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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야구를 마치고 싶은 유쾌한 르루씨~
- 작성일
- 12-07-25 13:54
http://sports.media.daum.net/column/mhk/view.html?gid=10068&newsid=20120725112013996&RIGHT_SPORTS=R6
인터뷰실로 들어서는 그에게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천성이 착하다는 느낌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며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룰루 비데'부터 '감사합니다람쥐'까지. 한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즐거움을 다시 찾았고, 오래도록 이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또 마치고 싶다는 앤서니 루르의 흥겨운 코리언 드림입니다.
< 인터뷰 내내 유쾌함이 넘쳐 흘렀습니다. 아주 편안해 보였습니다. >
-지금까지 한국 생활은 어떤가.
▶좋다, 아주 좋다. 시작은 좀 힘들었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최근 장마철이라 등판 일정이 오락가락했지만 괜찮다.
-가족도 모두 한국에 왔나.
▶그렇다. 집사람 타라와 아들, 딸 모두 한국에 함께 살고 있다. 한국 나이로는 딸 카일리가 5살, 아들 래시턴이 3살이지만 만으로는 네 살, 두 살이다. (웃음)
-고향 도시가 발음도 쉽지 않다.
▶내가 태어난 곳은 펜실베니아 주의 칼라일로 돼 있지만 거긴 병원이 있던 곳이고, 고향은 딜스버그다. 농장이 많은 작은 도시다. 고등학교 때 졸업반이 모두 200명이 안됐다.
-야구가 인기 있는 곳인가.
▶야구가 인기는 있었지만 풋볼이 더 알려진 곳이다. 야구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는 있다.
-언제부터 야구를 한 건가.
▶야구를 하지 않은 기억이 없다. (웃음) 형제는 없고 누나만 하나 있어 늘 아버지 미키와 캐치볼을 했다. 나는 어려서 늘 에너지가 넘쳐서 내게 무엇인가를 시켜야 했다. (웃음)
-어려서부터 투수였나.
▶아니, 모든 포지션을 했다. 작은 학교라서 유격수, 3루수도 하다가 고등학교 가서는 외야수를 주로 하고 필요할 때 가끔 투수를 했다. 노던 요크 고교를 다녔는데 주 포지션은 외야수였다.
-그런데 2001년 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에 투수로 뽑혔다.
▶스카우트들이 와서 내가 외야수를 하는 것, 그리고 투수를 하는 것도 지켜봤다. 내가 공을 꽤 빨리 던졌기 때문에 투수로 뽑힌 것 같다.
-얼마나 빨리 던졌나. 투수도 하고 싶었나.
▶고등학교 때 93마일(약 150km)을 던졌다. 그렇지만 나는 타자를 하고 싶었다. 고1때부터 4년 연속 주전으로 뛰었는데 타율은 5할 정도 됐다. 어머니 로이스가 자세히 알고 계시는데. (웃음) 어머니가 그 학교 선생님이셨고 아버지가 야구부 감독이셨다. (투수도 타격을 하는)마이너리그에서도 꽤 잘 쳤다. 통산 2할8푼에 홈런도 있었고 도루도 4개를 했다. 그러나 팀은 내가 투수를 하기를 원했다. 풋볼도 아주 좋아했고 고교 때 쿼터백과 키커도 했지만 선택은 안정적인 야구였다.
-그런데 왼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인가.
▶공을 던지는 것을 빼곤 모두 왼손으로 한다. 식사, 골프, 글쓰기, 공 차는 것 모두 왼쪽으로 한다. 왜 오른손으로 공을 던졌는지는 모르겠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랬다. 왼손으로도 공을 던질 수는 있지만 오른손만큼 던지지는 못한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오른손으로 이 정도 던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웃음)
(애틀랜타에 드래프트된 앤서니는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돼 2010년 빅리그 첫 승리를 거둡니다. 그는 타고난 왼손잡이인데 공만 오른손으로 던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프로를 선택했는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드래프트 11라운드에 뽑힌 후 계약할 때 선수 생활을 마치고 대학을 가면 학비는 팀에서 내는 조건을 포함시켰다. 2001년에 뽑혔으니 지금은 학비가 많이 올랐겠지만 은퇴 후 내가 대학을 간다면 여전히 애틀랜타에서 학비를 낸다. 사실 펜실베니아 주립대(UPenn)에서 야구와 풋볼 장학금을 반씩 받고 입학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프로의 길을 택했다.
-마이너에서는 순조롭게 발전해 2005년 22세에 이미 빅리그에 승격했는데.
▶그해 9월에 로스터가 확장되면서 처음 빅리그에 올라갔다. 그런데 마이너에서 3년간 선발로만 뛰다가 빅리그에 갔더니 불펜에 배치를 했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첫날 등판 준비를 하라고 해서 불펜에서 있는 힘껏 공을 던지며 준비했는데 경기에 나가지는 않았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웃음) 그 느낌을 미리 느껴본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신시내티전에 처음 등판했다. (2005년 9월 4일)
-경기 내용이 기억나나.
