 더 돌아갔고...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면 패전투수의 멍에를 쓸 뻔 했죠.


비록 약간의 실패로 돌아간 '무모한' 시도였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부려볼만한 배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당장 그 순간에서 6회에도 송승준 투입이라는 '무모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결국 그 '배짱'이 롯데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송승준이 어쨌든 6회 들어서도 한타자는 잡아주어서 롯데는 불펜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김사율은 30여개의 공을 던지며 베어스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 있었죠.



아마.. 다른 감독들이었다면 6회는 커녕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송승준을 보기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롯데의 불펜은 좀 더 일찍 가동되었어야 했을테고...

김사율은 불펜투수의 마지노선이라 생각하는 30여개의 공이 아닌 40여개 이상의 공을 던지다가 힘이 떨어져 무너질 수도 있었을테고...

더 많은 불펜투수들이 더 많은 공을 그저께 경기에서 던지게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어제 경기에서도 그제 경기에 나와서 적지않은 공을 던진 투수들은 정상 컨디션을 보이지 못하고 결국 연장까지 가지도 못한채 경기가 끝났을 수도 있었겠죠.


뭐.. 이 모든 것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그저 가정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가정을 한 번 똑같이.. 그제 경기의 베어스의 상황으로 치환시켜 생각해볼까요?



베어스의 불펜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용찬이 불의의 사건을 일으켜 이탈을 했고...

임태훈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현승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마운드에 올려보내질 않고 있죠.

결국 남은 믿을만한 불펜은 고창성-정재훈 딱 2명뿐입니다.



그런데... 달감독님은 1차전에서 히메네즈를 5이닝만 던지게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보냈습니다.

5회까지 딱 90개의 공을 던진 상황이긴 했지만... 충분히 6회 잘하면 7회까지도 갈 수 있는 투구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송승준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였던 히메네즈는 송승준보다 더 먼저 강판을 당했고...

6회에는 고창성이 올라왔죠.


물론... 딱 '6회를 막아야한다'라고 한다면, 90개의 공을 던진 히메네즈보다는 쌩쌩한 고창성이 틀어막는게 훨씬 더 확률이 높았겠죠.

하지만 야구는 레인사마가 강림하지 않는 한 6회까지 하고 끝나는 경기가 아닙니다. 9회까지 가야하는 경기죠.

히메네즈가 일찍 강판당하는 바람에 7회부터는 정재훈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결국.. 32번째로 던진 공이 통타 당해 승부를 내주고 말았죠.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죠.

결국 그저께 32개의 공을 던진 정재훈은 어제 다시 올라왔고...

아니나 다를까.. 그의 공은 정상적일때의 정재훈의 공이 아니었고, 결국 또 통타당하고 말았죠.



여기서 제가 아쉬운 부분은 두 군데 정도입니다.

만약.. 1차전에서 히메네즈를 30개 정도의 공을 더 던지게 해서(110개~120개 사이의 공을 던지게 해주며), 최대한 끌고 가줬다면.. 그래서 길면 7회까지.. 적어도 6회까지는 맡겨주었으면..

또 하나는.. 어제 연장 10회에 올라오는 투수가 1차전에서 32개의 공을 던진 정재훈이어야 했는가 하는 것이죠.



이 점에서 저는 김경문감독의 배짱이 부족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김경문감독님의 투수기용을 보면 믿는 투수만 끝까지 믿습니다.

중요한 상황에서 '믿는 투수'를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덜 중요한 상황에서도 '약간 믿음이 덜 가는 투수'의 투입을 극도로 꺼려합니다.



예를 들어.. '혹사'라고 평가받았던 임태훈의 지난 3년간(2007년~2009년)을 보면...

물론 꼭 필요한 상황에서 임태훈 투입은 당연한 거지만...

4~5점 이상 앞서고 있는 7~8회에서도 임태훈은 여지없이 투입됩니다.

며칠 쉬어서 한 번쯤 등판해야지 하는 상황이 아니라.. 그저께 20개 정도 공을 던지고 하루 쉰 상황에서도 그런 상황이 오면 임태훈, 이재우는 투입됩니다.

한 두 점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면 임태훈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9회 2사까지는 잡아야 마무리투수에게 공을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죠.

괜히 임태훈이 3년간 불펜에서 300이닝 가까이 던진게 아닙니다.



이건 선발투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때...

강민호의 퇴장건이 없었다면 경기를 그르치는 한이 있더라도 류현진은 완투했을 겁니다.



예전 리오스가 있었을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리오스는 믿는 투수이기에 리오스가 선발로 나오는 날이면 경기중에 리오스를 내리고 불펜진을 투입하는 일은 꺼려했죠.

덕분에 리오스는 2007년 6번의 완투와 4번의 완봉을 기록했고 234.2이닝을 던져야했죠.

그가 두산에 있으면서 3년간 던진 이닝수는 700이닝에 육박합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리오스는 믿는 선발투수이기에 먼저 2승을 거둔 상황에서도 4차전 선발로 리오스가 나와야했죠.



하지만 믿음직하지 못한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있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6회에도 그가 마운드에 있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집니다.

6회부터는 '믿을 수 있는 투수'가 투입되어야 하니까요.



크게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승조 이외의 투수들이 투입되는걸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럴때도 '믿을 수 있는 투수'가 투입되어야 하니까요.



결국 1, 2차전에서 두산의 패배는 배짱 싸움에서의 패배라고 생각합니다.

1차전의 히메네즈-송승준의 대결은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양쪽에서 차를 몰고 상대방을 향해 달려가며 누가 끝까지 버티나 라는 싸움에서 배짱이 부족한 쪽이 먼저 핸들을 꺾는 것처럼... 히메네즈를 먼저 강판시켰다는 생각...


2차전 박빙의 상황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현재 롯데에서 가장 믿음직한 불펜인 김사율을 끝까지 투입시키지 않았죠. 사도스키가 많은 공을 던져 연장들어가기전인 9회까지 3이닝을 불펜이 책임져야 했지만 김사율은 나오지 않았죠.

하지만 김경문감독은 8, 9회 2이닝만 다른 불펜에게 맡기고 3이닝째인 10회에 결국 정재훈을 투입했죠.

이것도 맞짱 자동차 대결에서 먼저 핸들을 꺾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 상황에서 정재훈 말고 다른 투수(예를 들면 8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이현승이라던가.. 연장전 생각해서 왈론드를 계속해서 끌고 나간다던가)를 투입하는 배짱은 부려볼 수 없었을까요?



결국 다른 투수를 믿지 못하고, 이번 시즌 베어스에서 제일 좋았던 '정재훈'이라는 이름값에 의지하려다가 1, 2차전 모두 패배를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네요.




어제 이대호에게 홈런을 맞고 패했지만...

1사 2루 조성환타석에서 조성환선수를 거르고 이대호선수를 택한건 결국 무모했지만 충분히 괜찮은 작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려볼만한 배짱이었다고 생각해요.



투수 운용에 있어서도...

이런 배짱있는 운용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