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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MVP는 예상대로 홈런-타점 2관왕인 박병호선수가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MVP 투표는 골글 투표만큼보다는 그나마 큰 논란이 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몇차례 있기는 했죠)



뭐 어찌됐든 과거 MVP 투표도 그렇고.. 올시즌 MVP 투표도 그렇고...

MVP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타이틀 보유여부인 듯 싶습니다.

타자의 홈런-타점-타율, 투수의 다승-방어율-(탈삼진)



특히 이번에도 그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홈런-타점 2관왕의 위력은 엄청나죠.

투수에서 다승-방어율을 모두 석권한 투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홈런-타점 두 개 타이틀을 모두 먹었음에도 MVP 수상에 실패한 선수는 거의 없는 걸로 압니다.
(다승-탈삼진 2관왕 최동원에게 밀린 84년 3관왕 이만수와, 장효조-김시진 등 팀동료에 표가 갈려 공동홈런왕 김성한에게 MVP 내준 86 이만수 딱 요 두 번의 케이스밖에 없네요)



하지만...

과연 홈런-타점왕 차지한 타자가 그 해 최고로 가치 있는 타자라고 할 수 있음?

이 질문에는 의문부호가 달리기도 하는 듯 싶습니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기 위해 아래에서 얘기하는 것들에 있어서는 타이틀 보유 여부, 임팩트여부(최초 서울홈런왕, 30-30과 같은 것들), 팀성적 등등은 빼고 걍 스탯만 보고 비교해봤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1995년 MVP를 차지한 김상호선수와 장종훈선수의 사례인 듯 싶어요.


김상호 0.272 126경기 504타수 137안타 25홈런 101타점 10도루 0.339/0.474/0.813 (홈런왕, 타점왕)
장종훈 0.326 126경기 420타수 137안타 22홈런  78타점   8도루 0.424/0.562/0.986 (출루율왕, 장타율왕, OPS왕)


장종훈은 주요 3개 타이틀 중 하나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왕 2관왕을 달성하며,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1995년 OPS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죠.

그것도 MVP수상한 김상호를 압도적으로 따돌리는 스탯으로...

그래서 1995년의 최고타자는 김상호보다는 장종훈이라고 해야하는게 맞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듯 싶습니다.



여기서 그래도 김상호선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은...

- 둘 다 전경기 출장이지만, 김상호선수가 장종훈선수보다 꽤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는 점에서의 팀 공헌도(대략 50타석정도 차이)
- 타점 차이가 꽤 많이 난다는 점(23점).


타이틀 측면을 빼놓고 본다면 사실 홈런 차이는 3개 차이니 크지 않다고 하고 말이죠.

서울 홈런왕이니 하는 임팩트적인 측면도 걍 숫자들만 놓고 '최고가치 타자'를 가려보고자 하는 것이기에 여기서는 고려하지 않아봅니다.



뭐 개인적으로 베어스팬이긴 하지만, 또한 세이버스탯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쪽은 아니지만,

1995년의 최고타자는 장종훈으로 봐야한다는 평가는 꽤 납득할만한 평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보다는 차이가 작긴 하지만 1996년의 박재홍과 양준혁의 경우는 어떨까요?

1996년은 방어율왕-다승왕에 구원왕까지 차지한 구대성선수가 MVP를 차지한 해이긴 하지만...

홈런왕-타점왕에 팀성적도 더 좋았고(준우승) 무엇보다 한국 최초의 30-30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한 박재홍선수가 MVP 받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나왔던 해죠.


반면 타격왕-최다안타왕-장타율왕을 차지했으며, 비공식부문이긴 하지만 아마도 OPS도 1위였을 듯한 양준혁선수는 박재홍선수보다 못했다는 평가가 더 많은 듯 싶더군요.

제작년쯤 제가 이 떡밥을 옆집에 한 번 던져보았을때 나왔던 피드백들이 대부분 그랬던걸로 기억합니다.



1996년의 두 선수의 기록입니다.

