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우문현답, 현문현답. 야구의 '얼척' 없는 질문. 여기 다 덤벼라.
베이스볼긱이 야구 마니아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는 까다롭습니다. 평소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자주해 긱(GEEK, 괴짜)이라 손가락질 받던 여러분! 세상 누구도 묻지 않았던, 살아있는 질문만 받습니다. 엄격한 질문 선별 과정을 거쳐 긱(GEEK)의 시각에서 진지하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베이스볼긱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최초의 모바일 야구신문입니다.

Q. 일간스포츠 애독자입니다. 인터넷 뉴스를 보면 댓글에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댓글을 볼 때마다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를 합성한 신조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합정동에서 피터 개몬스)

사실 저는 '기레기'라는 단어보다 지역색을 거론하는 댓글이 더 아픕니다. 저는 올해 KIA와 NC를 맡고 있습니다. 기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KIA 담당 기자들은 '홍어'라는 댓글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죠. 지난해 처음으로 KIA를 담당하게 된 후 '전라도의 떠오르는 홍어 기자'라는 댓글을 보고 실소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네요. 과메기니, 홍어니. 비판과 평가가 아닌 욕설과 폭언에 대응할 필요없다는건 저도 잘 압니다만. 
포스트시즌에 앞서 나오는 '담당 기자의 편파 관전평'이 나오는 날에는 온라인 기사는 물론 메일 사서함도 악성 글로 가득 찹니다. "네가 그러고도 기자냐. 이 '얼빠X'야"라는 메일을 보면 참 슬프죠. 그래서 기자 중에는 가족들에게 댓글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읽어봐야 상처만 받기 때문이죠.

스포츠 전문 기자, 특히 야구 기자는 1년 중 상당 시간을 경기장에서 보냅니다. 프로 스포츠 중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종목은 야구가 유일하죠.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중앙일보-일간스포츠- 베이스볼 긱 소속 기자들의 하루는 오전 8시 부터 시작됩니다. 오전 마감을 마치면 오후 3시께 야구장에 가지요. 이후 경기가 시작할 때까지 더그아웃 취재를 하고, 6시30분 부터는 야구를 봅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더그아웃에서 취재한 기사를 3~4개가량 소화합니다. 9시30분~10시께 경기가 끝나면 다시 마감에 들어갑니다. 보통 기사를 다 '털면' 밤 10시 45분 정도 됩니다. 오전 마감을 합쳐 하루 6~7개의 기사를 생산하는 편입니다. 잠실이나 목동 등 수도권에서 취재를 했다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지방 원정의 경우 별도의 회식이나 일정이 겹치기도 합니다.

한때 스포츠계에는 신문이 딱 3곳뿐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간스포츠(1969년 창간)-스포츠서울(1985년 창간)-스포츠조선(1990년 창간) 입니다. 당시는 매체가 적었기 때문에 기사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했습니다. 단독경쟁도 치열했죠. 우승 밥 먹듯이 하던 인기구단 해태(KIA의 전신)에는 한때 세 명의 기자가 1-2-3진으로 구성되기도 했다죠. 하지만 온라인매체가 늘어나면서 각 사들은 질보다는 양, 단독보다는 속보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잘 읽히는 기사, 클릭수가 많은 기사, 팬들을 낚시하기 좋은 기사가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때문에 현장에서 '웃자고' 한 말이 엄숙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포장된 채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릴 때도 잦습니다. 감독들이 "아, 옛날 그 시절이 그립다"고 씁쓸하게 웃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요.

'기레기'라는 말도 매체가 부쩍 늘어나고 그에 따라 속보 경쟁에 다들 뛰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보도, 특정인의 한 마디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 쓴 기사가 범람하며 생긴 신조어라고 생각합니다.

일간스포츠가 창간한 스포츠 긱은 속보 경쟁의 시대에 깊이 있는 인터뷰, 현상보다는 배경을 설명하는 기사를 추구하는 매체입니다. 단편적인 보도에 그치지 않고 밀도 있는 인터뷰를 지향합니다. 기자만 기사를 쓰라는 법은 없지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인식-김성근-이순철 등 야구계 원로들이 직접 기사를 생산합니다. 야구선수 뿐만이 아니라 범 프로야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긱의 취재 대상입니다.

베이스볼 긱도 이제 런칭 4개월을 넘겼습니다. 단기간에 많은 회원들이 긱 앱을 설치했고, 고정적으로 기사를 받아보고 계십니다. 기사 밑에는 '어서 2부를 올려달라', '다음 기사가 기대된다, '베이스볼 긱 은근히 읽을 거리가 많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뭐든 처음 시작이 어렵지요. 베이스볼 긱도 걸어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울퉁불퉁한 자갈밭만 돼도 괜찮겠는데 사방이 가시 덤불입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와 각종 매체들이 속보싸움을 할 때 농도 짙은 기사를 생산하겠다는 베이스볼 긱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456&article_id=000000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