▶물론이다. 팽팽한 경기였는데 내 앞에 나간 투수가 맞아 경기가 벌어졌다. 그리고 내게 등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애틀랜타 홈게임이었다. 그런데 불펜에서 어떻게 마운드까지 갔는지, 또 보비 콕스 감독이 내게 뭐라고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포수를 보고 가장 빠르게 던질 수 있는 만큼 공을 던졌다. 두 타자를 삼진 하나와 범타로 처리했다.
-그 후 2년간 주로 마이너에서 뛰다가 수술을 받게 된다.
▶야구를 하면 부상이 적을 것 같았는데. (웃음) 2007년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시즌 중간에 수술을 받았고 10개월간의 재활을 거쳐 2008년 후반기에는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수술 후에 구속은 어땠나. 빨리지는 이도 있다지만 안 좋은 경우도 많은데.
▶수술 전에 내 속구는 150에서 최고 156km까지 나왔다. 그러나 요즘은 145~153km 정도로 약간 느려졌다. 구속이 완전히 돌아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운드에서 투수를 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그거면 됐다. 아직도 공을 던지고 타자를 잡을 수 있으니까. 예전에는 정말 빠르게 던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투수로 훨씬 경험도 쌓이고 영악해졌다고 해야 할까.
-2009년에 변화가 많았다, 팀도 옮기고.
▶5월에 40인 로스터에서 빠졌고 곧 캔자스시티가 원해서 트레이드됐다. 애틀랜타에서 부단장을 하던 분이 캔자스시티 단장으로 갔고 내 성장 과정을 알고 있었기에 금방 데려간 것 같다. 물론 실망스럽기는 했다, 캔자스시티는 AL이라 투수가 타격을 할 수 없었으니까. (웃음) 그러나 수술을 받은 후였고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 해 가을에도 빅리그에 승격됐었다.
-거의 매년 9월에는 빅리그에 콜업이 됐다. 기대를 끌던 선수였음을 입증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나는 슬로우 스타터다. 매년 시작이 힘들다가 갈수록 잘 던지는 편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시즌 초반에 너무 몸이 좋아 무리하는 건지. 징크스를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거의 매 시즌 그렇다.
-징크스가 있나.
▶그런 것 같다. 예를 우리 내 통역이 내게 '저 선수는 홈런 파워는 없어.'라고 말하면 내게 홈런 2개를 친다. (웃음) 코치가 저 타자는 요즘 슬럼프라고 하면 안타를 치고. 그래서 나는 타자에 대한 정보를 원치 않는다. 그저 빠른 타자다 정도만 알면 된다.
-다른 징크스가 있나. 예를 들어 수염에 대해 질문한 팬도 많다.
▶징크스는 아니고 구렛나루는 항상 기르는 편이다. 1950년대에 래시 르루라는 카우보이 영화 스타가 있었는데 늘 구렛나루를 길렀고, 내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역시 구렛나루를 기르셨다. 애틀랜타 때 투수 코치가 나이든 분이었는데 나를 '래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배우를 알고 계셨던 거다.
-첫 번째 빅리그 승리로 가보자.
▶참 오래도 걸렸다. 2005년에 빅리그 데뷔했는데 2010년에 첫 승을 했으니. (웃음) 사실 내 생각으로는 2009년에 가장 잘 던진 경기가 있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선발로 나가 6이닝 2실점했는데 가족들도 모두 와서 보고 정말 멋진 날이었다. 9회에 역전패하며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그날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2010년 6월에 다시 빅리그에 올라가 첫 경기에서 휴스턴 상대로 6이닝 2실점했지만 팀만 승리했고 세 번째 경기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6이닝 1실점으로 첫 승리를 기록했다. 카를로스 퀜틴에게 홈런 맞은 것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승리공과 스코어카드 등 모든 기념품을 수거했다. (웃음, 이것이 앤서니의 빅리그 유일한 승리입니다.)
< 2010년 겨울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노히트 노런의 역투를 하는 앤서니 >
-그 해 겨울에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
▶시즌이 끝나고 FA가 돼 나는 베네수엘라 윈터리그로 갔다. 나를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리그는 정말 대단했다. 한국과 비슷하게 팬이 열정적이다. 4승인가를 거두고 둘째 래시턴이 태어나 미국의 집에 갔다가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노히트 노런을 했다. 내 생애 첫 노히트였다. 발렌시아 나비간테라는 팀에서 뛰었는데 라이벌 카라카스와의 경기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양키스와 레드삭스 이상의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홈팬 앞에서 노히트를 했으니 난리가 났었다. 가끔씩 유튜브에서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보너스라도 받았나. (웃음)
▶아니, 어깨를 두드려주고 축하를 건넨 정도. (웃음) 그러나 정말 행복한 추억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 리그로 갔나.
▶당시 일본 스카우트가 베네수엘라에 왔던 모양이다. 사실 기아도 내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일본으로 가라고 했다. 일본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다. 소프트 뱅크에는 D.J. 홀턴이라는 외국인 투수가 있었는데 전 시즌에 부상이 있어서 아마도 보험용으로 나와 계약한 듯 했다. 그런데 홀턴이 건강했을 뿐 아니라 무려 18승을 거뒀다. 나는 거의 던질 기회가 없었다. 3개월간 구원으로 8이닝인가 던진 게 전부다.
