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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처에게는 3명의 언니가 있습니다. (제 처는 1남 4녀중 막내입니다) 오빠랑은 사이가 그닥 좋진 않은데, 자매들끼리는 무척 친하게 지내죠. 그래서 저도 덩달아 처형가족들이랑은 왕래도 자주하고 무척 가깝게 지냅니다.


둘째 형님(둘째 처형의 남편)은 40대 중반정도 되셨는데, 아직 일정한 직업이 없으십니다. 원래 안경기술을 배우셔서 안경점에 다니셨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싶으셨는지, 그만두고 사업을 해보려 하시다가 잘 안되셔서 지금은 경제적 기반을 다시 세우려고 고생하고 계시죠.


최근에 알았습니다. 그 둘째형님이 과거에 야구선수셨다는 사실을...

몇달전에 와이프와 처형은 떼어놓고 저와 둘째 형님 둘이 은평쪽에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그쪽 동네에 묻어놓은 추억이 있으셨는지 난데없이 옛날에 학교다니면서 훈련받으시던 얘기를 하시더군요.

야구하셨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기에.. 처음에 무슨 소리인가 했었는데... 얘기를 듣다보니, 충암고에서 선수생활을 하셨던 얘기를 하시더군요.


후에 집에 돌아와서 와이프에게 둘째 형님 옛날에 야구했던거 알았냐고 물었더니,
와이프도 놀라면서 전혀 몰랐었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TV에서 야구중계하면 채널 돌리고 하셔서 야구를 무척 싫어한다고 알고 있었다고.. 중학생 아들이 둘 있으신데... 제가 워낙 야구를 좋아해서 걔네들 데리고 야구를 해볼까 했더니 걔네들은 야구룰도 제대로 모르더군요. --;


여튼.. 그날 둘째 형님께서 야구선수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왜 그만두셨는지 궁금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었는데요.


중학시절.. 잠실쪽 중학교 다니셨다는것 같던데..(잠신중이던가? 야구부가 있나요? ^^;) 포지션은 투수셨고, 나름 주목받는 투수였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중학교시절 창단하지 얼마 안되서 약체였던 경기고에 스카웃이 되셨고, 둘째 형님 표현에 따르면 '자기에게 묻어서' 동기들 몇명도 같이 경기고에 가기로 되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당시에 야구명문이던 충암고 스카우터(?)의 눈에 들었는지 충암고에서 입단제의가 왔고, 고민하다가 좀 더 잘하는 팀에서 뛰고 싶어서 혼자서 충암고에 입단하셨다고 하더군요.


당시 충암고 야구부는 충암초-충암중-충암고로 진학한 선수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잠실쪽에서 상당히 먼 은평구까지 와서 친구 하나 없이, 부모님과 떨어져서 선수생활하던 둘째형님은 그 텃새때문에 구타도 많이 당하고 엄청 고생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실력은 있어서 경기에는 출장을 많이 하니 더 미움을 받았던것 같다고...


얘기를 듣다가.. 그런데 왜 야구를 계속 안하셨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고3때 부상을 당했고, 그래서 대학진학도 못했고, 프로에도 가지 못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어떤 부상이었는지, 왜 부상을 당했는지는 끝내 얘기 안하시더라는.. 그 뒤로 야구에 신물이 느껴져 지금도 야구경기는 안본다고 하시더군요.


여튼.. 야구특기생으로 야구만 하셨던 분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어서 사회에 막 첫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평생해왔던 그 '야구'를 못하게 되자 참 막막하셨고, 그래서 엄청 고생하셨다 하더군요.


예전에 김C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프로지명도 못받고, 대학진학도 실패해서 고교 졸업후 사회에 나오자 뭘 해야할지 몰라 참 막막했다고... 역시 고생을 많이 했고, 김C도 저희 둘째형님처럼 야구에 너무 신물이 나서 한동안 야구를 보지 않았다는 얘기를 어떤 예능 프로에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둘째 형님 얘기를 꺼낸 이유는 아래에 야구저변확대 얘기가 나왔기래 예전부터 해왔던 생각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교야구팀수는 50개라고 하죠. 고교야구팀에는 평균 몇명정도가 선수로 뛰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산하기 편하게 대략 24명정도라고 잡으면.. 한 학년에 평균 8명.. 대충 400명 정도의 선수들중에서 고교졸업후 또는 대학졸업후 프로에 입단하는 숫자는 70명정도.. 해외진출하는 선수까지 합치면 80여명정도 될까요?

그나마도... 프로무대에서 오래오래 살아남는 확률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죠.


고교때까지 야구만 하다가 프로입단-대학진학 모두 실패한 선수들...
대학때까지 야구만 하다가 프로입단을 못한 선수들...
프로에 입단은 했지만 몇년 못버티고 젊은 나이에 방출되는 선수들...


이 중에서 계속해서 '야구'와 관련된 직업을 찾게 되는 비율은 무척 작겠죠.

이들에게서 '야구'외에 다른 밥벌이 수단을 찾으라고 한다면?



김C는 이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선수들중에서도 무척 잘된 케이스죠.


어느정도 잘나갔던 프로선수들조차도 은퇴후 야구관련일을 계속 하지 못하게 되면 고생하게 되는 케이스가 참 많다고 하죠.


이호성선수 사건때 PD수첩인가에서 이에 관련하여 이병훈씨의 인터뷰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이병훈 본인도 은퇴후 먹고 살 걱정에 무척 막막했다고.. 그러다가 사기당해서 재산 다 날리고 큰 빚도 지고(프로 은퇴선수들중 세상물정 몰라서 사기당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하더군요), 그러다가 자기는 '해설위원'이라는 야구관련 직업을 갖게 되어 무척 행운인거라는 얘기를...


실제로 저희 둘째형님에게는 조폭 친구들이 꽤 많다고 하더군요. 대개 학교다닐 때 같이 야구를 했던 친구, 후배, 선배들이라고...



좀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하기에... 좀 더 수준높은 야구경기를 보고 싶기에... 야구의 저변이 확대되어 많은 초중고학교에 야구부들이 생겨나고 야구선수들의 숫자도 늘어나기를 개인적으로 무척 원합니다.


하지만 한국적인 엘리트교육의 상황속에서 그렇게 늘어난 야구선수들이.. 다른 것들은 대개 배제한 체 오직 야구만 하며 성장한 야구선수들이... 후에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야구랑 관련된 일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된다면?


저변확대가 된다면 더 많이 쏟아져 나올 야구선수들을 우리 사회가 받아줄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저변확대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야구와 관련된 일이든 아니든 말이죠. 어린 야구선수들에게 알지 못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능한 제거해 주는 것도 야구저변확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 얘기를 하고 싶어 장황한 글을 썼네요. ^^;



얼마전 고교야구경기를 평일에는 하지 않고 주말에만 열기로 했다는 기사가 떴더군요.

또한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고자 하는 학교도 늘어나는 듯 싶구요.


중고등학교때 운동 몇시간 안하고 수업 몇시간 더 듣는게 얼마나 사회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냥 야구만하다가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부분에 있어서도 여러 대안과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