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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타격이 일찌감치 타진 덕분에 쉽게 1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투수 쪽에서도 니퍼트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6이닝을 막아줬고, 이혜천, 변진수, 이재우가 나와 무난히 경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오늘 경기 승부에 있어서는 오재원, 김현수의 만루 홈런 이외에는 경기에 있어 큰 변수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짚어봐야할 점은 오재원 6번 기용입니다. 오재원은 2011년 도루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발이 빠른 선수이고, 컨택 능력과 작전수행능력이 좋고, 기민한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기에 주로 9, 1, 2번의 테이블세터에 기용되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는 7, 8번 기용도 있었지만 이는 수비에 중점을 둔 기용이었을 뿐입니다.

오재원의 6번 기용은 오늘 가장 의외였지만, 오재원의 만루홈런은 김진욱 감독이 올 한 시즌 내내 그을 6번에 계속 배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겨우내 몸을 불려 거의 다른 체형이 된 오재원은 지난 시즌 부상 등으로 인하여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자 스스로 상당한 위기감을 갖은 것 같습니다. 1985년생 대졸 선수인 그는 군입대를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으므로 2014년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노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험난한 팀내 내야 경쟁을 뚫는 것이 절실했을 겁니다.

오재원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뚜렷한 포지션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격수는 손시헌, 허경민, 김재호로 인해 일찌감치 배제됐고, 3루도 김동주, 윤석민, 이원석이 지키고 있으며, 이원석은 3루 수비에 있어서는 오재원에 비해 상당히 비교 우위가 있습니다. 2루도 고영민, 최주환이 주전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오재원은 이를 수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팀내 멤버 중 수비가 가장 낮다고 할 수 있는 1루는 파워포지션인 만큼 경쟁자들 또한 중량감이 만만치 않습니다. 최준석, 오재일에 이적한 홍성흔이 있으며 윤석민, 김동주 등도 언제든 1루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거기에 김현수도 간간히 1루를 지키니까요.

오재원이 팀 내 경쟁에서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을 겁니다. 수년간 멀티포지션 백업으로 1군 엔트리에 들었지만 비슷한 유형의 김재호, 허경민과 경쟁하기 보다는 선명한 장점을 획득해 주전을 꽤 차는 것이지요.

지난 2년간 두산은 장타력 부재에 시달렸습니다. 김현수, 최준석, 김동주, 양의지 장타력은 증발했으며, 기대했던 윤석민, 오재일 또한 장타력의 성장이 지지부진했지요. 팀내에 발빠른 선수는 늘었지만 장타력을 가진 선수는 실질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따라서 오재원은 내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장타력 증가를 위한 벌크업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6번 기용은 김진욱 감독이 오재원의 변화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긍정적인 판단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만루홈런이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왔기에 당분한 오재원의 6번 기용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최준석, 윤석민, 오재일 등은 긴장하게 됐습니다. 또 공석이 된 2번자리에 오늘 나온 손시헌, 허경민, 고영민, 민병헌, 정수빈 등이 번갈아 가며 기용될 것 같고 최준석이 1루, 오재원 2루 기용되는 날에는 김현수가 2번에 전진배치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이종욱-김현수-김동주-홍성흔-최준석-오재원-손시헌-양의지-정수빈).





P.S. 내야 뎁스가 깊긴 엄청 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