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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으로 그런 것 같다. 올초 캠프 때 준비를 참 잘했다. (안)치용이랑 내가 잘 쳤는데 잘 될거란 느낌이 있었다. 다만 캠프부터 페이스가 올라서 시범경기때 힘들더라. 이 상태로 시즌 가면 4월이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순간 부상을 당한거지. 오히려 좀 쉴 수 있고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지. 힘을 딱 비축해 놓고 복귀해 보니 공이 멈춰있는 것 같더라.

　그리고 라이벌 의식? 이젠 없다.(웃음) 종목이 다르잖아. 육상선수로 보면 넌 장거리, 난 단거리 선수다. 반면 (이)택근이하고는 친하기도 하지만 쟤보다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같은 스타일이니까. (화제를 돌려)어제 우리 밥 먹었잖냐. 작년 12월인가 너랑 만났을 때 난 마누라와 아기만 아니라면 죽고 싶다고 말했었고, 넌 미국 도망가고 싶다고 서로 신세한탄했었지. 근데 우리 같이 10개월만에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서 정말 기분 좋구나.

　-형이 올스타전 때 한 말이 생각나네. 타격할 때 전방 1~2m에 가상의 사각형을 그려놓고 그 안에 들어오면 치고, 벗어나면 안친다고 했거든. 근데 난 도무지 이해가 안가. 택근이형한테 그말을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한다고 해서 두 번 어이가 없었어. 구체적으로 설명 좀 부탁해.(한화 이범호)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그리는거지. 기사에서 봤는데 김상현(KIA) 역시 스트라이크라도 안 칠볼은 안치고, 칠 볼만 친다고 하더라구. 나도 비슷한데 내가 쳐서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는 스트라이크존을 가상으로 그려놓는거지. (손가락으로 사각형을 그려보이며) 몸쪽을 잘 던지는 투수면 가상의 사각형을 오른쪽으로 요만큼 이동시키기도 하고.

　-잘 생긴 얼굴인데 왜 수염을 기르시는지요. 제가 보기엔 영 지저분해 보이던데.(한화 양 훈)

　▶(크게 웃으며) 진짜 누구 보여주려고 기르는 건 아니고, 머리나 수염은 물론 글러브나 방망이도 깨끗하면 야구가 잘 안돼. 얼굴하고 머리도 오래된 것 같이 지저분해야 잘 되는 것 같더라구. 새 방망이도 덕지덕지 지저분하게 만든 다음에 쓰거든. 징크스라고 봐야지.

　-투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능력이 지난해에 비해 탁월하게 좋아졌는데 비법이 있다면 알려줄 수 있는지.(두산 이성열)

　▶투스트라이크를 먹으면 작년에는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가져갔는데, 올해는 반대로 좁혔어. 특히 2-0에서는 유인구를 많이 던지기 때문에 그 볼을 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지. 그런 유인구에 배트가 안나가려면 스트라이크존을 좁히는게 좋아. 그 상황에서 실투가 오면 땡큐하고 치면 되고, 아니면 스트라이크 먹어야지. 이번 타석은 내가 진 거다 하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거지.

　-타격도 좋고, 발도 빠른데 나중에 타격과 주루 어느 쪽 코치를 하고 싶나.(두산 임재철)

　▶두 개 다 욕심이 있어요.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 해 줄 자신도 있고. 그런데 주루는 한계가 있죠. 응용하고 적용하는 면에서 타격은 정말 항상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고 훨씬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15년쯤 후에나 생각해야 할 일인데(웃음).

　-요즘 네가 쓰고 있는 배트가 탐난다. 내가 내년에 부탁하면 똑같이 주문해줄 수 있나. 물론 돈은 내가 낸다. 그리고 너 여동생이 굉장히 미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뭐하니?(삼성 현재윤ㆍ초중학교 동기)

　▶물론이다. 네가 계산만 하면 된다(웃음). 초등학교 시절 브롱코 대회라고 서울서 세계 리틀야구 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네가 내 동생 좋다고 했었지. (웃으며)지금 시집가서 임신중이란다. (기자에게 "제 동생하고 심수창, (탤런트)조인성 성유리가 초등학교 동창이에요"라고 자랑)

　-작년과 달리 올해는 당겨치고 밀어치고 다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1년만에 달라질 수 있나요.(삼성 채태인)

　▶성흔형도 올해 밀어치기가 더 좋아졌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것 같다. 막연히 밀어치는 게 아니고, (배팅그립을 쥐어보이며) 인아웃 타법으로 배트 헤드가 끝까지 남아있도록 스윙하는거지. 공을 칠 수 있는 궤적이 길어지고 민다는 느낌인데, 점이 아닌 선으로 맞힐 수 있는거야. 좋은 타이밍이라도 배트 끝이 먼저 나오고 인아웃이 안되면 좋은 타구가 안나오는거 같아.

