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선동열



야구가 시작되는 구장에는 
관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경기 속의 번트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기록지에 하나 둘 새겨지는 번트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9회가 오는 까닭이요
내일 경기가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임기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번트 하나에 진루와
번트 하나에 병살과
번트 하나에 선행주자아웃과
번트 하나에 세잎과
번트 하나에 에러와
번트 하나에 코감독, 코감독

감독님 나는 번트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해태 때 경기를 같이 했던 선수들의 이름과, 조. 범. 현 이런
전임 감독의 이름과, 벌써 팀의 감독 된 레전드들의 이름과,
잘렸던 경질 감독들의 이름과, 일호기, 퇘아지, 텔미, 노송, 노망주,
프랑코, 라이언 마리오 리마 이런 선수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홈이 아슬히 멀듯이,

감독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제주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번트가 쓰인 기록지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펜으로 지워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연습하는 타자는
부끄러운 번트실패를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야구에도 봄이 오면
구장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구장 위에도
자랑처럼 우승이 무성할 거외다.

무사엔 번트 대겠소


                      선 동 열

무사엔 번트 대겠소
홈이 한참멀어

선빈이 대고
영훈으론 강공 하지오

주자가 꼬인다 안댈리 있소
원 아웃은 공으로 들으랴오

점수가 나걸랑
함께 와 좋아해도 좋소

왜 대냐건
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