박재홍 0.295 126경기 481타수 142안타 30홈런 108타점 36도루 0.373/0.559/0.933 (홈런왕, 타점왕)
양준혁 0.346 126경기 436타수 151안타 28홈런  84타점 23도루 0.456/0.624/1.080 (타격왕, 최다안타왕, 장타율왕, (아마도 OPS왕))


OPS만 놓고보면 1995년 장종훈-김상호의 OPS 차이보다는 좀 작지만.. 그래도 꽤나 큰 격차를 보이고 있죠.

1995년의 장종훈-김상호만큼이나 꽤 닮아 있는 두 선수의 차이입니다.

일단 OPS에 있어서는 양준혁선수가 박재홍선수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있죠.
홈런 차이는 2개 차이로 김상호-장종훈선수의 차이처럼 무시할 수 있을만한 차이라고 치구요.


박재홍선수가 양준혁선수를 앞서는 요소도 김상호-장종훈 케이스랑 유사하죠.

- 박재홍선수는 전경기 출장이며 양준혁선수보다 20타석 정도 타석에 더 많이 들어선 측면에서의 팀공헌도
- 두 선수의 타점 차이가 꽤 난다는 점(24점 차이)


사실 도루에서도 차이가 좀 나지만(물론 96 양준혁도 23도루나 하긴 했지만), 96년의 박재홍선수도 양준혁선수도 도루 성공률 자체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박재홍 67.9%, 양준혁 56.1%) 세이버 매트릭스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도루로써는 팀에 큰 가치를 가져다 주지는 못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도루부분의 차이도 무시해 봅니다.

마찬가지로 30-30이라는 임팩트적인 측면도 스탯만 가지고 따져보기 위해 김상호-장종훈 케이스의 경우처럼 무시해 봅니다.



이렇게 보면..

역시 1995년의 김상호 vs 장종훈에서 장종훈이 좀 더 가치 있는 타자였다 평가할 수 있는 것처럼,

1996년의 최고타자는 박재홍보다는 양준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하는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잣대를 가지고 올해 MVP를 차지한 박병호선수와 올시즌 OPS왕인 김태균선수를 비교해 봅니다.

박병호 0.290 133경기 469타수 136안타 31홈런 105타점 20도루 0.393/0.561/0.954 (홈런왕, 타점왕, 장타율왕)
김태균 0.363 126경기 416타수 151안타 16홈런  80타점   3도루 0.474/0.536/1.010 (타격왕, 출루율왕, OPS왕)


두 선수의 경우는 위의 두 케이스와는 달리 타율의 차이는 위의 두 케이스보다 더 많이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병호선수가 장타율 측면에서는 앞서 있습니다.

그래서 OPS 차이도 앞서 두 케이스는 1할을 훨씬 넘는 차이를 보여줬지만, 박병호-김태균선수의 경우는 5푼6리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꽤 큰 차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앞의 두 케이스에서는 홈런 숫자 차이는 그리 많이 나지 않았는데...

박병호-김태균선수의 경우에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구요. 타점 차이는 앞의 두 케이스와 비슷한 수준(25점)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도루의 경우는 박병호선수의 도루성공률도 70%는 넘지 못해서(69%), 도루숫자는 꽤 차이 나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해볼께요.



개인적으로는...

도루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홈런과 타점 차이가 워낙 나서... OPS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올시즌 최고 타자는 박병호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요약하면 저는

1995년 장종훈
1996년 양준혁
2012년 박병호

요렇게가 그 해의 최고 타자가 아닐까 생각하네요.



하지만 요것과는 별도로...

MVP투표에서는 주요 타이틀 수상여부, 팀성적, 그리고 임팩트적인 요소도 분명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저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면...

그리고 위에 언급된 선수들 둘 중의 한 명에게만 MVP 투표를 해야한다면,

1995년 김상호
1996년 박재홍
2012년 박병호



요래 투표했을 듯 싶네요.





여기저기 눈팅하다가...

김태균이 올시즌 OPS왕인데 5표밖에 못받다니.. 너무 홀대받는게 아니냐는 글들이 보여서..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이리 쓸데 없이 길게 써보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