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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참 상식적이지 않아서, 어떻게 이 상황을 봐야할지 난감합니다. 안영명은 이틀 전에 선발로 나와 39개를 던진 뒤 허리 근육통을 느껴 내려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선발이라하니 참 놀랍습니다.

현대 야구가 발전하면서 분명해진 사실 하나는 투수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결국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라는 겁니다. 무리해서 많이 던지면 망가진다는 게 거의 분명한 사실인 겁니다. 앞서 말했듯 몇몇 예외는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투수는 망가집니다.

동기부여와 정신력이 굉장히 중요한 말이긴 한데, 이것도 체력이 뒷받침 되고, 최소한의 휴식이 보장될 때 성립되는 겁니다. 따라서 체력적 뒷받침이 안 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투구는 언제나 부상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야구하는 건, 단순히 좋은 투수가 많아서만이 아니라, 그렇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며, 선발을 길게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선발의 비정상적 운용은 단기적으로는 득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의 소중한 자원인 투수를 망가트리는 길입니다.

그리고 몇 년간 불펜 투수를 마구 쓸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경기수의 증가입니다.  예전에는 126경기, 133경기로 한 시즌을 치뤘는데, 올 시즌에는 144경기를 치룹니다. 경기 수의 증가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옵니다. 직접적으로는 경기수가 많아져, 경기수에 9이닝을 곱한 만큼의 이닝을 투수가 더 던져야 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기수 증가의 간접적 효과는 휴식일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에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작정 경기를 취소하고 뒤로 넘길 수는 없습니다. 144경기는 휴식일 포함해서 꼬박 5개월 이상이 필요합니다. 포스트일정까지 생각한다면, 9월이 다 가기전에 페넌트레이스를 끝내야 하기에, 7~8월이 되면 지금처럼 쉽게 경기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를 하게 될 상황이 올 겁니다.

과거 장마철과 여유로운 추가 일정에서 소수의 선발을 기용하며, 불펜을 한 경기 한 경기 집중적으로 투입하던 여유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팀의 증가에 따라 과거처럼 팀당 좋은 투수의 숫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팀에서 9, 10번째 투수가 신생 두 팀으로 이적했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그러므로 각 팀마다 과거 좋은 투수 중 1~2명이 이적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인 외 지명에서 한 명씩 나가긴 했지만, 수년간 1차, 2차 지명의 상당수를 신생팀에 우선권을 준 것의 효과가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NC가 창단하기 전 상황과 달리, 좋은 투수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지금 1군에서 주전으로 도약해야 할 1990~1995년생 선수들이 월드컵의 영향으로 운동 능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좋은 선수의 부족 현상은 몇 년간 두드러질 겁니다.

그래서 아마 불펜 야구는 계속 더 힘들어질 겁니다. 물론 한화 김성근 감독의 운영 능력이라면, 최소한 일정 정도 이상의 성적을 거두긴 할 겁니다만, 팀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며 오랜 시간 투수를 아끼며 육성한 삼성에 비해 최소 몇 년간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예상인 만큼 김성근 감독이 이런 제약 조건을 극복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 이번 안영명 선발 등판을 보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