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994년 이야기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 해 시즌말에 엄청난 사건이 하나 터졌었죠.

바로... 당시 윤동균감독에 대한 박철순선수를 필두로 한 항명 파동.




그 일이 마무리 되고 한참 뒤에 무조건 윤동균감독 탓만 하면 안되는 거였다. 박철순선수도 문제가 있었다. 뭐 이런 말도 들리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당시에는 박철순선수을 필두로 한 고참급선수들은 감독에 항명하고 팀을 이탈했고...

스포츠신문들에서는 연일 '박철순선수 은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죠.




레전드 프랜차이즈를 향한 팬들의 마음은 다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구단이 박철순선수를 비롯한 주동급 고참선수들을 내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가 기사를 통해 보도되자...

당시 팬들이 들고 일어섰죠.



그때 유행하던 각종 PC통신 스포츠 또는 야구관련 게시판에는.. 곰팬들을 비롯한 수많은 프로야구팬들이 OB구단을 성토하는 글들로 넘쳐났고..

급기야는 은퇴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졌죠.

저도 그때 젊은 혈기에 발끈해서 하이텔에서 쏟아지는 팬들의 은퇴반대 서명들을 캡춰해서 두산 홍보팀하고 기획팀인가? 두 군데에 무차별 FAX 공격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그때 두산 기획팀인가에서 일하시는 선배 알게 되서 얘기 들었더니... 덕분에 FAX 업무 마비됐었다고... --;;;




여튼... 결국 여러 일들이 있은 뒤에 구단에서는 박철순선수 내친다는 계획을 철회했고, 박철순선수도 은퇴의 뜻을 거둬들였었지요.

그게 인연이 되서.. 그 해 연말에.. 당시 팬클럽사람들과 잠실야구장 식당에서 박철순선수를 비롯한 OB선수들과 함께 즐거운 송년회를 했던 추억을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네요. ^^;





프렌차이즈 레전드는 팬들에게 참 각별한 존재죠. 소위 일반 '프렌차이즈스타'하고는 조금 더 차원이 다르죠.


예를 들어... 제작년 두산의 프랜차이즈중 하나였던 안경현선수가 쓸쓸히 팀을 떠났을때.. 많은 팬들이 분노했었지만 대폭발정도는 아니었죠.

만약.. 김동주선수가 은퇴할 무렵.. 그런 식으로 팀을 떠나게 된다면... 그땐 안경현선수때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 벌어지겠죠.



그 이름 하나만으로 팬들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할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프렌차이즈 레전드겠죠.


어찌보면 그렇기에 어느팀이든 레전드 프랜차이즈는 신성불가침의 영역과도 같은 존재가 되죠. 내가 응원하는 구단을 디스하더라도 물론 피꺼솟 모드에 돌입하겠지만... 나의 프렌차이드 레전드님을 건드리면... 그때는... 뭐... 피꺼솟이고 뭐고... 그 대상이 내가 응원하는 팀의 프런트건 감독이건 코치건 아무 상관이 없죠.

어떻게 보면 맹목적일수도 지나칠 수도 있는 프렌차이즈 레전드에 대한 애정...

그런데 따지고 보면 바로 그런 것이 한국프로야구를 든든히 떠받히고 있는 버팀목이나 뿌리같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들이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한국프로야구를 사랑하게 되었고, 또 오늘날 한국 프로야구가 이만큼 성장해왔던 것이니깐요.

따라서.. 구단에서는 본심은 그렇지 않더라도... 팬들 때문이라도 프렌차이즈 레전드를 홀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한국프로야구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이니까요.






한 명의 프렌차이즈 레전드가 은퇴를 선언하셨네요.

타팀이 보기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기에 삼성팬들의 엄청난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네요.



그런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했어야 하는지...

삼성팬들은 이미 이만수라는 프렌차이즈 레전드를 쓸쓸히 잃어버린 아픔을 가지고 있는데...

참 안타까운 마음 뿐이네요.




삼성팬들께 어떤 위로의 말도 통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