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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이 신중해졌다. 1차 스프링캠프인 미국 플로리다 훈련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지만 올 시즌 마무리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해 농사를 결정지을 선택인지라 아무리 급해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로 했다.

당초 이 감독은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마무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지난해 시즌 막바지에 김광현의 보직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고, 10월3일 문학 넥센전에서 팀이 10-6으로 앞선 9회초에 김광현을 마지막 투수로 넣었다. 마무리 투수 변신을 염두에 둔 기용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내년 셋업맨 박희수-마무리 김광현을 생각하면서 한번 시험 가동을 해봤다”고 했다.

SK 김광현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을 추진한 배경에는 박희수라는 리그 정상급 필승 요원과 보조를 맞춰 불펜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난 세시즌 동안 왼쪽 어깨 부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김광현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기대 효과가 깔려 있었다. 김광현이 마무리로 뛴 경험은 없지만 공이 빠르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에서 뒷문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고 있다.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진이 전반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이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했다. 주축 투수들은 예정보다 빠른 페이스로 불펜 피칭에 돌입했다.

김광현도 지난달 27일 첫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다양한 구종을 37개 던졌는데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공의 위력에 앞서 지난 몇년간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제대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했던 김광현이 건강한 모습으로 공을 던진 것 자체가 기대를 높인 요소였다.

이 감독은 이제 김광현뿐 아니라 지난해 마무리였던 박희수와 새 용병 투수 로스 울프까지 마무리 후보로 놓고 있다. 2012시즌 홀드왕(34개) 박희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무리한 탓에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첫 마무리 시즌에 24세이브(1승2패 1홀드, 방어율 2.27)를 올렸다. 올해는 몸을 잘 만들어 스프링캠프부터 어필하고 있다.

SK 박희수

선발보다 중간 경험이 많은 울프도 불펜 요원으로 뛸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울프는 마이너리그 통산 478경기(메이저리그 47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것은 18경기(3경기)에 불과하다. 울프의 선발 적응이 여의치 않으면 마무리로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

이 감독은 “(김광현과 울프의)모든 훈련은 선발을 소화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실전 위주로 진행되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3이닝 정도 던지면서 전체적인 것을 평가해 (보직을)결정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가을야구’ 복귀를 노리는 SK의 뒷문 강화 카드는 누가될까. 주인공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정리되는 2월말쯤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K 로스 울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