-기아와는 어떻게 연결이 됐나.
▶일본에서는 건강했는데도 거의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기아가 여전히 나를 원했다. 선택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일본과 한국, 야구와 문화 등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의 생활이 훨씬 쉽다, 영어를 하는 사람도 많고. 처음에 한국에 와서 호텔 식당에 갔는데 포크를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일본에서는 못 본 광경이었다. (웃음) 일본에서는 운전도 반대 방향으로 하고, 간판도 영어가 거의 없어 어려웠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더 친절하다.
-야구는 어떤가.
▶사실 일본 야구의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던지지 못했으니. 운동장은 더 크고 팬도 다른 방식의 응원을 한다. 야구는 그러나 비슷한 점도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팀플레이, 기본적인 야구를 치중한다. 그래서 헛스윙이 미국보다 적도 파울볼도 아주 많다. (웃음)
-슬로우 스타터라고 했는데 올해도 그랬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점인이다, 당장 실력 발휘가 필요한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 항상 시즌의 시작이 더디다.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기아가 나를 버리지 않았으니 행운이다.
-지난 5월18일 롯데전이 어쩌면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나.
▶알고 있었다. 소사와 계약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 아니면 라미레스가 방출될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걱정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고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 잘 던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처음에 내가 방출 대상이었다는 것은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냉엄한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자극이었다.
< 한국에서의 시작은 험난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였을지 모를 롯데전에서 5.1이닝 1자책점의 투지있는 피칭으로 살아남았습니다. >
-한국 야구의 어려운 점이라면.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웃음) 헛스윙은 없고 모든 공을 파울로 만든다. 미국에서는 투수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패턴이 있다. 그러나 한국 야구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몸쪽으로도 잘 던져야 하고 변화구는 거의 땅에 떨어지게 던져야 한다. 그리고 투구수를 줄이는 법도 터득해야 한다. 점점 적응하는 것 같다.
-이범호와 특별한 인연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일본으로 가기 전에 이범호가 그 팀에 있었다. 실은 그가 살던 아파트에 내가 들어갔다. 그래서 늘 놀리고 농담을 한다. 어쩐지 아파트에 갔더니 김치 냄새가 나고, 냉동칸에 얼린 생선도 있었다고. (웃음) 그는 정말 뛰어난 타자인데 뛸 기회가 없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제 한국에서 한 팀에서 뛰고 있으니 세상은 참 좁다.
-한국 타자를 상대할 때 어떤 구질을 많이 던지나.
▶주로 강속구 승부를 한다. 물론 제구가 아주 중요하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던지지만 85% 정도는 빠른 공으로 승부한다. 구속 변화도 아주 중요하다.
-체인지업이 미국에서는 잘 통하는데 한국에서는 별로다.
▶그렇다. 내가 적응해야 했던 점 중의 하나다. 여기서는 체인지업을 절대 스트라이크로 던지면 안 된다. 미국에서는 홈런을 노리다가 헛스윙을 하지만 한국 타자들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는데 맞아보니 알겠더라. (웃음)
-한국 음식 중에 좋아하는 건 뭔가.
▶짜장면 곱빼기. 고춧가루도 최고다. 매운 맛을 좋아한다. 짬뽕과 탕수육도 좋아하고 갈비와 불고기는 최고다. 김치도 물론 좋아한다. 나는 모든 전통 음식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아직 개고기는 못 먹어봤는데 시도해볼 것이다. 지난번에 먹어보려 했는데 윤석민이 예전에 그것을 먹고 시즌 성적이 안 좋았다고 해서 망설이고 있다. 홍어와 산낙지도 조만간 도전할 것이다.
-나도 아직 못 먹어본 것도 있는데. (웃음) 팀에서 가장 친한 동료는 누구인가.
▶아, 모두와 정말 가깝게 지낸다. 동료들과 농담도 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보다 여기는 모두 가족 같고 친하다. 모두 다 잘 받아주고 훨씬 편안하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몸짓 발짓, 그리고 짧은 영어와 짧은 한국어로 충분히 소통한다. 야구는 서로 이해를 하니까 눈짓만으로도 알 수 있고.
- 짧은 한국어는 어떤 건가. 아마도 욕설? (웃음)
▶하하 곤란하게 만드네. 외국어는 욕부터 배우나보다. 그러나 내게 동료들이 늘 하는 말은 '신났네!'다. 내가 늘 신나 있다고. (웃음) 안녕하십니까부리, 까부리, 까부리. (웃음) 감사합니다람쥐, 이런 말도 재미있다.
-그 코미디를 보는 것은 아닐텐데.
▶그건 아닌데 통역에게 늘 웃기는 말이 뭔지 물어본다.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즐긴다.
-마운드에 오를 때 절대 선을 밟지 않는다. 많은 투수가 그렇기는 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랬다. 그런데 소사는 선을 밟기도 한다. 쳐다보다가 '어, 선을 밟았다.'라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웃음) 어려서부터 다른 투수들이 선을 밟지 않는 것을 봐왔고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다른 징크스가 있나.
