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어떤 유형의 선수를 싫어하십니까?
- 작성일
- 14-07-29 08:34
저는 수 많은 선수를 싫어하지만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가장 싫어하는건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는데 그 틀을 못 깨는 선수를 싫어합니다.
예전부터 많았지만 최근에 팀에서 가장 싫어하는 선수는 정찬헌이었죠.
정찬헌, 정말 투수로서 모든 걸 다 가진 선수입니다.
하드웨어 짱짱하죠.
직구 구속 좋죠. 변화구 각도 괜찮습니다. 투피치나 쓰리피치 정도이지만 그 정도면 괜찮죠.
1픽으로 뽑히면서 계약금도 많이 받았고 덕분에 혹사니 뭐니 하지만
1년차부터 시즌의 절반 이상을 선발로 돌았던 기회도 받았습니다.
근데 못하죠. 최근에 사람 구실을 하고 있기에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정성훈이나 이진영도 매한가지입니다.
이미 상당히 강력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들이지만, 제가 볼 땐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성질머리만 죽이면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더 위대한 선수로 기록될 겁니다.
아니지,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성질도 분명히 하나의 장점이지만,
어쨌든 35살 정도 먹었으면 그게 잘 안된다는걸 깨달을 때도 됐으니까요.
좋아하는 선수들은 물론 이런걸 한번이라도 깬 선수들입니다.
박용택도 처음에 그닥 좋아하지 않았어요.
2할 8푼에 홈런 10개 타점 60 이게 평균적인 스탯이었지만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을 했는데 안되더군요.
그러다가 졸렬택 소리를 들으면서 어찌됐든 타격왕. 그 이후로는 3할은 먹고 들어가는 선수로 바뀌었습니다.
크게 깬 건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서 틀을 깬 선수인거죠.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에휴 소리만 나오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적을 한 이대형이 그랬죠. 갑갑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갑갑했습니다.
또 노력은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욕도 못하겠더군요.
고교 7할 타자 박경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겠지만 엘두 간의 박경수 쟁탈전은 유명했을 정도죠.
이적MVP의 김상현도, 박병호도 비슷했습니다. MVP는 아니지만 이성열도 그랬죠.
애초에 반은 포기를 했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정찬헌과 다를 것도 없지만
정찬헌은 잘해줘야만 하는 선수고, 이 선수들은 기대감이 이미 무너진 선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제가 쓰는 글 중에 이 선수들을 욕하는 글은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이런 마인드가 강한 거죠.
정의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다지 큰 기대도 없고 2006년의 롯데전 2루타의 기억도 이미 희미해지기만 한 유망주 아닌 유망주죠.
그게 좋든 싫든 정의윤의 가치에 불과하니까요. 가끔 안타치면 잘했다고 하고 못 쳐도 ㅉㅉㅉ 하고 넘어가는거죠.
박용택 이진영은 물론 작병규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중견수 용병이 오면서 정의윤은 자리가 없습니다.
엘지의 미래를 생각하면 작병규도 아닌 정의윤이 잘해야 하지만(작병규도 32살입니다)
안 보이니까 또 답답한 부분이 없기도 하더군요.
롯데 전에서는 제 기억이 맞다면 3경기 모두 출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꽤 괜찮았죠.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물론 10구 끝에 볼넷 골랐던 것도 있지만
어제 승부처에서 초구를 친 것이었습니다.
홈런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초구를 걷어 올리던 그 모습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결과가 좋으니 금상첨화죠.
어제 경기, 엘지가 무려 9안타를 치고도 무득점이었고
롯데는 2안타 만으로 2점을 얻었습니다.
볼넷 0개라는 옥스프링의 공겨적인 피칭과
비교적 잘 던지긴 했지만 볼넷 5개, 그리고 2실점이 모두 볼넷으로 시작했던 엘지의 차이점이었습니다.
옥스프링이 9안타를 맞으면서도 잘 던진건 그의 좋은 제구력과 빠른 승부를 할 수 있던 심장도 있겠지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엘지 타자들의 고질병입니다. 꼭 초구는 그냥 흘려 보내거든요.
그걸 알고 있는 다른 팀 투수들도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잡고, 2구에는 변화구를 던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건 헛스윙합니다)
채은성의 잘 맞은 타구 외에는 제 기억이 맞으면 초구 공략을 하는 선수가 없었고,
정의윤은 승부처에서 교체됐지만 여전히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던 김성배 선수를 공략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도 좋다, 기쁘다가 아니라
작은 기회라도 잡겠다고 하는 것도 맘에 들더군요.
어떻게 보면 정의윤도 정찬헌 만큼 모든 걸 다 갖췄던 선수였죠.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고, 이미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가득차 있기만 한 선수.
어차피 지금의 기대감도 여전히 박용택 터지기 전 정도 밖에 되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정의윤은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위치와 상황을 알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이겼어도 9안타 0득점이라는 빈공에 시달린 꼴을 봤음에도 흐뭇했던 경기였습니다.
백업으로 밀려난 것이 어쩌면 성장할 수 있는 자극이 됐을 수도 있겠네요.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