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이 장면 기억하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잠실에서 OB가 이겼던 경기니 2차전일겁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롯데에게 패배하고 맞이한 2차전.

95년 리그 1위 베어스로써는 절대 질 수 없는 일전이었죠.



당시 베어스는 리그 15승을 거두며 김상진과 원투펀치를 이뤘던 권명철을...

자이언츠는 마운드의 기둥이던 주형광을 선발로 내보내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됩니다.


1:1

9회초까지도 승부를 가르지 못한체, 경기는 9회말로 접어듭니다.


9회말 선두타자 이명수가 안타를 치고 1루에 출루합니다.

1점이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

베어스는 보내기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냅니다.

당연히.. 롯데는 다음타자를 고의 4구로 걸러 주자를 1, 2루로 채웁니다.



롯데는.. 호투하던 주형광을 내리고 당시 마무리 역할을 하던 강상수투수를 올립니다.

1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베어스타자는 힘없이 굴러가는 땅볼을 치고.. 주자들은 진루시킨체 혼자 죽습니다.

2사 2, 3루...

여기서.. 다시 당연한 듯 롯데는 다음타자를 고의 4구로 걸러 주자를 만루로 만듭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베어스의 김민호선수.

고의 4구로 타자를 걸러보내며 밸런스가 흐트러졌는지.. 갑자기 강상수선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합니다.

계속 볼만 연신 던져대며... 볼카운트가 1-3로 몰립니다.



당연히.. 김민호선수는 그 다음 공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긴장한 가운데.. 강상수선수는 풀로 와인드업을 하고.. 가운데를 향해 힘차게 공을 뿌립니다.


하지만.. 그공은...

타자 무릎에도 한참 못미치는 낮은 곳으로 날아가버리고 맙니다.



'와~'하는 환호성이 터지려는 찰나...

주심은 그 공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합니다.


당시 김민호선수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민호선수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그 타석에서 스윙 한 번 제대로 못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여튼.. 그 어이없는 낮은 볼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자...

김민호선수는 황당해하거나.. 어이없어하기보다는...

완정 긴장한 얼굴에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 이게 왜 스트라이크?' 하면서도 얼어서 주심에게 항의 한 번 못하는... 그런 모습...


마찬가지로...

당시 주심도 좀 얼어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스트라이크판정이 명쾌하지가 못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공이 포수 미트에 박히자 자신있게 '스트라이크'를 콜 한 것이 아니라...

뭔가... 망설이면서 손이 올라갔다고나 할까.. '스.. 스.. 스트라이크!' 이렇게 콜한 느낌?


스트라이크콜을 하고 나서 심판의 모습을 비춰주는데...

'아차'하는 표정이 지나가더군요.

한국시리즈 2차전 9회말 1:1 2사 만루상황... 그 중요한 상황에서 이미 내린 판정 주워담을 수도 없고...



여튼..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말도 안되는 스트라이크판정에 분개했지만...

동시에 TV 화면을 통해 비춰지던 김민호선수와 심판의 표정도 참.. 잊혀지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게 2-3가 되었고...

죽다 살아난 강상수는 다시 한 번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넣겠다는 공을 힘차게 뿌립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이번에도 공은 방금전 심판이 스트라이크 콜을 했던 거의 동일한 위치로 날아가 미트에 박힙니다.

좌우로는 가운데지만... 높낮이로는 타자 무릎보다 한 참 아래에 위치한 그 코스로...



하지만...

방금 그 공에 스트라이크를 줬던 주심의 손은..

이번에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김민호는... 그 순간에도 얼어서...

동료 선수들이 환호하며 덕아웃을 뛰쳐나오는데... 계속 얼어있는 상태에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어색하게 1루로 향해 가던 모습이 기억이 나네요.



그때 그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해 놓은 것이 집에 있는데...


결국 동일한 결과(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나서 아무말 없었지만...

만약... 그 스트라이크 오심때문에 그날 베어스가 졌고...


1995년 OB가 아닌 롯데가 우승했다면...


지금은 잊혀진 그 스트라이크 오심 장면은...

두고 두고 오심 얘기가 나올때마다 튀어나오는 단골 메뉴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참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오심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장면들 볼 때마가 1995년 KS의 그 장면이 떠오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