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일찌감치 들어갔습니다. 이 얼마만에 맡은 잠실의 풀냄새인지...
외야에서 몇몇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더군요.

이승화 사인이 새겨진 사인볼을 들고온 친구,
그리고 우연히도 좌석 밑에서 낡은 야구공을 발견한 나.
타격연습 와중에 넘어온 공이겠지요.
여튼 이게 왠 떡이냐 싶어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외야로 향했지요.

다들 열심히 시합 준비하고 있는데 사인 하나 해달라고 조르기도 민망해서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좀 한가해 보이는 사람 없나 하구요. 개중에 아코치님이 젤 한가해보이시더군요.
외야 라인 따라 공 보내는 골프 연습하시던 난도 코치님.
2개월간 어학원에 40여만원을 들이부어 갈고닦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사인을 부탁했지요.
"Mr.  Arroyo~ please give your sign for my ball!!" -_-
다행히 알아들으신 아코치님의 사인 득템.

코치님 사인 하나로 만족하고 돌아가기엔 아무래도 좀 허전했습니다.
선수들의 사인을 받고 싶었죠.
저기 저만치서 몸을 푸는 장원준이가 보였지만 무심한듯 시크하게 우리를 지나쳐버리는 원준.
시합 생각에 여념이 없었는지 여성팬들의 사인 부탁까지 외면하며 지나가더군요.
그런 상황에 시커먼 사내놈 둘의 사인 요청이 귀에나 들어왔겠습니까. 이해합니다.

포기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멀리서~ 오렌지색 유니폼과 세련된 고글을 낀 한 선수가 걸어오더군요.
러닝 중 벗어놓은 모자를 줍기 위해서였죠.
이때다 싶어서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질렀죠. "사인 좀 해주세요~"

엔만한 롯데 선수들 얼굴은 다 아는데 도무지 매치가 안됩니다.
고글로 얼굴을 반이나 가려 놓았으니 더 그런것도 있겠지만...
사인 해주면 대충 그걸로 판독 하려고 했는데.. 무슨 글자인지도 모르겠고...;;
결국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고 돌아서는 그 선수.
끝내 000선수 화이팅이요~ 한마디를 못했다는...ㅡㅜ

그 선수가 만루 위기에서 선발 투수를 구원해서 등판했습니다.
백넘버 91. 그때 받은 사인에서 유일하게 판독 가능했던 #91의 그 선수.
아아 배장호였던 겁니다. ㅡㅜ
91 번호 달린 등을 보이며 뛰어가는 그를 향해 나와 친구가 동시에 내뱉은 그말.
"배장호였구나!!"

아아아.
왠지 넘 미안하네요.
사인 챙기면서 끝까지 못알아봐줘서.ㅡㅜ
매너 좋게 사인 해주던 장호가 우리 땜에 괜히 경기 앞두고 섭섭했던 건 아닌지.
어떻게 잘 막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주자 일소 2루타를 맞고 나니.. 그게 다 저 때문인거 같아 참 심란하더군요.
에효.

DMB에서 나오는 목동의 상황도 암울했고..
잠실은 순간의 흥분과 급좌절을 반복케 하는 3병살 크리.

여태껏 술먹다 이제 들어왔네요.

ㅡㅜ

안되겠어요.
다음 주 목동 갑니다.
시험이고 나발이고
직관 전적 빵승 2패라니.. 이건 뭐 참아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