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수술을 많이 했어요. 정리를 해야 할 지경이에요.

"2009년부터 수술을 받았어요. 2009년 11월에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2011~2012년에 손가락 수술을 두 번 받았어요. 그리고 지난해 어깨 회전근과 뒷쪽 연골 수술한 거에요. 5번. 팔을 바꾸고 싶어요. 갈아 끼우고 싶네요.(웃음) "

-손가락은 증상이 어땠어요?

"공을 던지고 나면 중지가 소시지처럼 부었어요. 한 번했는데, 재발해서 미국 가서 다시 받았어요."

-전신마취였나요?

"손가락은 부분 수면마취였고, 토미존과 회전근 수술은 전신마취였어요. 사람들은 토미존이 아프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 작년에 받았던 어깨 회전근과 관절 수술이 가장 힘들었어요."

-회전근은 정확하게 어떤 상태였나요.

"고무줄 생각하면 돼요. 닳아서 얇아진 상태. 저는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니고, 60~70% 정도 닳았어요. 어깨 뒤쪽 관절은 찢어졌고요."

-만신창이네요. 오른팔을 떠올리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불쌍하다. 그리고 미안하다. 제 팔 생각하면 불쌍해요. 오른팔은 관절마다, 부위별로 다 칼을 댔어요. 제 몸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늘 있어요."

-지금도 통증이 있죠?

"네. 있죠. 그런데 정상적인 범주고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던지는 힘이나 추가 통증 여부는 공은 던져봐야 알아요. 5월부터 캐치볼 시작할 것 같아요."

-복귀는 언제로 잡고 있어요?

"올해 가을야구에서 보자고 했다니까요(웃음). 내년시즌이요. 저는 내년을 잡고 있어요. 이곳 재활 센터에서도 그때를 목표로 잡고 최대한 움직이고 있고요."

-KIA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다른 것 같던데. 내 후년에도 어렵다는 말도 있고요.

"구단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정상적인 그러니까 예전같은 구위를 되찾는 시간을 감안한 게 아닌가 싶어요. 어깨 수술은 워낙 재활과 복귀가 오래 걸려요. 쉽지 않고."

-고교시절 혹사당했다는 말이 늘 나오는 투수 중 한명이에요.

"아무래도 그 영향도 있겠죠. 팔이 아프니까 프로 입단해서 팔 대신 어깨로 던지고, 그러면서 회전근도 망가졌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주말 리그가 아니었어요. 당시는 어쩔수 없었어요. 모든 선수들이 다, 다 그랬으니까.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나 말고도 팀이 있었으니까."

-아마 야구 최대 스타가 감내해야 할 순서였을까요. '10억팔'이라는 수식어를 들으면 어떤 기분인가요?

"부담스러워요. 사실 그때는 기분 좋았겠죠.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정말 큰 돈을 받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10억이 그리 반갑지 않아요. 그냥 처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무난하고 꾸준하게 가는 야구 인생이 괜찮은 거 같아요. 기대가 크면, 그것에 미치지 못했을 때 배신감도 커지고 상처도 받으니까요. '갑툭튀'라고 하죠. 갑자기 튀어나온 선수. 처음부터 기대주가 아니어서 더 기대를 받는 그런 투수요."

-야구 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언제에요?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 시절이요. 입단 후 줄곧 아팠어요. 고교시절 영향도 있었고, 막 입단한 꼬마가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운 풍토였고요. 더블헤더를 치르면서 앞 경기에서 1이닝, 저녁 경기에서 2이닝을 던지기도 했었어요. 일주일 동안 선발 투수만큼 던졌던 때도 있었고요. 아파도 참았어요. 지금은 후배들 만나면 '혹시 아프면 참지말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조언하기도 해요. 결과론이지만, 입단해서 막 스무 살에 수술을 했다면 지금쯤 열심히 던지고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잘 참고 하다가 군 면제가 된 뒤, 몸 관리 한다는 말도 있었죠.

"그 말 자체가 정말 큰 상처에요. 솔직히 아는 분들은 아픈 걸 뻔히 다 알고 있었고요. '뭐를 해결했으니 이제 이걸 안 하겠다는 거냐'라는 말은 정말 좀 아닌 것 같아요."

-살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죠?

"배신하지 말자. 끝까지 배신하지 말자. 그래서 선, 후배들을 챙기기도 하고요."

-한기주는 지난 자신의 야구 인생에 배신한 적 없나요?

"네. 제 삶은 늘 배신의 연속이었지만, 제 자신이 야구에 배신한 적은 없어요. 저는 늘 충실했어요. 미련할 정도로."

-100m 달리기라고 한다면, 한기주의 야구 인생은 어디쯤 와 있나요?

"누구나 그래프가 있잖아요? 지금은 내려간 시점이니까 곧 올라갈 거에요. 앞으로 10년 더 야구 할 건데. 왜 웃어요? 30대 중 후반까지 야구 하고 싶어요."

-수술할 곳 더 남았나요? 이제 야구 지겨울 때 됐을 거 같아요.

"아뇨. 이제 칼 댈 곳도 없는데요(웃음). 이게 직업이에요. 한 때는 수술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직업이니까."

-타이거즈에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2006~2009년. 풀로 뛰었었고, 2009년에는 풀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어도 팀이 우승했었고요. 그때가 제일 좋았어요."

-아직 한기주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요.

"응원해 주세요. 언젠가 돌아갈게요, 챔피언스필드로요. 갈게요. 젊을 때 열심히 야구 하고 싶어요."

-지금 스물 여덟이죠?

"프로 9년 차, 만으로 스물일곱이에요. 아직 생일도 지나지 않았고요."

글을 읽다보니 마음이 짠하네요.. 서정환, 조범현..이 나쁜....

재활 열심히 하면 돌아올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운드에서 볼수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