　-스윙 스타일을 바꾸긴 정말 힘든데 어떻게 바꿔서 훌륭하게 적응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주위에서 도와준 분이 계셨는지.(히어로즈 외야수 전준호)

　▶요즘 치는 스타일은 김용달 코치님 영향이 크죠. 웃긴게 지난 2년 동안 정말 둘이서 많이 연구했는데, 진짜 막 싸우기도 했고. 말 한 마디도 안하고 새벽 1시까지 둘이서 티배팅만 쳐본적도 있어요. 결과는 안좋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년 끝나고 김 코치님이 내년에는 괴롭히지 않을테니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하셨지요. 내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림(타격폼)이 좋아졌는데, 2년 동안 안되던 것들이 이제야 되고 있나 봅니다.

　-대학 시절 대표팀에서 본인의 엉덩이가 가장 예쁘다고 하다가 내 엉덩이를 보고 '내가 졌다. 네가 최고다'라고 했는데, 그 생각 여전히 변함없냐?(히어로즈 강귀태ㆍ동기)

　▶변함없다. (쑥스럽게 웃으며)네 엉덩이는 백인처럼 위로 업돼있고, 탄력도 좋았다. 그때 원당 대표팀 합숙 시절 농구를 했는데 탄력(점프)이 정말 좋더라. 몸자체도 서구적이고.

　-용택이형이 그저 그런 선수로 지내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훌륭하게 부활해 타격왕을 다투는 것을 보며 정말 축하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그렇고, 왜 저한테 밥 사주실 때 싼 것만 사고 생색은 생색대로 내시나요?(히어로즈 이택근ㆍ고려대 1년 후배)

　▶(어이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네 식성이 싸구려니 싼 거 사주는 거지. 그리고 선후배를 떠나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사야 하는 거 아니냐? 연봉이 네가 나보다 더 많잖아.

　-나는 밀어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는데 너는 어떠냐.(롯데 홍성흔)

　▶나는 안 그래요. 형은 어깨를 닫아놓고 밀어치지만, 나는 반대로 어깨를 열어놓고 밀어칩니다. 열어놓고 투수를 정면으로 보고 치는거죠. 밀어야겠다 당겨야겠다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경기전 또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왜 그렇게 스윙 연습을 많이 하는가.(KIA 김상훈ㆍ고려대 2년 선배)

　▶그냥 습관이죠. 안하면 약간 불안해요. 그런데 형하고 (김)선우형, (강)봉규형까지 고려대 동기분들이 올해 다 잘 하시는 같아 기분 좋습니다.

　-도대체 선배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타격왕입니까, 아니면 20(홈런)-20(도루)입니까.(LG 박경수)

　▶(고개를 갸우뚱하며)어떤 목표를 말하는거지? 일반적으로 꿈은 홈런왕인데, 올해는 타격왕이라고 봐야지. 타격왕 해봤던 사람들이 그러는데 기회가 많이 안온다면서 한 번 왔을 때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잡으라고 하더라.

　-안타 못치는 날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텐데.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궁금합니다.(LG 이진영)

　▶(묘한 미소를 지으며)원래 성격이 뭔가 고민거리가 있어야 편한 스타일이야. 몸도 마음도 아무 걱정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삑삑이(리모콘)로 차 문 잠그고 나서도 꼭 한번 문 손잡이를 잡아당겨서 잘 잠겼나 확인을 하지. 나는 그런 피곤함이 좋아. 그래야 살아있는 것 같아.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라면 사람 많은데 좋아하고, 여기저기 옷같은 거 쇼핑도 하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 그런데 요즘은 알아보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야구 열기가 높아져서 그런거 같아.



양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