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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은 유니폼 상의 가슴의 로고에 얼룩무늬 색을 입혔다. 군인을 뜻하는 얼룩무늬 로고다. 밀리터리 유니폼이라고도 부른다.

현지시각 25일이 현충일과 비슷한 ‘메모리얼 데이’였기 때문이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는 당초 미국 남북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들을 기리는 날이었으나 1차세계대전 이후 각종 군사작전에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을 기리는 날로 바뀌었다.

메이저리그는 1997년부터 ‘메모리얼 데이’ 행사를 지켜왔다. 이날은 모든 경기가 낮경기로 열리고 오후 3시에 묵념을 통해 희생장병 등을 기린다. 밀리터리 유니폼을 판매한 수익은 모두 부상 장병 지원 또는 유가족 지원에 쓰인다. 캐나다를 연고로 한 토론토는 캐나다 군을 위한 행사를 펼친다.

롯데 선수들이 지난해 6월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0-1로 승리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직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메이저리그가 ‘메모리얼 데이’를 기리는 이유는 ‘내셔널 패스타임’이라고 불리며 ‘국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야구는 ‘희생’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종목이다.

메모리얼 데이는 국가 혹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날이고, 그 어떤 종목보다 ‘희생’을 특별하게 여기는 야구의 정신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한국 프로야구도 3년 전부터 공동체적 희생에 응답하고 있다. KBO는 2012년부터 국가보훈처와 함께 현충일에 ‘나라사랑 큰나무’ 패치를 달고 경기를 하는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나라사랑 큰나무’는 국가를 위한 희생정신의 가치를 뜻한다.

올시즌에는 다음 달 6일, 현충일이 포함된 3연전에 모든 선수들이 ‘나라사랑 큰나무’ 패치를 붙인 채 경기를 치른다. 현충일 당일에는 경기 전 묵념을 통해 희생자들을 기린다.

홈구장들도 ‘희생’에 응답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한다. KBO리그 최초로 2008년부터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롯데는 이날 역시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다. 지역 부대원 초청 행사도 이뤄진다.

마산에서 삼성과 경기를 치르는 NC도 태극기 무늬가 들어간 특별 유니폼을 제작해 판매한다. 야구장 밖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태극기 그리기 대회도 열린다. 한화 역시 새로 제작한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대전에서 KT전을 치른다. 한화는 최근 수년간 현충일 경기 때 천안함 유가족들이 시구를 해 왔다. 올해 역시 비슷한 시구를 준비 중이다. 각 구장에서는 보훈처가 제작한 현충일 기념 배지를 나눠준다. 국가 유공자 혹은 그 자녀들의 시구·시타를 준비 중인 곳도 많다.

야구는 희생의 종목이고, 희생을 기리는 행사에 동참하는 것은 야구가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응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