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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승부처

롯데 - 6회말
  시리즈 시작 전 롯데의 키워드 이닝은 6회가 될걸로 생각했다. 롯데의 불펜이 질과 양에서 준수한건 사실이지만, 롯데 불펜은 삼성이나 SK처럼 좌우 안가리고 1이닝을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으며, 그 보다는 상대에 따라 철저하게 데이터에 맞춰 등판해서 '장점으로 단점을 공격하는' 형태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는 선발이 6회까지 마운드에 서있는게 중요했다. 일단 선발이 6이닝을 책임져주면, 설사 박빙이더라도 3이닝을 누를 힘을 롯데 불펜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차전에서 송승준은 그 미션을 거의 달성할 뻔 했다. 내야진이 불을 지르지 않았더라면.
  오늘 경기에서 보다시피, 두산과 롯데의 전력 차는 거의 없다. 승부는, 팽팽한 가운데 누가 먼저 무너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런 시리즈에서 내야 수비진이 불안하다는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앞으로 등판할 유먼이나 사도스키가 주로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타입의 투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9월 내내 죽쑤다 마지막에 부활한 타선이 그 기세를 이어나가며 승리한 것을 고무적이지만, 롯데는 그 못지않은 상처 또한 입었다.

두산 - 7회초
  롯데와는 달리 시리즈 시작 전 두산의 키워드 이닝은 7회였다. 홍상삼과 프록터라는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셋업맨 - 마무리 조합을 갖춘 두산으로서는 어떻게 이긴 채로 이 둘에게 8회를 시작하도록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했다. 셋업맨을 7회부터 기용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을 제외하면 박빙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불펜이 없는 두산에게는 홍상삼의 조기 투입은 장기적으로 볼 때 독약이 될 확률이 아주 높았으며, 팀의 불펜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홍상삼에게 너무나 지나친 짐을 안기는 일이 될 터였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그런 문제들을 깔끔하게 씹고 홍상삼을 무려 7회 1사에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그리고 그 강수는 대성공 일보 직전에서 대타 동점 투런 홈런으로 악수로 돌변했다. 7회를 변진수와 김창훈으로 막고, 홍상삼에게 8회만 맡겼더라면 자신의 책임 이닝에 아웃 카운트 단 한개 만을 남겨두었던 홍상삼의 블론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결과만으로 얘기하는 것일까?
  덤으로, 같은 상대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무너지면서, 두산 코칭 스텝은 시리즈 1차전을 응원하러온 홈 팬들에게 '무능하다'라는게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2차전 예상

  이용찬에게 걸린 짐이 너무 무겁다. 1차전의 홍상삼의 투구수를 생각한다면 홍상삼의 조기 투입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다.(이번에는 프록터 5 아웃 책임제?) 홍상삼과 프록터를 제외하면 박빙에서 부활한 롯데 타선을 저지할 만한 투수가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용찬은 7회를 책임지려할 것이며, 현재의 롯데 타선에게 여력을 남긴 피칭으로는 무실점 저지는 어렵다. 이용찬이 5회까지 몇 점으로 막느냐에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유먼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두산 타선이 정상급 좌완을 상대로 많은 점수를 뽑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롯데는 오늘의 폭풍 실책이 투수들, 특히 유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기 초반 야수진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 실책이나 어설픈 수비가 하나라도 나온다면, 투수가 야수를 믿는 피칭을 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 타선이 이용찬으로부터 최소라도 3점은 뽑을 것이기 때문에, 6회까지 2점 정도로만 막아낼 수 있다면 롯데가 2차전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 반면 두산이 경기 초반 3점 이상으로 리드할 수만 있다면 롯데는 유먼을 무리시키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두산이 2차전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