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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 없는 타고 투저 시대다. 2014 프로야구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격언을 매일 같이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을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 투수들의 부담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최강 마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 조차 팀 평균 자책점 4점대(4.12)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발이 길게 버텨주길 기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그렇다고 불펜을 일찍 당겨 써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삼성 정도를 빼면 선발 보다 나은 중간 계투 투수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누가 나와도 진화가 되지 않는 야구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무리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졌다. 1이닝 마무리가 대세처럼 굳어지는 듯 했지만 올 시즌엔 그 벽이 다시 크게 허물어지고 있다. 8회부터 당겨쓰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마무리 투수는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수가 맡는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자원도 결국 끝을 보이기 마련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절약하느냐에 따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모 팀 투수 코치는 “제일 믿을만한 선수가 마무리이다 보니 감독께서 자꾸 땡겨 쓸 수 있는지를 물으신다. 처음엔 안된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요즘엔 고개를 젓기 어렵다. 그러다 결국 마무리까지 탈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한국의 마무리 투수들은 8회에 얼마나 많이 나왔고, 또 결과는 어땠을까.

12일 현재 8회 등판이 가장 많았던 투수는 넥센 손승락과 SK 박희수다. 그들은 모두 6차례 8회 등판을 했다.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낸 것은 물론 손승락이다. 8회 등판시 블론 세이브 기록이 두 차례나 된다. 아직 시즌의 40%만 소화했음에도 특급 불펜의 기준이라는 시즌 5블론(패전 포함)을 훌쩍 넘는 4블론,3패를 기록중이다. 그는 현재 2군에서 조정을 하고 있다.

LG 봉중근은 두 번의 블론 세이브가 모두 8회 등판 경기서 나왔다. 8회 등판 경기서 아직 블론 세이브가 없는 것은 삼성 임창용과 NC 김진성,그리고 최근에 마무리로 돌아 선 김승회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제 여름 승부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체력 대결이 시작된다. 앞으로 8회 등판 마무리의 불쇼는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마 무리 투수들의 투구수별 피안타율이 이를 증명한다. 1이닝의 기준인 15구 이내에선 대부분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16개 이상의 투구수에선 대부분 투수들의 피안타율이 크게 높아졌다. 1회를 넘기면 그만큼 부담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손승락, 봉중근, 이용찬(두산) 등 인상 깊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들 대부분 16구 이상 피안타율이 3할을 넘었다.

단순히 투구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닝을 마치고 또 다음 이닝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투수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된다.

한 마무리 본 한 투수는 “이닝을 마치고 쉬었다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8회에 내가 나간다는 건 결국 누상에 주자가 있는 절대 위기라는 의미다. 그 상황을 잘 막게 되면 안도감과 함께 피로가 몰려 온다. 때문에 아무 위기도 아닌 다음 이닝을 던질 때 오히려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모두 해 본 또 다른 투수는 “중간계투는 다음 이닝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만약 내가 잘못해서 주자를 내보내도 내 뒤에 더 좋은 투수(마무리)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는 다르다. 내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부담이 있다. 이닝 교대에 대한 부담은 겪어 본 사람만 안다”고 털어놓았다.

연일 방망이는 터지고, 초반 중.하위권 순위 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매 경기 한국시리즈 같은 운영에도 누가 토를 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급할 수록 돌아가라 했다. 아직 시즌은 절반 이상이 남았고, 승자는 모든 레이스를 완주한 뒤에야 가려진다.

어떤 선택이 팀을 위한 것인지, 또 지금의 선택이 무너졌을 때에 대한 대비는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봐야 할 때다. 1+이닝 마무리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다음 계획까지도 세워두는 팀이 마지막에 웃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