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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3연전, LG는 넥센과의 경기에서 스윕 당하며 한 달 넘게 지속된 상승세가 한풀 꺾이게 되었다. 사실 첫 경기의 역전패가 아쉽지만 지금 LG의 성적이나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여러 번의 고비와 상승세가 교차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3연패는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게 대부분의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초반에 상승세를 그리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급격하게 미끄러지면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팀의 역사와 또 상대팀이 LG를 번번이 좌절시켰던 넥센이었기 때문에 주말 3연전 이후 소위 DTD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여러 의견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들끓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DTD와 관련된 여러 의견은 LG를 싫어하는 상대팀 팬 뿐 아니라 LG를 너무나 사랑하는 열혈 팬들에게도 똑같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LG가 걸어온 행보를 감안하면 팬들이 이런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항상 올스타 브레이크직전부터 갑자기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한 여름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한 LG팬들의 불쾌지수를 100으로 끌어 올리곤 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엇박자를 내며 무너져 버렸기 때문에 하필 전반기 마지막을 앞두고, 그것도 넥센에게, 그것도 LG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스윕을 당한 것은 LG팬들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NC와 주중 3연전은 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였다. 3연패 후에 가지는 첫 경기인데다가 승승장구하던 LG와의 상대전적에서 5승3패로 앞서 있는 NC였기에 더 그랬다. 게다가 이번 NC전에 선발로 출격하는 신정락과 리즈가 지난 주 난조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등판에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가 LG의 올 시즌 전체를 좌우할 중요한 포인트였다. 등판하는 경기마다 팀이 승리를 거두며 승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류제국도 패하였고 마지막 키를 쥐고 있는 주키치마저 무너졌기 때문에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위기는 없었다. 가장 중요했던 첫 경기에서 경기 초반부터 찬스들을 번번이 놓치면서 불안한 경기를 했지만 결정적인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두었고 2차전은 완벽한 대승을 이끌면서 불펜 필승조에게 꿀맛 같은 휴식을 안겨줬다. 신정락과 리즈는 지난 번 부진이 시즌 중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시적인 부진이었다는 것을 눈부신 투구로 입증했고, 마흔 살의 강타자 이병규는 10연 타석 연속안타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이제 악령처럼 따라다녔던 저주는 최소한 올 시즌엔 없는 것처럼 보인다. LG 선수들은 그 모든 징크스의 두려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 냈던 것이다.

 

물론 6위 두산까지 경기차가 유례없이 촘촘한 올 시즌을 고려한다면 LG가 또다시 4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설사 4강 진출에 실패한다 할지라도 과거 10년과 올 시즌은 사뭇 달라 보인다. 최소한 지난 10년처럼 갑작스레 무너지면서 팬들을 멘붕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며 또 지는 경기 내용 또한 허무하기 그지없게 만드는 경기는 적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올 시즌에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젊은 선수들은 미래의 LG의 주축 선수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암울하기 그지없던 지난 10년과는 다른 희망의 빛을 쏠 수 있는 것이다.

 

LG의 가을야구는, 올스타브레이크까지가 고비다. 왜 굳이 올스타 브레이크까지인가. 그것은 무엇보다 지난 세월 LG를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만일 올스타브레이크까지 LG가 지난 넥센전과 같은 위기에 빠지지 않고 지금 정도의 순위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LG는 가을야구에 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팬들과 구단, 그리고 선수들까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깨지는 순간 LG의 신바람 야구는 소위<포탠>을 터뜨릴 것이다. 불안함과 두려움은 항상 패배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떨친 LG 선수들이라면 올 시즌 그 어떤 팀보다 강할 것이다. LG의 가을 야구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