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끝나고 필요한 거 산다고 장 좀 보느라 늦어지긴 했지만(...)
오늘 이 감동은 후기를 안 남기고 넘어갈 수 없어서 써 봅니다.

화욜 승률이랑(아마 꽤 좋죠?) 현진이란 거 믿고 간 건데
여느때처럼 야구장엔 지각=_= 올핸 제 때 가 본 적이 없;;
가는 동안 디엠비로 확인하는데 왜 계속 0대 0인거야!!
어쨌든 들어가서 자리 잡고 앉은 게 5회초였어요.

공격 끝나고 공수교대 2분 시간 때문에 현진이 투구수 스트라이크만 보이는데
대체로 적합한 투구수의 기준으로 삼는 1이닝 15개를 생각하며
'스트라익 42개, 음...설마 볼 18개는 아닐테고 오늘 공 많이 던졌나?'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숫자가 뜨는 순간 헐...;;; 볼 17개; 투구수 59.
이런 징그러운 놈; 요새 페이스 좋은 건 알지만 이럴 줄은 몰랐네요.

지금껏 1대0이란 스코어를 이렇게 편안하게 본 적이 있나 싶어요.
선두타자 내보내고 득점권에 주자가 가도  전혀 긴장이 안 되는.
주자는 계속 나가는데 삼진으로 잡고 맞춰서 잡고, 막는 게 당연하단 듯이.


사실 0대0에서 영 점수가 안 나길래 오늘 괜히 왔나...했는데
진행아ㅠ_ㅠ 선제솔로포! 그래 니가 이글스의 4번타자다ㅠ_ㅠ
쓰리런 기회는 가볍게 날렸지만(...) 암튼 점수 낸 게 어디에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신포!!! 이글스의 안방마님, 최고의 포수!!
처음엔 파울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폴대 안쪽으로 넘어가던;
추가점 한 점만...이란 간절한 바람에 투런으로 답해주는 ㅋ


9회에 현진이 그대로 올라올 때 "류현진! 류현진!!" 콜에 맞춰 외치는데
괜시리 막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꾹꾹 참고 목놓아 현진이를 외쳤어요;
현진이 완봉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접 보는 게 처음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더 감격적이더라구요. 지난번 기적의 4연승 직관 때보다 훨씬 더;

루키시즌이 그야말로 괴물이었지만 지금은 그걸 뛰어넘는 뭔가가 있네요.
그 때 1선발은 문에이스였고, 현진이는 너무너무 잘 해줬지만 그래도 2선발.
이젠 당시의 믿음직한 수비도 없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다른 투수도 부족한데
아랑곳않고 더더욱 굳건하게 마운드를 지켜줘서 그게 자랑스럽고 고맙고ㅠ_ㅠ

아마 진짜 에이스로서의 위용을 봤기 때문에 유독 더 감격스러운 승리였지 싶어요.
제가 1선발에 바라는 게 좀 많은 사람이라;; 지금 현진이는 흠 잡을 데가 없네요.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들어요. 요새 얘 페이스가 너무 좋아서 되려 무서울 지경;;
우리 애지만 진짜 징그럽단 생각을 했어요. 지난주 완봉이랑, 오늘 완봉 경기랑.
끝나고 문자 하면서 확인했더니 13K. 많이 잡는 것 같다 싶긴 했지만, 세상에나-0-

상승세가 쭉 가진 않겠죠. 그저 바라는 건 시즌 잘 났으면 좋겠어요. 큰 탈 없이.


그나저나 순위는 분명 낮은데 올해 재밌는 게임 참 많이 보여주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