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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의 승부가 연출된 오늘 엘지 - 두산전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선발 꾸역 맞대결도 똥줄타는 재미가 있었고, 타선들도 일발 장타와 절대 터지지 않는 적시타 사이를 오갔던 것, 그리고 보는이의 심장을 터트릴 것 같던 불펜 승부도 재밌었습니다.

1. 선발 심수창 - 김명제의 똥줄타는 꾸역 꾸역 승부.

심수창은 6.2이닝 동안 100개 넘는 공을 던지며 9안타 2볼넷 2실점하며 두산 타선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더군요. 심수창 선수 오늘 투구를 보니 올시즌 10승 가능한 것 같습니다. 슬라이더 각이 좋고, 승부처에서 절묘한 제구로 위기관리를 하더군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한계를 잘알아서 인지, 혹은 결정구가 없어서인지 중요한 순간에 승부를 피하더군요. 오늘은 제구가 잘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두산 타선이 적극적으로 쳐서 그런 것인지 볼넷이 많지 않았지만 자칫 많은 사사구로 자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오늘 투구는 심수창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김명제는 7이닝 4안타 2 볼넷 3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투구수는 89구에 그쳤습니다. 1, 2, 4회 안치용의 적시타와 정성훈, 페타지니의 홈런으로 3실점했고, 엘지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들이 펜스 앞에서 잡히게 하는 투구를 하며 보는이의 심장을 쥐락펴락 했습니다. 하지만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며 4안타 2볼넷으로 컨디션이 좋은 엘지 타자들을 잘 막아냈습니다. 두산의 불펜 에이스들인 임태훈/이재우가 등판 불가능한 상황에서 긴 이닝을 먹어준 것 자체로 대단했습니다. 김명제가 이처럼 오랜 이닝을 던진 것은 06년 김경문 감독이 벌투로 7 1/3이닝을 던지게 한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 투구 때보다 강하게 공을 채며 지난 번 보다 한결 나은 묵직한 공을 던졌고, 제구가 안되는 상황에서도 정면 승부하며 투구수를 절약한 것이 오늘 승리가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2. 김동주 - 4타석 3타수 3안타 1타점 1홈런 1볼넷, 정성훈 4타석 3타수 2안타 1타점 1홈런 1볼넷

오늘 각 팀 타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해준 선수입니다. 김동주는 부상 와중에서 출전하여 모든 타석에서 출루하였으며, 3:1로 끌려가던 6회초 심수창을 상대로 130m 짜리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쳐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두산 승리를 가능케 했습니다. 마지막 타석에서 행운의 안타를 치며 역전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습니다. 김동주 있는 두산과 없는 두산의 차이를 확실히 각인 시켜준 경기였습니다.

정성훈은 정확한 타격을 바탕으로 간간히 장타를 보여주며 엘지 타선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이끌었습니다. 두산 투수들이 페타지니의 몸쪽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간신히 페타지니를 1홈런에 그치게 만들었지만, 정성훈은 그 때마다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를 하고, 홈런을 때려내며 엘지가 초반 승기를 잡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성훈은 타격에서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그의 연봉을 뛰어넘는 활약을 하며 엘지의 내야를 안정시켰습니다. 올시즌 정성훈이 가세한 엘지의 내야는 그물망 수비를 자랑하고 있는데, 엘지의 이런 강한 내야 수비는 엘지를 4강으로 이끌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3. 불펜
두산은 오늘 값진 승리를 얻었습니다. 김명제 - 고창성 - 진야곱 - 이용찬으로 이어지는 비싸고 젊은 투수진, 평균 연령 23.3세 총 계약금 13억 3천만원의 투수진이 연투하며 엘지의 강타선을 3실점으로 꽁꽁 묶었습니다. 불펜 에이스 이재우, 임태훈이 빠진 상태에서 거둔 승리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김명제는 3선발 자리를 메꿔줄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고창성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진야곱은 원포인트 릴리프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용찬은 연이은 2번의 블로운 세이브 끝에 경기를 잘매조지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또 마지막 박병호를 삼진 잡을 때 변화구로 삼진 잡으며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4. 오늘 고마운 선수 - 손시헌
오늘 수훈은 김동주와 김명제 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믿음이 가고 든든하며 오늘 경기를 통해 그가 소중함을 깨달은 선수는 손시헌입니다. 손시헌은 8회말 무사 2, 3루에서 유격수 앞으로 온 어려운 타구를 잘잡아 홈에서 아웃시켜 리드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9회말 무사 1루 이진영 타구를 병살로 안정감 있게 성공시키며 이용찬을 안정시켰습니다. 신인급 투수들이 던지는 경기에서는 무엇보다도 내야의 수비가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지난 2경기에서 이용찬의 마무리 실패의 원인은 내야 불안이었습니다. 고영민, 이원석의 어이없는 실수들은 이용찬의 자신감을 허물어 트렸으며, 변화구 구사를 통한 내야 땅볼의 유도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결국 변화구 제구가 잘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손시헌은 이진영의 타구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하며 이용찬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었으며, 내야의 든든한 지원을 확인한 이용찬은 자신있는 투구로 박병호를 낮게 잘 제구된 150km 강속구와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각도 큰 슬라이더로 삼구삼진 처리했습니다.  쉬운 타구를 안정감 있게 처리하며, 어려운 타구도 깔끔히 글러브 안으로 집어넣어 투수를 안정시켜주는 15승 수비수 손시헌이 빛난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