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994년 태평양 돌핀스.
- 작성일
- 13-11-11 16:58
1994년은 트윈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즌이기도 하지만,
레전드급 꼴찌팀의 전설을 써내려가던 인천팀 사상 3번째 팀 돌핀스의 해이기도 합니다.
(1982년부터 삼미 슈퍼스타즈로 6위-2위-6위-6위(6개팀 중 꼴찌),
86년부터는 청보 핀토스로 6위(7개팀 중 6위)-7위,
88년부터는 태평양 돌핀스로 7위(꼴찌)-3위(김성근 감독 부임후 플옵진출)-5위-5위-7위-8위)
그해 돌핀스는 68승3무55패로 당당히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합니다.
인천팀 역사상 첫 2위와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그해 인천구장에는 역대 최다관중이 들어찹니다.
1만5천명 규모의 인천구장에 47만명이 들어와 경기당 평균관중은 7천 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팀의 세부스탯은 도저히 2위를 찍을 만한 게 아니었다는 게 함정.
일단 팀타율 0.244로 8개구단 최하위, 
팀도루 66개로 트윈스의 14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역시 최하위, 
팀방어율도 3.50으로 전체 4위,
팀 홈런만 23홈런의 김경기(홈런 2위)와 15홈런의 김동기 덕에 91홈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위를 찍었던 것은 4가지 강점 때문이었습니다.
막강한 강점으로 위에서 열거한 단점들을 모조리 커버하며 2위까지 진군한 거죠.
먼저 탄탄한 선발투수진입니다.
신인 우완 최상덕이 13승, 좌완 김홍집이 12승4패로 승률왕,
89년 박정현, 정명원과 삼총사를 이뤘던 좌완 최창호가 12승, 3년차 우완 안병원이 11승,
그리고 대학무대 최강의 에이스로 꼽혔지만 부상으로 2년 내리 개점휴업했던 정민태가 8승.
선발투수진에서만 팀의 68승 가운데 56승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촘촘한 수비진의 힘이 있었습니다.
비록 8개 구단 최악의 물방망이였지만, 적어도 수비위치에서만큼은 물샐틈이 없었습니다.
점수를 뽑지 못하는 대신 수비로 상대의 득점을 막는 데는 성공한 셈이죠.
유격수 염경엽은 풀시즌을 뛰며 단 8개의 실책을 기록합니다.
(그러나 타율은 0.210로 그해 규정타석 채운 선수 중 최하위 )
)그리고 염경엽이 이끈 돌핀스의 수비진은 126경기에서 84실책으로 전체 1위에 오릅니다.
물방망이도 이런 물방망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클린업의 힘이었습니다.
23홈런으로 홈런 2위에 오른 김경기가 중심에 서서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그해 홈런왕 김기태의 25홈런 중 3개는 그라운드홈런이었다는군요
)
)포수 김동기는 원정경기에서는 0.190의 형편없는 타율을 찍었지만,
인천 홈에만 돌아오면 무려 0.337으로 달아오른 방망이를 휘두르며 15홈런을 쳐냅니다.
'초구의 사나이' 라는 별명의 소유자였던 지명타자 윤덕규는 타율 0.324로 타격 2위.
(그런데 그해 타격왕의 타율은 0.392... 누굴까요?
)
)그러나 무엇보다도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단 한 사람의 존재감이었습니다.
1994년의 정명원은 역대 최강의 마무리로 꼽힐 만한 시즌을 보냅니다.
그는 무려 4승2패40세이브(44세이브포인트)에 평균자책점 1.36을 찍어버립니다.
1993년 선동열의 10승31세이브(41세이브포인트)를 가볍게 뛰어넘어버렸죠.
그가 등판한 50경기 가운데 승리로 이끈 경기는 44경기,
팀의 68승에서 63% 이상을 홀로 책임졌습니다.
게다가 50경기를 던지며 그가 던진 이닝 수는 105이닝! 
일단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2이닝 이상을 깔끔히 막아버리는 위력입니다.
오늘날같은 1이닝 마무리 체제와 80년대의 200이닝 가까운 중무리 스타일의 중간형?
어쨌든 매 경기마다 마지막 1이닝도 아닌 2이닝 이상을 틀어막아주는 마무리였습니다.
선발투수가 6~7이닝을 막으면 클린업트리오가 꼭 필요한 만큼 점수를 뽑아주고,
수비력으로 꿋꿋이 버틴 다음 마무리 정명원이 2이닝을 밀어버리는 승리공식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2이닝씩을 깨끗이 매조지하는 최강 마무리 정명원의 존재감은 대단한 것이죠.
그렇게 돌핀스는 선발진+수비력+클린업+그리고 정명원의 힘으로 2위에 오릅니다.
팀의 상승요인 중 하나가 온전히 단 한 명의 선수였다는 점은 정말...
비록 한국시리즈에서는 트윈스에게 4연패로 밀려버렸지만,
1차전에서는 연장 11회까지 김홍집이 이상훈을 상대로 141구를 던지며 완투패,
3차전에서는 정민태의 5이닝 퍼펙트 속에 4-0까지 리드하는 등 끈질기게 저항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김경기의 3경기 연속 홈런으로 이글스를 3연파하는 등,
1994년 돌핀스는 팀 역사상 그리고 인천야구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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