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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203㎝)는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최장신 투수였다.

그러나 올시즌 니퍼트는 리그 최장신 선수라는 타이틀을 내줘야 한다. 팀내에서만 니퍼트를 넘는 최장신 2명이나 나타났다.

새로 니퍼트와 호흡을 맞추게 될 크리스 볼스테드는 207㎝의 키로 리그 최장신 투수가 됐다. 볼스테드와 키가 똑같은 토종 선수도 있다. 지난해에 공익근무로 선수 등록이 되지 않았던 장민익도 팀에 복귀해 다시 최장신 투수에 복귀했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크리스 볼스테드 |두산 베어스 제공

2m가 넘는 프로야구 선수는 몇 손가락에 꼽힐 만큼 흔치 않다. 체격이 건장한 선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2m를 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일례로 류현진이 뛰고 있는 LA 다저스에는 2m 장신 선수는 없다.

두산은 2m 이상 선수를 한꺼번에 3명이나 보유하게 됐다. 이들이 야구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잠실 종합운동장을 서성인다면 농구선수들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다.

이들 뿐 아니다. 새 외국인타자 용병 호르헤 칸투의 키도 192㎝나 된다. 또 김현수와 오재일도 각각 188㎝와 187㎝로 야구선수로는 키가 꽤 큰 편이다.

두산은 13년 전인 2001년 ‘씨름부’로 통했다. 당시 프로야구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에 투자하는 선수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였다.

두산 선수들은 트렌드를 이끄려고 하는듯 앞장서서 몸집을 불렸다. 그리고 탄탄탄 근육질의 몸으로 홈런을 펑펑 날렸던 우(타이론 우즈)·동(김동주)·수(심정수) 트리오가 그 중심에 섰다. 당시 김인식 감독은 먹고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야구선수가 아니라 씨름선수 같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심정수·우즈·김동주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이 ‘육상부’로 불린 시절도 있다. 2004년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두산은 번개처럼 빠른 팀컬러로 변신했다. 베테랑들이 빠진 자리를 젊고 빠른 선수들이 채웠다. 선수들은 출루만 하면 앞다퉈 다음 베이스를 훔쳤다. 그 덕분에 2007년에는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이 나란히 30도루를 돌파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한 팀의 세 타자가 30도루 이상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두산은 농구부로 변신했다. 큰 키는 모든 운동에서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유리한 조건인 것은 맞다. 특히 투수는 장신이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에서 용병 원투펀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두산은 씨름부로 불리던 2001년 한국시리즈 축배를 들었다. 올해는 ‘장신군단’이 순위표 가장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