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vs삼성 2연전 감상평
- 작성일
- 13-03-31 21:39
- 1 차전
개인적으로 경기의 향방을 가른 장면이 두 군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오재원의 만루홈런이었는데, 홈런을 맞은 뒤 배영수의 표정은 '어 저게 넘어가네?'라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배영수 - 진갑용 배터리는 오재원이 심지어 밀어서 담장을 넘기자 배영수의 패스트볼 구위가 타자를 이기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 듯 하다. 결국 그 이후 도망다니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지만 두산 타자들이 말려들지 않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두 번째는 진갑용의 포일이었다.(폭투로 기록되었겠지만 진갑용의 포일이나 마찬가지였다.) 2회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을 2루수 직선타에 이은 더블 아웃으로 넘기고, 3회 중심 타선을 깔끔하게 제압한 후 맞은 4회. 2사 1, 2루에서 손시헌을 삼진 잡으며 이닝을 끝낼 수 있었음에도 진갑용의 포일로 만루가 되었다. 배영수는 맥이 풀렸고,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던진 초구가 실투가 되자 김현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여기서 게임 끝.
일방적인 경기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을 면하게 해준건 전적으로 박석민의 공인데, 1회 타석에서 승부 자체는 니퍼트가 완전히 이긴 싸움이었지만 팔 스윙과 손목 힘만으로 바깥쪽 공을 당겨서 담장을 넘겼다. 그 공을 그렇게 쳤는데 그게 담장을 넘어가면 솔직히 투수는 답이 없다. 개인적으로 박석민은 한 가지를 제외하면 최소한 최정과 동급의 3루수라고 생각한다.(그 놈의 유리몸...)
- 2차전
윤성환이 어짜피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는 아닌데, 날씨부터 투수에게 불리했다. 윤성환의 주무기인 커브는 낙차가 그리 좋지 못했고, 패스트볼 제구도 평소에 못미쳤다. 그렇다고 해도 4회를 못버틴건 이지영의 탓도 있는데, 커브를 제외한 윤성환의 변화구가 아무리 좋지 않다고 해도 윤성환 같은 타입의 선발 투수를 사실상 2 피치 투수로 만들면 왠만한 타선 상대로는 견딜 수가 없다.
올슨의 경우 패스트볼의 구위는 상당했고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큰 키가 아님에도 머리 위에서 찍어 누르는 듯한 투구폼이었는데, 그런 투구폼으로 그 정도 제구력을 가진 투수는 많지 않다. 주무기라는 파워 커브(슬러브라고 하던데 어딜 봐도 파워 커브다.)도 좌타자 상대로는 위력적이어서, 좌타자가 공략하기는 쉽지 않은 투수로 생각된다.(오늘 맞은 6안타 중에서 좌타자에게 맞은건 최형우에게 맞은 땅볼 안타 2개 뿐이었다.) 문제는 우타자 상대로 패스트볼을 보조할 체인지업이 낙폭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패스트볼과 속도차도 크지 않았다.) 올슨이 KBO에 연착륙할 수 있느냐는 우타자 상대로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붙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듯 하다.
김상현은 올슨 다음으로 나와 윤성환과 비슷한 패턴으로 3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는데, 두산 5선발은 김상현으로 결정된 듯 하다. 양상문 해설은 방송에서 '왜 두산이 김승회를 내줬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는데, 눈 앞에서 김상현의 투구를 보면서도 그런 의문이 왜 들었는지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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