▶음, 뭐든지 반대로 발생하는 것. 아까도 말했지만 홈런 타자가 아니라고 말하면 홈런을 치는 것 등. 미신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내가 등판해서 못 던졌는데 많은 점수가 나 승리하면 누군가가 그 말을 하고, 아! 그러면 다음 경기는 반드시 득점 지원이 없다. 그래서 상대 팀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좋다.
-상대 타자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나.
▶거의 안 한다. 모르는 게 편하다. 마운드에 올라서 타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하면서 던진다. 누구나 잘 되는 날이 있고 또 안 되는 날이 있다. 타자의 비디오도 거의 안 본다. 그냥 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게 편하다. 공 한 두 개 던져보면 타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참 독특하다. 마운드에서 흥분하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다. 상대 팀에게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경기 운영을 아주 빠르게 한다. 의도적인가.
▶그렇다. 마운드에서 시간 끄는 것을 싫어한다. 타자가 준비되면 곧바로 던진다. 그것이 동료 야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빨리 진행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늘 그랬다. 공을 받으면 곧바로 포수 미트를 보고 던진다. 마운드에서 생각이 길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
-동료들이 '래시'라는 별명을 아나.
▶아니 그보다는 '룰루 비데'라고 부른다. (웃음) 원래 발음은 다르지만 한국 발음으로는 거의 같으니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한국에는 비데가 정말 잘 돼 있다. 미국보다 훨씬 편하다. (웃음)
< 앤서니의 온 가족은 광주에 삽니다. 한국에서 야구 선수 생애를 마치고 싶다는 것이 앤서니의 소망입니다. >
-야구하면서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은.
▶아, 최악의 순간은 한 이닝에 4홈런을 얻어맞은 때. (2010년 7월 11일) 화이트삭스전이었는데 홈런-홈런-볼넷-홈런-홈런. 배팅 연습을 해도 그렇게 맞지는 않을거다. 아마 더그아웃으로 공을 던졌어도 어떻게든 홈런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였다. 빅리그에서 허용한 대부분 점수가 홈런이었다.
최고의 순간은 아마 노히트였다. 트리플A에서 홈런을 쳤을 때도 좋았다. 첫승보다는 그 순간들이 기억에 난다. 이닝이 거듭할수록 이어지던 노히트의 긴장감은 잊을 수 없다.
-선동열 감독이 사상 최고의 투수 중에 한 명임을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다. 비디오에서도 봤고, TV 프로에서도 과거에 젊을 때 던지는 것을 봤다. 아마 내가 헤매면 이해를 못할 것이다. (웃음)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 가겠다. (웃음) 그러나 가끔 조언은 해 주신다.
- 머리를 짧게 삭발에 가깝게 잘랐는데.
▶동료들이 모두 잘랐고 나도 따르고 싶었다. 조금 걱정은 됐다, 머리 모양이 이상스럽지 않을지. (웃음) 그러나 결심을 했고 소사가 머리를 잘라 주었다. 머리는 잘랐지만 이제 모두가 구렛나루를 길렀으면 좋겠다. 1주일 정도 모두 구렛나루를 기르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웃음)
-10구단에 대한 의견을 물은 팬도 있다.
▶10구단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어디를 가도 모든 게임이 꽉 꽉 차고 모두가 야구를 사랑한다. 10구단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고 홀수로 리그가 운영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메이저리그는.
▶이제 그건 끝난 것 같다.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는 생활은 그만이다. 지금 한국리그에서 적응하고 있고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도 전혀 없다. 기회만 준다면 당연히 내년에도 기아 유니폼을 입고 싶다. 오래도록 던지고 싶고 이왕이면 한국에서 오래 던지고 싶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렇게 행복하게 야구를 해본 것은 오랜만이다.
-앤소니 르루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어려서 야구는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크면서 점점 직업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즐거움을 찾았다. 마운드에 오르면 최선을 다해 그리고 즐겁게 던지고 있다. 야구는 즐거움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참 유쾌하고 웃음을 즐기는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점점 한국 야구에도 정착하고 있습니다. 7월 들어 선발로 나선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고 팀이 필요로 할 때는 구원으로도 두 경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지난 19일 두산에서의 7이닝 3안타 무실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후반기 대반격이 필요한 KIA 타이거즈에게는 앤서니의 활약이 이젠 필수입니다. 한국에 와서 야구의 즐거움을 다시 찾았다는 그의 신바람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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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 위원의 코리언드림 이번 주가 앤서니 편이었어요.
언제나 유쾌한 르루씨~ ㅎㅎ
사실 시즌 초반 욕도 쬐꼼 했지만. 요즘은 너무너무 고마워요!
더워질 수록 실력을 발휘한 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더라구요!
아가들도 귀엽고. 온 가족이 한국에서 정착 중인데. 오래도록 봤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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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울 기자님의 글에서 깨알 같은 르루 씨를 한 번더 만나 봅시다!
http://adore13.tistory.com/441
인터뷰실로 들어서는 그에게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천성이 착하다는 느낌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며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룰루 비데'부터 '감사합니다람쥐'까지. 한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즐거움을 다시 찾았고, 오래도록 이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또 마치고 싶다는 앤서니 루르의 흥겨운 코리언 드림입니다.
