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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왜 저런 선수를 뽑았냐…그 소리가 나를 키웠죠
ㆍ학창시절 집안 형편 넉넉지 못해 계속 야구할 수 있을까… 항상 걱정
ㆍ고3때 3전패 성적으로 운좋게 입단 입단 동기들도 내가 누군지 몰라
ㆍ다리 드는 타격폼 되찾고서 ‘술술’ 태극마크 양보했는데, 오히려 대박
ㆍ시즌 타율 3할 30홈런 자신충만 꾸준히 활약하면 해외 기회 오겠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영웅 이범호(한화)가 31일 스포츠칸과의 인터뷰에서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얘기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이범호(28·한화)를 31일 대전구장에서 붙잡았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위대한 도전’을 일궈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그는 요즘 무척 바쁘다. 이날도 서울에서 모그룹의 행사가 예정돼 있어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슈트로 갈아입고 구단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신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하지만 요즘은 그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다. WBC에서의 활약으로 야구 인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서인지 그는 요즘 ‘생각의 범위’가 커졌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고민도 많이 늘었다는 그를 만났다.



#“말 참 많았어요”

그의 야구 인생,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지만 그는 “초·중·고교 시절 야구 인생 자체가 위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집 살림이 넉넉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았던 학창 시절. 하지만 어머니(박성순씨·53)는 아들이 기죽지 않도록 용돈을 다른 친구에 비해 두배로 줬고, 아들은 집안 형편과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았기에 받았던 용돈을 마음껏 쓰지도 못했다. 대구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시던 아버지(이광희씨·55)는 빠듯한 살림으로 아들을 야구 선수로 키웠다. 그러는 동안 이범호는 항상 ‘내가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단다.

한화에 입단하게 된 과정은 눈물겹다. 2000년 2차 1번 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지금도 당시 정영기 스카우트(현 경찰청 코치)를 잊지 못한다고.

대구고 출신 이범호는 고3때 전국대회 성적이 3경기 출전에 3전 전패였다.

“보여준 게 너무 없었어요. 프로 구단 스카우트가 내가 뛰는 모습을 볼 기회가 어디 있어야지요. 그때는 프로에 못 가겠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당시 대구고 박태호 감독과 롯데에서 같이 선수 생활을 한 인연이 있는 정영기 스카우트가 대구고의 연습경기를 가끔 관찰했던 게 계기가 됐고, 이범호는 그때 정영기 스카우트의 눈에 들었다.

“정 코치님이 학교에 오는 날이면 안타 3개, 홈런, 2루타 2개…. 뭐, 이렇게 쳤어요. 수비도 잘 됐고요. 눈여겨 보셨는지 어느 날 정 코치께서 ‘뽑아줄게’라고 말씀하셨어요. 고교 동기생 16명 중 저 말고는 경성대에 진학한 2명만 야구를 계속했죠. 저는 진짜 운이 좋았습니다.”

한화 입단 동기생 조규수(2000년 1차 지명)는 입단 당시 이범호가 어떤 선수인지 알지 못했다.

“지금이야 규수와 절친한 친구가 됐지만 그때는 저만 규수를 알고 있었지, 규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거예요. 규수는 전국구 스타였고 천안북일고도 잘 나갔죠.”

그런 만큼 그의 입단에 말이 많았단다.

“아무것도 없는 선수인데 어떻게 2차 1번으로 뽑았느냐”는 여러 사람의 볼멘소리. 그는 “이를 악물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라고 회고했다.



#“다리를 들면서 야구도 일어섰습니다”

당연히 프로 적응도 쉽지 않았다.

“수비 실수도 많고 공격도 잘 안 됐어요. 2004년부터 주전 3루수로 뛰었는데 한 3년 동안은 강석천 코치님의 백업 선수였죠.”

그런 동안에 또 한번의 계기가 생겼다. 오늘날의 호쾌한 스윙이 완성된 게 2004년이었다.

