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이건 사실 어제 쓴 글이에요.
아저씨 은퇴에 대한 방송 두 개 연달아 본 뒤에.

다행히 방송 전에 알아서 보게 된 MBC라이프에서 해 준 다큐랑
겹칠까 걱정했는데 끝나고 틀어보니 딱 맞은 알럽베 레전드랑.


은퇴라지만 공 완전히 놓는 거 아니고, 그냥 또 한 번의 해외진출이라 생각하고
쿨하게 보내드리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방송들 보고 있자니 또 아쉽고 그러네요.

아...뭐라고 말해야 할지. 하긴, 이 아저씨를 설명하기엔 어떤 단어를 써도 부족하죠.

그냥, 멋있어요. 정말. 너무 멋있다고 좋아한 거지만, 새삼 봐도 마냥 멋진 선수.
그리고 참 못된 사람. 지금껏 속 태운 나날과 순간순간을 떠올리면 정말 미운데.

구속도 나이도 그저 숫자. 언제고 팀이 원하면 승리를 지켜줄 수 있는 수호신.
단순히 보직으로 마무리니 계투니 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진정한 구원투수.

마지막까지 그런 모습으로 팀을 지켜주길 바랬는데, 은퇴경기는 선발이네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아쉽고. 보내면서 아쉬운 거 투성이네요.
영구결번도...왜 애 부담스럽게 기어코 넘겨주시나요. 달고 싶은 번호 달게 두지.
26번 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렇다고 마무리 할 애도 아니고. 하여간 고집도 참.


무릎에 굵게 새겨진 수술자국, 그 무릎 때문에 힘들어서 더 못 하겠다는 말.
참 뜬금없이 다친 거라 어디 탓할 데도 없고. 이렇게 보내긴 너무 아까운데
가지 말라고 매달리고 싶지만 아저씨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안 되는 거겠죠.
은퇴식 때 울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 볼텐데 어떻게 될 지 장담은 못 하겠어요.

저 나름 쿨한 여잔데, 아저씨와의 마지막은 도저히 쿨해질 수가 없는 문제에요.
그래도 호주 가서 다시 공 던질테니까, 웃으면서 보내드리고 싶어요. 밝게.

노력을 할 거면 여기서 하지! 라고 아직도 조금은 미련이 남고 원망스럽지만
가족들이랑 같이 있으면 아픈 것도 덜하고 마음도 더 편하고 그렇겠죠, 아마도.

거기서도 승부 즐기면서 재밌게 야구하셨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면 2년보다 더.


마지막이라는 게 솔직히 실감이 안 나요 아직도.
그래도 이젠 정말 받아들여야 되는 현실이네요.

잘 가요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대성불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