< 인터뷰 내내 유쾌함이 넘쳐 흘렀습니다. 아주 편안해 보였습니다. >
▶좋다, 아주 좋다. 시작은 좀 힘들었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최근 장마철이라 등판 일정이 오락가락했지만 괜찮다.
-가족도 모두 한국에 왔나.
▶그렇다. 집사람 타라와 아들, 딸 모두 한국에 함께 살고 있다. 한국 나이로는 딸 카일리가 5살, 아들 래시턴이 3살이지만 만으로는 네 살, 두 살이다. (웃음)
-고향 도시가 발음도 쉽지 않다.
▶내가 태어난 곳은 펜실베니아 주의 칼라일로 돼 있지만 거긴 병원이 있던 곳이고, 고향은 딜스버그다. 농장이 많은 작은 도시다. 고등학교 때 졸업반이 모두 200명이 안됐다.
-야구가 인기 있는 곳인가.
▶야구가 인기는 있었지만 풋볼이 더 알려진 곳이다. 야구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는 있다.
-언제부터 야구를 한 건가.
▶야구를 하지 않은 기억이 없다. (웃음) 형제는 없고 누나만 하나 있어 늘 아버지 미키와 캐치볼을 했다. 나는 어려서 늘 에너지가 넘쳐서 내게 무엇인가를 시켜야 했다. (웃음)
-어려서부터 투수였나.
▶아니, 모든 포지션을 했다. 작은 학교라서 유격수, 3루수도 하다가 고등학교 가서는 외야수를 주로 하고 필요할 때 가끔 투수를 했다. 노던 요크 고교를 다녔는데 주 포지션은 외야수였다.
-그런데 2001년 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에 투수로 뽑혔다.
▶스카우트들이 와서 내가 외야수를 하는 것, 그리고 투수를 하는 것도 지켜봤다. 내가 공을 꽤 빨리 던졌기 때문에 투수로 뽑힌 것 같다.
-얼마나 빨리 던졌나. 투수도 하고 싶었나.
▶고등학교 때 93마일(약 150km)을 던졌다. 그렇지만 나는 타자를 하고 싶었다. 고1때부터 4년 연속 주전으로 뛰었는데 타율은 5할 정도 됐다. 어머니 로이스가 자세히 알고 계시는데. (웃음) 어머니가 그 학교 선생님이셨고 아버지가 야구부 감독이셨다. (투수도 타격을 하는)마이너리그에서도 꽤 잘 쳤다. 통산 2할8푼에 홈런도 있었고 도루도 4개를 했다. 그러나 팀은 내가 투수를 하기를 원했다. 풋볼도 아주 좋아했고 고교 때 쿼터백과 키커도 했지만 선택은 안정적인 야구였다.
-그런데 왼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인가.
▶공을 던지는 것을 빼곤 모두 왼손으로 한다. 식사, 골프, 글쓰기, 공 차는 것 모두 왼쪽으로 한다. 왜 오른손으로 공을 던졌는지는 모르겠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랬다. 왼손으로도 공을 던질 수는 있지만 오른손만큼 던지지는 못한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오른손으로 이 정도 던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웃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프로를 선택했는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드래프트 11라운드에 뽑힌 후 계약할 때 선수 생활을 마치고 대학을 가면 학비는 팀에서 내는 조건을 포함시켰다. 2001년에 뽑혔으니 지금은 학비가 많이 올랐겠지만 은퇴 후 내가 대학을 간다면 여전히 애틀랜타에서 학비를 낸다. 사실 펜실베니아 주립대(UPenn)에서 야구와 풋볼 장학금을 반씩 받고 입학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프로의 길을 택했다.
-마이너에서는 순조롭게 발전해 2005년 22세에 이미 빅리그에 승격했는데.
▶그해 9월에 로스터가 확장되면서 처음 빅리그에 올라갔다. 그런데 마이너에서 3년간 선발로만 뛰다가 빅리그에 갔더니 불펜에 배치를 했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첫날 등판 준비를 하라고 해서 불펜에서 있는 힘껏 공을 던지며 준비했는데 경기에 나가지는 않았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웃음) 그 느낌을 미리 느껴본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신시내티전에 처음 등판했다. (2005년 9월 4일)
-경기 내용이 기억나나.
▶물론이다. 팽팽한 경기였는데 내 앞에 나간 투수가 맞아 경기가 벌어졌다. 그리고 내게 등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애틀랜타 홈게임이었다. 그런데 불펜에서 어떻게 마운드까지 갔는지, 또 보비 콕스 감독이 내게 뭐라고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포수를 보고 가장 빠르게 던질 수 있는 만큼 공을 던졌다. 두 타자를 삼진 하나와 범타로 처리했다.
-그 후 2년간 주로 마이너에서 뛰다가 수술을 받게 된다.
▶야구를 하면 부상이 적을 것 같았는데. (웃음) 2007년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시즌 중간에 수술을 받았고 10개월간의 재활을 거쳐 2008년 후반기에는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수술 후에 구속은 어땠나. 빨리지는 이도 있다지만 안 좋은 경우도 많은데.
