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하이히트, 모굴, 파와푸로
- 작성일
- 11-01-04 22:30
제가 엥간한 야구게임은 다 겪어 봤어요. 직접하진 않아도 동영상으로 보기도 하고, 하는 거 지켜보기도 했죠. 컴퓨터로 제일 처음 열심히 한 건 역시 하드볼이죠. 시리즈 이어가며 정말 많은 게임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 하이히트, 모굴을 많이 했고, 플스가 생긴 뒤로는 파와푸로 시리즈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 세 게임을 이야기하는 건 이 세 게임이 야구를 보는 세 시선을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하이히트 류의 야구게임은 야구 경기 자체 중점을 뒀습니다. 이후에 MLB 쇼나, MVP도 이런 계열이죠. 선수를 육성하는 모드도 있고, 모굴 같이 단장이 되서도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야구게임이었습니다.
베이스볼 모굴과 최근 인기가 많은 프야매는 단장 중심의 게임입니다. 단장이 되어 팀을 구성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야구를 즐깁니다. 성질 급하진 분은 단장 체면도 잊고 경기에 개입하기도 하더군요. ^^
파와푸로를 많이 하셨는지는 모르겠네요. 일본 게임이고, 번역도 잘안되었으며, 게임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위의 두 시리즈에 비하면 접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파와푸로에서 가장 재밌는건 육성모드입니다. 선수를 고등학교 때부터 키워 1류 선수로 만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잘 키우면 정말 리그를 초토화시킵니다. 연봉을 받아 장비도 사고, 집도 사고 결혼도 합니다.
자 봅시다. 여러 야구게시판에서 다양한 팬들을 보면 이 세 게임에서 느껴지는 관점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선수의 팬이 되어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며 열광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단장이 되어 시즌 전체를 내다보며 선수들의 과다한 연봉까지, 혹은 연봉 대비 고효율의 선수를 걱정하는 이도 있죠. 그리고 감독이 돼 경기 중 전략 하나하나에 세밀하게 집중하는 팬도 있습니다.
물론 이 세 가지 관점만이 야구를 보는 대표적 관점이라 말할 수는 없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관전법이 있겠지요. 그리고 단순히 하나의 관점만을 일관되게 유지한 채 야구를 보지도 않을 겁니다.
야구를 보는 관점도 유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프야매나 모굴과 같은 관점이 유행을 탄 것 같기도 합니다. 오프시즌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점차 단장이 돼 선수를 평가하고, 조련하는 데 많은 중심을 두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감독이 돼 야구를 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감독과 단장의 역할이 딱히 구분돼 있지 않습니다. 선수 구성을 책임지는 역할이 단장에게도 있지만 감독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거든요. 특히 선수 구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육성의 문제에 있어서는 말이죠.
반면에 선수의 관점에서 야구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실 한 선수의 관점에서 야구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야구는 연고지를 중심으로 한 팀 중심의 경기고 선수 한명 한명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관심을 받지 못하죠. 일본의 경우 선수 개개인에게 후원회가 조직돼 선수를 응원하는 문화가 있다고는 합니다. 우리의 경우 단순한 팬클럽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잡설이 길었는데, 우리의 경우 선수의 관점에서 야구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선수인권의 관점에서 야구를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팀을 위해, 자신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의 혹사, 끝없이 길어지는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 구단에게는 전혀 원칙적이지 않으면서 선수에게는 원칙적인 고무굴 규약 등등
선수가 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란 점들을 망각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선수가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 좋은 활약을 하고, 언제든 훈련하며 더 좋은 기량을 익히고, 적은 비용에 높은 효율을 내주기를 구단은 바랍니다.
그렇지만 팬들까지 구단의 입장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인간 보다는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관전의 즐거움을 위해 비인간적 대우에 대해선 입을 닫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인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의 시선에 들었으며 팬 자신들이 애정을 가졌다는 이유로 공인의 굴레에 씌우는 일이 온당할 지 의문입니다.
저도 하루 종일 일하면 쉬고 싶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싶습니다. 또 지쳤을 때는 휴가를 얻어 길게 쉬고 싶을 때그 있습니다. 제가 그렇듯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봅니다.
가끔은 단장과 감독의 시선이 아닌 선수의 입장에서 야구를 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가 경영자, 구단주의 마인드를 강요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우리들은 야구 선수들 처럼 피고용인의 신분일 뿐입니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너무 그들을 압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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