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설마 14연패라니...
간만에 야구중계를 보던 지난 6월 18일.
윤석민이 선발로 나와 8회까지 3-1로 앞서던 상태.(지키는 야구의 박진감 있는 게임이었다)
상대가 SK이긴 했지만 디펜딩챔피언으로서 면모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서재응 마무리라는 오버수에도 불구하고 결국 게임은 뒤집어졌다.

정내미가 떨어졌다. 올해 역전패만 몇번이며 1점차 패배가 또 몇번이냐...말이다.
2009년처럼 전반기 4위에서 하반기에 슬슬치고 올라가 2위권정도는 바라볼 수 있지 않겠냐는
얼토당토 않은 믿음은 그날 완전히 접었다.
SK라는 팀은 라이벌이기보다는 징그러운 팀이다!
아마 예전에 해태 타이거즈를 다른 팀 팬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그날 이후 스포츠뉴스조차 일절 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기아 10연패!라는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약간의 놀라움과 자책감을 느꼈다.(나처럼 20년 팬이 외면하기로 작정한 사람 많을 것이다)
그날 이후에도 기아를 계속 응원하는 사람은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이거나 혹은 정말 하릴없거나....

그 이후에도 연패를 거듭하여 14연패까지 왔다. 점점 죄책감이 커져간다.
기아는 정녕 전무후무한 삼미의 18연패에 도전하는가?

프로선수들에게 연패, 혹은 성적 부진은 멘탈적 측면이 크다.
그들의 스타성, 이름, 연봉 그 따위는 그 다음 문제다.
지금 기아 선수들과 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근성이다. 호랭이 정신, 헝그리 정신이라고들 하지.
 
문득 작년에 읽은 책 한 권이 생각난다.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 이 책은 기아의 우승을 예견한 걸까.



“강자였지만 약자의 방식으로 싸웠고 승자였지만 패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팀.
그래서 약자와 패자들도 얼음 계곡물에 몸 한번 담그고 정신 바짝 차리면
강자의 발목이라도 한번 물어뜯을 수 있다고 악을 쓰며 항변하는 듯했던 그 몸짓들을 그리워한다.” _ 253쪽

송유석은 약이 오르면 타자의 등짝이라도 후려 패며 마운드를 버텨냈고, 김정수는 삼진 아니면 사사구라는 각오로 원맨쇼를 펼쳤으며, 조계현은 홈런 맞은 코스로 똑같은 공을 다시 던지며 타자의 간의 크기를 재곤 했다. 중견수를 보던 이순철은 상대편 선수의 거친 태클에 걸려 뒹구는 유격수 이종범에게 달려와 ‘당장 일어나라’고 호통을 쳤고, 1루수를 보던 김성한은 연습 때 후배 야수들의 송구가 건성건성 옆으로 흐르면 글러브를 접어버렸다.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 중에서.

PS. 야구를 안 봤으면 안 봤지만 다른 팀을 응원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야구하는 것 보면 두산 같은 팀이 끌리지만 난 두산팬이 결코 될 수 없다.
닉 혼비가 그랬던가. 진정한 팬이란 이혼은 할 수 있지만 재혼을 할 수는 없다고...
더이상 타이거즈를 응원하지 않으면 않았지 다른 팀을 응원할수는 없다.

오늘 잠실 한번 뜰까?ㅋㅋ14연패중인 팀을 응원한다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