▶수술 전에 내 속구는 150에서 최고 156km까지 나왔다. 그러나 요즘은 145~153km 정도로 약간 느려졌다. 구속이 완전히 돌아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운드에서 투수를 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그거면 됐다. 아직도 공을 던지고 타자를 잡을 수 있으니까. 예전에는 정말 빠르게 던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투수로 훨씬 경험도 쌓이고 영악해졌다고 해야 할까.
-2009년에 변화가 많았다, 팀도 옮기고.
▶5월에 40인 로스터에서 빠졌고 곧 캔자스시티가 원해서 트레이드됐다. 애틀랜타에서 부단장을 하던 분이 캔자스시티 단장으로 갔고 내 성장 과정을 알고 있었기에 금방 데려간 것 같다. 물론 실망스럽기는 했다, 캔자스시티는 AL이라 투수가 타격을 할 수 없었으니까. (웃음) 그러나 수술을 받은 후였고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 해 가을에도 빅리그에 승격됐었다.
-거의 매년 9월에는 빅리그에 콜업이 됐다. 기대를 끌던 선수였음을 입증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나는 슬로우 스타터다. 매년 시작이 힘들다가 갈수록 잘 던지는 편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시즌 초반에 너무 몸이 좋아 무리하는 건지. 징크스를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거의 매 시즌 그렇다.
-징크스가 있나.
▶그런 것 같다. 예를 우리 내 통역이 내게 '저 선수는 홈런 파워는 없어.'라고 말하면 내게 홈런 2개를 친다. (웃음) 코치가 저 타자는 요즘 슬럼프라고 하면 안타를 치고. 그래서 나는 타자에 대한 정보를 원치 않는다. 그저 빠른 타자다 정도만 알면 된다.
-다른 징크스가 있나. 예를 들어 수염에 대해 질문한 팬도 많다.
▶징크스는 아니고 구렛나루는 항상 기르는 편이다. 1950년대에 래시 르루라는 카우보이 영화 스타가 있었는데 늘 구렛나루를 길렀고, 내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역시 구렛나루를 기르셨다. 애틀랜타 때 투수 코치가 나이든 분이었는데 나를 '래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배우를 알고 계셨던 거다.
-첫 번째 빅리그 승리로 가보자.
▶참 오래도 걸렸다. 2005년에 빅리그 데뷔했는데 2010년에 첫 승을 했으니. (웃음) 사실 내 생각으로는 2009년에 가장 잘 던진 경기가 있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선발로 나가 6이닝 2실점했는데 가족들도 모두 와서 보고 정말 멋진 날이었다. 9회에 역전패하며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그날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2010년 6월에 다시 빅리그에 올라가 첫 경기에서 휴스턴 상대로 6이닝 2실점했지만 팀만 승리했고 세 번째 경기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6이닝 1실점으로 첫 승리를 기록했다. 카를로스 퀜틴에게 홈런 맞은 것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승리공과 스코어카드 등 모든 기념품을 수거했다. (웃음, 이것이 앤서니의 빅리그 유일한 승리입니다.)
-그 해 겨울에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
▶시즌이 끝나고 FA가 돼 나는 베네수엘라 윈터리그로 갔다. 나를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리그는 정말 대단했다. 한국과 비슷하게 팬이 열정적이다. 4승인가를 거두고 둘째 래시턴이 태어나 미국의 집에 갔다가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노히트 노런을 했다. 내 생애 첫 노히트였다. 발렌시아 나비간테라는 팀에서 뛰었는데 라이벌 카라카스와의 경기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양키스와 레드삭스 이상의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홈팬 앞에서 노히트를 했으니 난리가 났었다. 가끔씩 유튜브에서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보너스라도 받았나. (웃음)
▶아니, 어깨를 두드려주고 축하를 건넨 정도. (웃음) 그러나 정말 행복한 추억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 리그로 갔나.
▶당시 일본 스카우트가 베네수엘라에 왔던 모양이다. 사실 기아도 내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일본으로 가라고 했다. 일본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다. 소프트 뱅크에는 D.J. 홀턴이라는 외국인 투수가 있었는데 전 시즌에 부상이 있어서 아마도 보험용으로 나와 계약한 듯 했다. 그런데 홀턴이 건강했을 뿐 아니라 무려 18승을 거뒀다. 나는 거의 던질 기회가 없었다. 3개월간 구원으로 8이닝인가 던진 게 전부다.
-기아와는 어떻게 연결이 됐나.
▶일본에서는 건강했는데도 거의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기아가 여전히 나를 원했다. 선택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일본과 한국, 야구와 문화 등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의 생활이 훨씬 쉽다, 영어를 하는 사람도 많고. 처음에 한국에 와서 호텔 식당에 갔는데 포크를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일본에서는 못 본 광경이었다. (웃음) 일본에서는 운전도 반대 방향으로 하고, 간판도 영어가 거의 없어 어려웠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더 친절하다.
-야구는 어떤가.
▶사실 일본 야구의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던지지 못했으니. 운동장은 더 크고 팬도 다른 방식의 응원을 한다. 야구는 그러나 비슷한 점도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팀플레이, 기본적인 야구를 치중한다. 그래서 헛스윙이 미국보다 적도 파울볼도 아주 많다. (웃음)
-슬로우 스타터라고 했는데 올해도 그랬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점인이다, 당장 실력 발휘가 필요한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 항상 시즌의 시작이 더디다.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기아가 나를 버리지 않았으니 행운이다.
