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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에서 프런트는 항상 잘해야 본전, 뭔가 구단 일처리가 팬들에게 거슬리면 제일 먼저 욕을 먹는 음지의 일꾼들이었죠. 개중엔 분명 프런트의 일처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엔 분명 할 일을 했는데도 부당하게 욕을 먹기도 했던... 뭐 그런 프런트의 노고는 십분 이해하고, 한국야구가 시스템을 갖추어가는 과정에서 프런트의 권한과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어느정도 필연적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작년부터 올시즌까지 눈에 띄는 한국프로야구의 신인감독 붐도 프런트들이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강한 리더십의 감독'들을 서서히 밀어내는 과정으로 봐야 할것 같은데요, 말하자면 감독이 구단주나 사장 등의 상층부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으로 감독의 권력을 보장받던 구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프런트가 '현장의 판단'으로 감독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독 임명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스템이 생겨나고 있는것 같아요.

이제 감독의 역량은 사실상 필드 내에 국한되고 그 선을 넘어서 프런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감독들은 사실상 감독직을 맡기가 어려워진 거죠. 김성근 감독처럼 대놓고 프런트에게 많은 요구를 하는 감독은 물론이고, 김인식,선동열,김경문처럼 지나치게 이름값이 높아서 프런트의 의사결정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감독들도 이젠 '여길 떠나도 나 불러줄 곳은 많다'고 큰소리칠수가 없는 환경이 되버린 거죠.

뭐 필드 매니저와 제너럴 매니저의 역할이 철저히 분리되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고 앞서 말했듯이 어느정도 필연적인 경향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과연 프런트를 위시한 '현장의 판단'이라는 것이 과거보다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지는 의문입니다. 선수의 기본 레벨이나 선수층의 두께가 얇은(사실 앞으로도 이런 열악한 여건이 크게 나아질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야구에서는 아직도 감독의 역할이 일본이나 미국보다는 좀 더 넓어질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 속에서 무턱대고 감독의 역할을 제한하려 하는 것은 오히려 주어진 팜이나 재력에 따른 팀간 격차를 고착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해서 최근의 감독 선임 과정이나 결과를 보면 프런트가 정말로 팀의 전력이나 성적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다기 보다는 다분히 프런트의 권력 강화와 같은 '사심'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시즌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는 신인감독들의 경우조차도 결과와는 별개로 선임 과정 자체는 썩 깔끔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