“처음에는 장타에 대한 생각뿐이었죠. 그게 없으면 경기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프로에 왔더니 다리를 들고 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타격시 발을 움직이지 않고 쳤는데 잘 안됐어요. 고교 때는 다리를 들고 쳤거든요. 2004년에 당시 유승안 감독이 다리를 들고 쳐보라고 했어요. 고교 때 생각이 다시 나더라고요. 타격도 잘됐죠. 다리를 다시 들면서 야구 인생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박입니다. WBC”

WBC에서의 활약상은 그 자신이 생각해도 가슴 뿌듯하다. 하지만 이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표팀 탈락의 위기. 그는 박진만(삼성)이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그와 박기혁(롯데) 중 1명이 대표팀에서 빠져야 한다는 김인식 감독의 말을 들었다.

“WBC라는 큰 대회인데 나가고 싶었죠. 그리고 올해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데 나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도 안 해본 게 아니죠. 하지만 기혁이가 마음에 걸렸어요. 전력상으로도 이대호와 최정이 있으니 내가 빠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께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결국에는 대표팀에서 같이 뛰게 됐네요.”

결국 대박이었다. WBC 일본과의 결승전 9회 동점타를 쳤을 때 대한민국에는 ‘꽃범호 열풍’이 불었다. 이번 대회 홈런 3개 등 그는 자신감이 한껏 붙었다.



#“타율 3할에 30홈런, 자신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 예상을 한번 해보라고 부탁했다.

“1회 WBC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연습했어요. 그런데 백업 선수여서 우리 팀이 이겨야하니까 주전 선배들이 연습할 때 쉴 수밖에 없었어요. 연습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죠. 그래서인지 2006시즌 성적도 안 좋았고 체력도 많이 떨어졌어요.”

시행착오를 겪었더니 이번에는 잘 할 수 있었다는 이범호.

“이번에는 초반부터 연습을 많이 했어요. 일찍부터 훈련을 많이 했죠. 대표팀 소집 전부터요. 그랬더니 제대로 맞춤식 훈련이 된 것 같아요. 대표팀에 가서도 다른 선수들보다 펑고도 더 많이 받았죠.”

곧바로 공약이 나왔다.

“올시즌에는 타율 3할에 30홈런을 칠 자신이 있습니다.”

호언장담하는 스타일이 아닌 이범호인데 한번 세게 말했다.

꿈을 진전시켜 보라고 권유했다. 이어지는 그의 담백함.

“해외 진출은 누구나 꿈꾸지만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구체적으로 연락온 팀도 없고요. WBC에서 잠깐 잘했고, 올해 FA가 된다고 해서 외국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면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요.”

이어 “우리 팀이 올해도 하위권이라는데 작년도 그랬어요. 하지만 이번 WBC에서도 봤듯이 야구는 수비를 잘하면 강팀이 될 수 있어요. 작년에 한화가 최소 실책 팀입니다. 수비 잘해서 이기는 경기가 많아요. 올시즌에 앞서 체력 소모가 좀 많았지만 음식 좋은 것 먹고 많이 자면 나아질 거예요. 시즌 초반 성적이 조금 안 좋더라도 올 시즌 제대로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WBC를 통해 앞으로 야구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는 항상 그런 마음입니다.”

<대전|김관기자 kw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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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시절 정말 고생많았던 우리 이범호 선수 인터뷰네요.

못생겼다고 트레이드 시켜버리라는 얘기도 들었고, 한때는 알렉스 멍게 소리도 들었던 범호인데,.
이제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3루 날개가 되어버렸군요. ^^

3할에 30홈런 여기서도 기대하고, 겨울에 목표로 삼았던 20-20도 살짝 함께 기대하여봅니다 ^^
원래 이범호 선수를 리드오프감으로 생각하고 영입했었는데..

한화라는 팀이 진짜 정책적으로 신인시절 부터 재대로 키워낸 선수 중 하나죠.
차근차근 한단계씩 밟아서 이제는 누가 머라고 해도 한화의 얼굴이 되어버린 선수이니 ^^

암튼 꽃범호 화이팅~~ 입니다 ^^


김태균&이범호, 한화 이글스의 해와달. 진짜 이번 시즌이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