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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과 알게 된 지 햇수로 벌써 11년째. 세월은 참 빠르고, 어느덧 은퇴를 발표하게 됐다. 26일 오후 양준혁과 전화통화가 닿았다. 예상대로 담담한 목소리였다.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내린 결정은 아닐 터이다.

　-시즌후 은퇴를 언제 결정했나

　▶광주 게임(20~22일) 가기 전에 대구에서 구단에 일단 은퇴 의사를 한번 밝혔다. 구단 차원에서도 절차란 게 있을 것이니, 논의를 한 뒤 최종 결정은 광주에서 내렸다.

　-햇수로 18시즌을 뛰었다. 시즌중 갑작스런 은퇴 결정이 힘들지 않았는가.

　▶당연히 힘들었다. 솔직히 2~3년 더 뛸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란 때가 있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선, 나와 팀을 위해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여러 모로 좋을 것 같았다.

　-충성도 높은 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들에겐 많이 아쉬운 소식일텐데.

　▶난 팀의 일원이다. 팬들에겐 내가 팀의 중요한 자산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팀이 우선이다. 구단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 은퇴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배려가 있었는가.

　▶전적으로 내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팀은 내가 내년에도 선수로서 연봉계약을 하고 싶다면 그리 해주겠다고 했다. 또 다른 팀에 가서 뛰고 싶으면 풀어주겠다는 얘기도 나왔으니 모든 걸 나에게 맞춰주겠다는 얘기였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다른 팀에 가는 것도 생각을 전해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구단에서 너무 잘 해주고, 또 여기서 선수생활을 마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때가 있다. 사실 내가 엔트리 한자리를 까먹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기회 주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섭섭한 것도 있지만 더 크게 생각해보려 했다. 또 팀 성적 좋을때 그만둬야하지 않겠나.(웃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만 동행하기로 했다.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그야 물론 배팅볼 투수다.(웃음) 상대편에서 왼손투수가 나오는 날 내가 공을 던져줘야지. 코치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내가 후배들을 어릴 때부터 계속 봐왔기 때문에 장단점을 잘 안다. 곁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시즌후 계획은 무엇인가. 연수 얘기도 있고 코치 기용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코치는 아직 잘 모르겠고, (해외리그) 연수를 한번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뒤에는 어떻게 할 지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뭐가 됐든 시즌 종료후에 차분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소중한 기록과 즐거웠던 한경기를 꼽는다면.

　▶통산 최다홈런(351개)과 최다안타(2318개)다. 경기는, 바로 엊그제(24일) 올스타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SK 김성근 감독님이 (곧 은퇴발표가 있다는 걸) 모르셨겠지만 대구팬들을 위해 나를 대체선수로 뽑아주셨다. 너무 뜻깊은 경기였다. 팬들에게 인사하는 마지막 기회였고, 또 (홈런도 치면서) 좋은 모습으로 끝날 수 있었다.

　-'이젠 은퇴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경기가 따로 있는가.

　▶어느 한 경기는 아니다. 아무래도 자꾸 벤치를 지키게 되니까.... 팀에 보탬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다. 그럼에도 처음 생각한 뒤 한달 이상 시간을 끈 건, 아무래도 갑자기 손을 놓으려니 쉽지 않았다. 고민이 왜 없었겠는가.

　-선수로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른 것 보다도 통산 2500안타까지는 치고 싶었는데, 그걸 못하게 돼 아쉽다.

　-그간 고마웠던 사람들을 꼽아본다면.

　▶김응용 사장님, 김재하 부사장님, 김성근 감독님, 그리고 평소 양아버지처럼 따르는 배호영씨란 분이 있다.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1년간 야구를 배우면서, 야구를 더 오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혼을 심어서 야구를 하는 걸 배우게 됐다.

　-마지막 질문이다. 양준혁에게 삼성 라이온즈란 어떤 존재인가. '파란 피' 얘기는 지금도 자주 언급되는데.

　▶흠, 삼시세끼 밥 같은 거 아닐까.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 아니, 그보다도 야구선수인 나에게 삼성은 가장 오래된 연인이다. 선수 생활 중간에 잠시 다른 팀에도 있었지만, 역시 삼성은 내게 둥지 같은 곳이다. 오래된 연인의 품에서 은퇴할 수 있게 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고마웠던 사람들.....예상대로....

아 정말....ㅠ.ㅠ

포시엔트리 들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쓰긴 할까요....아마도...

구단과 상의후 은퇴....여러모로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