-지난 5월18일 롯데전이 어쩌면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나.
▶알고 있었다. 소사와 계약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 아니면 라미레스가 방출될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걱정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고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 잘 던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처음에 내가 방출 대상이었다는 것은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냉엄한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자극이었다.
-한국 야구의 어려운 점이라면.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웃음) 헛스윙은 없고 모든 공을 파울로 만든다. 미국에서는 투수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패턴이 있다. 그러나 한국 야구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몸쪽으로도 잘 던져야 하고 변화구는 거의 땅에 떨어지게 던져야 한다. 그리고 투구수를 줄이는 법도 터득해야 한다. 점점 적응하는 것 같다.
-이범호와 특별한 인연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일본으로 가기 전에 이범호가 그 팀에 있었다. 실은 그가 살던 아파트에 내가 들어갔다. 그래서 늘 놀리고 농담을 한다. 어쩐지 아파트에 갔더니 김치 냄새가 나고, 냉동칸에 얼린 생선도 있었다고. (웃음) 그는 정말 뛰어난 타자인데 뛸 기회가 없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제 한국에서 한 팀에서 뛰고 있으니 세상은 참 좁다.
-한국 타자를 상대할 때 어떤 구질을 많이 던지나.
▶주로 강속구 승부를 한다. 물론 제구가 아주 중요하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던지지만 85% 정도는 빠른 공으로 승부한다. 구속 변화도 아주 중요하다.
-체인지업이 미국에서는 잘 통하는데 한국에서는 별로다.
▶그렇다. 내가 적응해야 했던 점 중의 하나다. 여기서는 체인지업을 절대 스트라이크로 던지면 안 된다. 미국에서는 홈런을 노리다가 헛스윙을 하지만 한국 타자들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는데 맞아보니 알겠더라. (웃음)
-한국 음식 중에 좋아하는 건 뭔가.
▶짜장면 곱빼기. 고춧가루도 최고다. 매운 맛을 좋아한다. 짬뽕과 탕수육도 좋아하고 갈비와 불고기는 최고다. 김치도 물론 좋아한다. 나는 모든 전통 음식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아직 개고기는 못 먹어봤는데 시도해볼 것이다. 지난번에 먹어보려 했는데 윤석민이 예전에 그것을 먹고 시즌 성적이 안 좋았다고 해서 망설이고 있다. 홍어와 산낙지도 조만간 도전할 것이다.
-나도 아직 못 먹어본 것도 있는데. (웃음) 팀에서 가장 친한 동료는 누구인가.
▶아, 모두와 정말 가깝게 지낸다. 동료들과 농담도 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보다 여기는 모두 가족 같고 친하다. 모두 다 잘 받아주고 훨씬 편안하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몸짓 발짓, 그리고 짧은 영어와 짧은 한국어로 충분히 소통한다. 야구는 서로 이해를 하니까 눈짓만으로도 알 수 있고.
- 짧은 한국어는 어떤 건가. 아마도 욕설? (웃음)
▶하하 곤란하게 만드네. 외국어는 욕부터 배우나보다. 그러나 내게 동료들이 늘 하는 말은 '신났네!'다. 내가 늘 신나 있다고. (웃음) 안녕하십니까부리, 까부리, 까부리. (웃음) 감사합니다람쥐, 이런 말도 재미있다.
-그 코미디를 보는 것은 아닐텐데.
▶그건 아닌데 통역에게 늘 웃기는 말이 뭔지 물어본다.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즐긴다.
-마운드에 오를 때 절대 선을 밟지 않는다. 많은 투수가 그렇기는 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랬다. 그런데 소사는 선을 밟기도 한다. 쳐다보다가 '어, 선을 밟았다.'라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웃음) 어려서부터 다른 투수들이 선을 밟지 않는 것을 봐왔고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다른 징크스가 있나.
▶음, 뭐든지 반대로 발생하는 것. 아까도 말했지만 홈런 타자가 아니라고 말하면 홈런을 치는 것 등. 미신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내가 등판해서 못 던졌는데 많은 점수가 나 승리하면 누군가가 그 말을 하고, 아! 그러면 다음 경기는 반드시 득점 지원이 없다. 그래서 상대 팀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좋다.
-상대 타자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나.
▶거의 안 한다. 모르는 게 편하다. 마운드에 올라서 타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하면서 던진다. 누구나 잘 되는 날이 있고 또 안 되는 날이 있다. 타자의 비디오도 거의 안 본다. 그냥 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게 편하다. 공 한 두 개 던져보면 타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참 독특하다. 마운드에서 흥분하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다. 상대 팀에게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경기 운영을 아주 빠르게 한다. 의도적인가.
▶그렇다. 마운드에서 시간 끄는 것을 싫어한다. 타자가 준비되면 곧바로 던진다. 그것이 동료 야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빨리 진행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늘 그랬다. 공을 받으면 곧바로 포수 미트를 보고 던진다. 마운드에서 생각이 길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
-동료들이 '래시'라는 별명을 아나.
