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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계가 없어서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말할 수가 없네요. 그냥 문자중계로 간간히 보았는데, 제가 파악할 수 있있던 김경문 감독의 투수 기용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경기 패한 것에 대한 느낌은 질 경기 졌다라는 것입니다. 김상현 선수가 호투를 하고 타선도 7안타 7볼넷을 얻어내며 경기 초중반 승기를 잡아갔지만, 경기 후반을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김상현의 한계투구수는 80~90여개 정도 밖에 안되었고, 불펜 투수들은 어제 다 소모하였습니다. 김상현은 불펜에서 선발로 전향한뒤 첫 선발 등판이었고, 지난 시즌 최고 투구수가 60여개 정도에 그쳤던 터라 갑작스레 투구수를 100개 넘게 던지기는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김태균에게 홈런 맞은 그 때가 선수보호와 성공적인 선발 전환을 위해 투수를 교체할 타이밍이었습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이후 던질 투수가 없었습니다.  어제 이용찬이 3경기 연속 등판했었고, 이재우는 3이닝, 고창성은 4이닝을 던졌습니다. 따라서 등판 가능한 투수는 노경은과 성영훈 뿐이었습니다. 물론 임태훈도 있었지만 한 점차 승부에서 마무리를 생각하지 않고 선수를 내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임태훈은 8,9회에 던지는 것으로 하고 노경은을 등판시키기로 김경문 감독은 생각한 것 같습니다. 노경은은 이번 시즌 5선발과 롱릴리프를 겸임하는 스윙맨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그간 고창성 등이 잘 던져주어서 등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화요일이 껴있어 내일 선발 등판이 필요없는 상황이라 오늘 등판하였지요. 성영훈도 있었지만 성영훈은 신인 육성 계획에 따라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시키기로 했었기에 한 점차에서 등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노경은이 등판하였고 결과적으로 노경은은 1점차 리드를 못지키고 0.2 이닝 2안타 2사사구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습니다. 동점 상황에서 등판한 성영훈은 볼넷 한개를 내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하였지만, 1.1이닝을 깔끔히 막고 성공적인 데뷰를 하였습니다.


오늘 경기 패하기는 했지만 김경문 감독의 투수기용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임태훈을 조기 등판하여 3이닝을 막게 하지 않았으며, 어제 3이닝을 던진 이재우를 등판시키지 않은 점입니다. 한국야구에서 시즌 초반 무리한 투수 기용으로 불펜 투수가 지쳐버려 후반 레이스에 힘을 못쓰는 일이 종종 있는데, 김경문 감독은 시즌 전체를 보고 오늘 경기 내줘도 좋다는 심정으로 불안한 노경은을 등판시키며 노경은을 시험하고, 불펜을 아꼈습니다.

실험은 왕왕 실패합니다. 김경문 감독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의 노경은 등판은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이성열 실험, 재작년 김현수 실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서동환 마무리 실험의 결과는 모두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성공이 이러한 도전과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종욱, 고영민, 홍성흔. 김현수, 리오스 등 도전적으로 기용한 선수들의 성공을 통해 두산은 강팀으로 도약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가 두산이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을 보고 도전했으며, 수많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의 패배는 질 경기, 페넌트레이스 133경기 중 한 경기의 패배일 뿐이며, 수많은 도전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아픔입니다. 그 아픔의 대가로 질 경기 졌고, 내일 두산은 김선우에 이어 이재우, 고창성, 임태훈, 이용찬을 모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한 주간 남은 경기에서 무리하지 않는 투수 기용이 가능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