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AG야구 자문자답, 그것이 알고싶다
- 작성일
- 14-09-29 17:46
그야말로 파랗게 질린 밤이었다. 행여나 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실제로 경기는 허무하게 내줄 수 있는 흐름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지난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 결승전에서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살아돌아왔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자칫 꼼짝없이 질 뻔했다. 속이 다 타버리는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10-0, 8회 콜드게임으로 꺾는 등 오히려 너무 싱거운 경기를 해 눈총을 받던 대표팀은 대회 개막 이후 그야말로 냉온탕을 오가는 일주일을 보냈다. 더불어 군데군데 궁금증도 생긴다. 몇가지를 꼽아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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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시상식 뒤 헹가래를 받고 있다. 인천 | 이석우 기자 |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37득점에 무실점. 준결승 중국전을 7-2로 비교적 어렵게 승리하며 맞은 결승전이지만 이토록 고전할 줄은 몰랐다. 조별리그의 대만과 결승의 대만은 얼마나 달랐나
대만은 투수진 자체가 달랐다. 대표팀이 1회 무사 만루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해 경기가 꼬인 측면도 있지만 대만 선발 궈지린(대만체대)과 2번째 투수 천관위(요코하마)의 구위는 국내프로야구에서도 수준급을 통할 만했다. 조별리그 선발로 나왔던 양아오린(시카고 컵스 싱글A)에 비해 훨씬 더 까다로운 스타일이었다.
조계현 대표팀 수석코치는 “직구가 자체가 좋은 데다 직구 궤적에서 포크볼과 체인지업이 들어오는데 대응이 쉽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한번 만났던 천관위는 전형적인 일본투수 스타일인데 좌완으로 140㎞ 중반대를 던지면서 변화구도 좋아 역시 쉽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궈지린은 차세대 대만 대표팀 에이스로 촉망받고 있다. 이미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와 미국프로야구 몇몇 구단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2-3이던 8회 1사 1·3루, 박병호 타석에서 천관위에서 우완 뤄지아런으로 투수가 바뀐 것을 오히려 다행스러워했다. 뤄지아런이 150㎞대 빠른 공을 던졌지만 천관위보다는 덜 까다로웠다는 게 대표팀 안팎의 진단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두 얼굴?
대만 전력 변화를 감안해도 한국 선수들은 조별리드에 비해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혹여 한국이 결승전에서 패했다면 그것은 방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중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처지는 다른 팀을 당연히 꺾고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데다 그 중 13명은 ‘병역혜택’이라는 엄청난 보너스가 걸린 경기를 하고 있었다.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 매치가 되면서 마음의 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간접 표현으로 결승전에 임박했을 때의 분위기를 변화를 설명했다. 그 중 나성범(NC)은 “대회를 준비할 때나, 조별리그를 치를 때만 해도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는데 대회가 뒤로 가면서 긴장이 됐다”고 했다.
‘병역’을 마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중압감이 덜했다. 이번 대회 톱타자로 맹활약한 민병헌은 경찰청에서 병역을 마쳤다. 그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선수들보다 한 걸음 더 움직인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승전이 박빙으로 간 데는 대표팀 안팎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G야구 전력차, 선수들의 체감수준은?
지난 25일 목동구장. 조별리그 홍콩전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은 한참 동안 경기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홍콩이 조별리그 종료를 자축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던 탓이었다. 홍콩 몇몇 선수는 한국 선수들의 친필 사인을 받으러 오기도 했다. 3년 연속 한국리그 홈런왕이 유력한 박병호(넥센)은 그 중 인기 선수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한국선수들은 실제 동경의 대상이다.
야구 약소국과는 전력차가 확연한 게 사실이다. 몇몇 선수들은 조별리그를 치르면서는 “이만한 전력을 꾸리지 않아도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열번 만나 아홉번 이겨도 한번은 질 수 있는 게 야구다. 하마터면 그 한번이 결승전에서 나올 뻔해 한국 대표팀은 벼랑 끝에 몰린 것이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꾸리기는 참 애매하다. 김현수는 “대만은 어떻게 나와도 이기기 쉽지 않다. 일본 또한 사회인야구라고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른 팀과 전력 차이를 체감하는 데는 변수 많은 야구 종목의 특수성이 개입돼있다.
■7회 무사 1·3루, 선택은 안지만?
결승전 7회 무사 1·3루. 대표팀은 양현종(KIA)에 이어 안지만(삼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대표팀은 계산과 달리 리드를 당한 채 후반을 맞은 터라 마무리 봉중근(LG)·임창용(삼성) 등을 조기에 대기시킬 수도 있었으나 당초 계획대로 불펜진을 운용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승부치기까지 감안해 마운드 운용을 했다”고 말했다.
당초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선발 김광현(SK)이 5~6이닝을 막아주면, 양현종·안지만 등이 이어던진 뒤 더블 스토퍼로 9회를 막을 예정이었다. 그 사이 적당한 타이밍에 상대 타자에 따라 좌완 차우찬(삼성) 또는 사이드암 한현희(넥센)를 넣을 계산이었는데 이 중 등판하지 않는 선수가 연장전을 위해 대기하는 수순. 결과적으로 안지만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불펜진이 쉽게 돌아갔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김광현이 2점 정도로 막아주면 불펜진이 많아야 1실점할 것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3점 안쪽으로 묶는 것을 목표로 뒀다. 3실점으로만 묶는다면 타선이 4점을 낼 것이라는 전략이었다. 마운드 쪽보다는 상대 투수력에 눌려 타선 쪽에서 차질이 생긴 경기이기도 했다.
■임창용·봉중근 순서로 나온 이유는?
9회는 임창용과 봉중근 순서로 등판했다. 대표팀이 소집되자마자 코칭스태프는 “임창용과 봉중근은 상대 타자에 따라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둘 모두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지만, 조금 더 확률 높은 야구를 하겠다고 당사자에게도 미리 알린 것이었다.
결승전 9회 먼저 등판한 선수는 임창용. 타석에는 우타자 천쥔시우(라미고 몽키스)가 나온 터였다. 임창용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은 뒤 봉중근이 좌타자 장즈시엔(볼티모어 더블A)를 잡아내며 경기는 마무리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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