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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화 전력은 5월부터 비정상적이었습니다. 류현진-데폴라를 기본으로 유원상이 적당히 해주고(최근엔 다시 맞기 시작했지만) 특히 박정진이 축이 된 불펜의 힘으로 버텨왔습니다. 이 빈약한 전력으로 투수진들이 팀을 이끌면서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고 있었습니다만, 6월 들어서 다시 어려워지고 있죠. 왜냐구요? 단적으로 야수들이 부진해서 그럽니다. 장스나의 영입과 별개로 말이죠.

사실 5월달에 좀 잘할때도 보면 야수들이 딱히 잘한적은 많지 않습니다. 팀 득점은 꾸준히 최하위였죠. 심지어 팀 득점만으로는 넥센이나 기아보다도 못합니다. 이 좁은 한밭을 홈으로 쓰면서 홈런 숫자도 하위권이죠. 홈런 선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한대화 감독도 분명 고민이 됐을겁니다. 피타고리안 승률로 따져보면 현재 기대승률에 대비하여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이 우습게도 한화입니다. 기대승률은 현재 3할 중반정도밖에 안되요. 그만큼 류현진 경기를 어떻게든 잡고 불펜의 힘으로 버티면서 역전승 혹은 한끝차의 승리를 많이 거두고 있었단 증거입니다. 이러한 운영은 팀이 상위권에서 논다면 부담이 덜합니다만, 하위권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성적이 잘나오고 있는건 그만큼 내려갈 요소가 많다는 소리도 됩니다. 현장에서 보는 한대화 감독 역시 그런 불안감이 있었을겁니다. 전력에 비해서 잘하고 있다가 확 쳐지게되면 그 심리적 타격은 더 커지니까요.

그래서 장스나 트레이드를 급하게 추진한거라고 봅니다. 한참 하고 있을때 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전력의 힘'으로 치환하기 위해서 말이죠. 생각보다 잘하는게 아니라 이만큼 할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서 어떻게해서든지 선수들이 경험과 희망을 같이 줘서 내년 혹은 내후년부턴 위닝팀으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계속 성적이 안 나왔으면 안영명이라는 출혈을 감수하고, 그리고 2군에서 잘 키우고 있던 김다원이라는 유망주를 희생하면서 데려오진 않았을겁니다. 어차피 성적 안나오는거 다양하게 기용하면서 그냥 시즌을 흘려버릴수도 있었겠죠.

다만 문제는 급한 와중에 트레이드를 추진하다보니 생각보다 판이 커지고 출혈이 커진겁니다. 애초에 FA나 시즌초에 찔렀다면 좀 덜했겠죠. 아니면 아예 이번 시즌 끝나고 지르든가요. 덕분에 멘탈 스포츠인 야구에서 투수조 조장이자 중고참인 안영명이 나간게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많이 영향을 주게 된게 아쉽게 된거지 장스나의 영입 자체는 나쁜게 아닙니다.

근데 지금 문제가 된건 sk전 이후부터 부진하기 시작하면서 안영명의 트레이드 이후에 아예 멘탈이 무너져버린 김태완이 문젭니다. 오히려 꾸준히 해주고 있는건 풀타임 첫해인 최진행과 서른 중후반의 노장 강동우 둘뿐이죠. 광저우 엔트리 이후로 힘이 팍 들어간 송광민과 더불어 팀의 중심이 되어줄 두 젊은 야수들이 계속 부진하면서 팀 득점력이 나락으로 떨어져버린건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이렇게 점수를 못내준다면 투수들도 쫓기는 심정이 될 수밖에 없죠.

얼마전에 알럽 베이스볼에서 정민철 코치가 나왔습니다. 데뷔하던 즈음을 떠올리며 이런 말을 했죠. "당시 투수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있었다. 버티기만 하면 승리한다." 맞습니다. 투수들은 이러니저러니해도 승리하면서 성장하는 겁니다. 그만큼 투수들의 성장에도 야수들이 받혀줘야 가능하단 겁니다. 무엇보다도 선발은 5일에 한번 나오지만 야수들은 everyday player입니다. 매일 경기 나오는 야수들이 먼저 자리를 잡는게 당연한겁니다.

어차피 올해는 뭔가 도전할만한 전력이 아닙니다. 리빌딩 한다고 해서 꼴찌 한두번 하면서 드래프트 상위픽 얻고, 농구처럼 신인을 바로 기용하면 성공할 수 없는게 야구입니다. 왜냐면 야구는 무엇보다도 기술의 싸움이고, 이것은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서 운동능력을 덜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너무 무리한 콜업은 야수들에게 긴장감과 절망만 줄 수 있습니다. 장스나의 영입으로 리빌딩의 교두보를 마련하는건 더없이 좋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야수들이 넋이 빠져서 열심히 해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상대 투수에게 까다로움을 주는 타자는 강동우와 좌완상대의 정현석 둘 뿐이고 타자에게 위압감이나 부담감을 주는건 최진행과 장스나 둘입니다. 장스나도 한참 부진하면서 슬슬 호구잡힐만 했는데 3일 연속 안타로 이제 다시 부담감을 줄것같네요. 이미 김태완은 귀찮게 할지언정 투수에게 부담감을 주는 상태가 아닙니다. 송광민 역시 마찬가지구요. 이래선 리빌딩이고 뭐고 할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광저우가 문제가 아니라 팀이 암흑기에 빠지느냐 마느냐가 문제입니다. 2000년대 초반의 한화 암흑기는 중심 축이 되는 야수들이 한꺼번에 공백이 오면서 왔고, 그 암흑기를 벗어나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아니라 김태균, 이범호 그리고 FA로 영입된 내야의 축 김민재였습니다. 그리고 그 축이 다 사라지면서 다시 암흑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기서 야수들이 성장해주지 못한다면 더 심한 암흑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진짜로요.

그러니까, 성적과 상관없이 근성없고 투지없는 선수들은 죄다 라인업에서 뺐으면 좋겠습니다. 송광민도 오늘같은 모습 꾸준히 보여줘야하고, 김태완은 규정타석 들어서기 전의 그 끈질긴 모습을 재현해야합니다. 적어도 1번 강동우-4번 최진행-3/5번 장스나라는 축은 마련되었습니다. 어차피 6월달의 이 최악의 흐름보다 더 못할 수는 없습니다. 신경현도 생각보다 쏠쏠하게 해주고 있고, 중용받고 기회를 준 젊은 야수들보다 노장들이나 풀타임 1년차가 더 분전하고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죠. 김태완이고 송광민이고 간에 뛸 생각 없으면 차라리 지금 트레이드해버려서 좋은 선수나 영입하는게 낫겠다 싶은 심정입니다. 리빌딩의 성패가 아니라 암흑기가 오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기로입니다. 김태완, 송광민은 진짜 정신차려야합니다. 안되면 나가시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