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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이 금메달(혹은 병역혜택)을 위해 싸울 때 조용히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이들이 있다. 상무, 경찰청 소속으로 2년 간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그들이다. 상무 소속 16명은 23일, 경찰청 소속 17명은 26일 제대했다. 상무, 경찰청이 아니더라도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했던 선수들도 속속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원 소속팀에 복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치열한 순위 싸움 때문이다. 아직까지 4강 다툼이 끝나지 않아 일부 구단은 군 제대 선수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 표적인 구단이 에스케이(SK)다. 에스케이는 현재 ‘정우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우람은 상근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비룡 군단의 든든한 불펜 요원이었다. 으뜸 구원 투수로, 1이닝은 거뜬히 막아주곤 했다. 박희수의 부상 이후 이렇다 할 소방수가 없는 에스케이로서는 2년 동안 푹 쉰 정우람의 어깨가 탐날 수밖에 없다. 이미 정우람은 팀에 합류해 불펜피칭을 하면서 어깨 상태를 점검받았다. 이만수 에스케이 감독이 정우람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하 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도박일 수 있다. 현재 에스케이의 4강 진출 가능성은 50%도 채 안 된다. 4위 싸움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엘지가 잔여 10경기에서 6승만 하면 4강은 거의 확정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10경기 남은 상황에서 1.5경기차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올 시즌이 예년과 달리 비상식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힘겨운 싸움이다. 확률 높지 않은 게임에 올인을 했다가는 훗날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시즌 뒤 보호선수 20명 외 한 명을 10구단 케이티(KT)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두 산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시즌 막판 정수빈이 골절상을 당하면서 부득이하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막 전역한 민병헌을 선수로 등록했다. 군 제대선수는 포스트시즌 출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은 잘 치렀으나 민병헌이 보호 선수 20인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두산은 고창성 등을 명단에서 제해야만 했다.

눈 앞에 놓인 떡이 탐스럽지만 덜컥 집어 먹었다가는 체할 수도 있다. 분명 ‘가을야구’는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싸움이다. 10월1일 정규리그 재개 2~3경기에서 4강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감독이나 구단의 손익계산도 더욱 바빠질 터다. 그래도 구단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군 제대 선수들은 시즌 내내 그랬듯이 잊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