▶아니 그보다는 '룰루 비데'라고 부른다. (웃음) 원래 발음은 다르지만 한국 발음으로는 거의 같으니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한국에는 비데가 정말 잘 돼 있다. 미국보다 훨씬 편하다. (웃음)
-야구하면서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은.
▶아, 최악의 순간은 한 이닝에 4홈런을 얻어맞은 때. (2010년 7월 11일) 화이트삭스전이었는데 홈런-홈런-볼넷-홈런-홈런. 배팅 연습을 해도 그렇게 맞지는 않을거다. 아마 더그아웃으로 공을 던졌어도 어떻게든 홈런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였다. 빅리그에서 허용한 대부분 점수가 홈런이었다.
최고의 순간은 아마 노히트였다. 트리플A에서 홈런을 쳤을 때도 좋았다. 첫승보다는 그 순간들이 기억에 난다. 이닝이 거듭할수록 이어지던 노히트의 긴장감은 잊을 수 없다.
-선동열 감독이 사상 최고의 투수 중에 한 명임을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다. 비디오에서도 봤고, TV 프로에서도 과거에 젊을 때 던지는 것을 봤다. 아마 내가 헤매면 이해를 못할 것이다. (웃음)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 가겠다. (웃음) 그러나 가끔 조언은 해 주신다.
- 머리를 짧게 삭발에 가깝게 잘랐는데.
▶동료들이 모두 잘랐고 나도 따르고 싶었다. 조금 걱정은 됐다, 머리 모양이 이상스럽지 않을지. (웃음) 그러나 결심을 했고 소사가 머리를 잘라 주었다. 머리는 잘랐지만 이제 모두가 구렛나루를 길렀으면 좋겠다. 1주일 정도 모두 구렛나루를 기르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웃음)
-10구단에 대한 의견을 물은 팬도 있다.
▶10구단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어디를 가도 모든 게임이 꽉 꽉 차고 모두가 야구를 사랑한다. 10구단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고 홀수로 리그가 운영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메이저리그는.
▶이제 그건 끝난 것 같다.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는 생활은 그만이다. 지금 한국리그에서 적응하고 있고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도 전혀 없다. 기회만 준다면 당연히 내년에도 기아 유니폼을 입고 싶다. 오래도록 던지고 싶고 이왕이면 한국에서 오래 던지고 싶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렇게 행복하게 야구를 해본 것은 오랜만이다.
-앤소니 르루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어려서 야구는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크면서 점점 직업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즐거움을 찾았다. 마운드에 오르면 최선을 다해 그리고 즐겁게 던지고 있다. 야구는 즐거움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참 유쾌하고 웃음을 즐기는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점점 한국 야구에도 정착하고 있습니다. 7월 들어 선발로 나선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고 팀이 필요로 할 때는 구원으로도 두 경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지난 19일 두산에서의 7이닝 3안타 무실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후반기 대반격이 필요한 KIA 타이거즈에게는 앤서니의 활약이 이젠 필수입니다. 한국에 와서 야구의 즐거움을 다시 찾았다는 그의 신바람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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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 위원의 코리언드림 이번 주가 앤서니 편이었어요.
언제나 유쾌한 르루씨~ ㅎㅎ
사실 시즌 초반 욕도 쬐꼼 했지만. 요즘은 너무너무 고마워요!
더워질 수록 실력을 발휘한 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더라구요!
아가들도 귀엽고. 온 가족이 한국에서 정착 중인데. 오래도록 봤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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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울 기자님의 글에서 깨알 같은 르루 씨를 한 번더 만나 봅시다!
http://adore13.tistory.com/441
KIA의 웃음폭탄. 앤서니 르루!!
어제 선동열 감독이 앤서니와 소사 가족에게 고기를 사주셨다.
그 자리에서 앤서니가 소폭을 꿀떡꿀떡 마셨단다. 5잔은 마셨을 거라면서 껄껄 웃던 선 감독.
한국 음식도 잘 먹는 앤서니. 다음에는 홍어에 도전해보겠단다. 7이닝 무실점 호투의 비결에는 .. 특별한 수육이 .. ㅎ
앤서니에게 어제 과음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니. 소맥 소맥하면서 웃는다.
마침 지나가던 매니저가 최훈 카툰을 보여주란다. 검색해서 르루가 등장하는 컷을 보여줬더니 더 크게 웃는다.
CK포 그림을 보고는 슝슝~이라는 의성어까지 더해서 껄껄껄.
*루 비데 비데 하면서 사라지던 앤서니. 광고라도 찍어야할 기세다.
앤서니의 개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웨이트장에서 튀어나오는 앤서니. 엉덩이가 볼록하다.
그러더니 앞으로 손을 모으고 서서는 소사란다.
지나가던 선수들 웃느라 정신없다.
라커룸에서는 의상 없이 음악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춘다.
선수들.. 앤서니가 화내면 그건 진짜 화나는 일이 거란다.
이렇게 유쾌발랄 앤서니지만.. 두 아이의 아빠다.
아가들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듬직한 아버지가 되는 앤서니.
눈빛부터 달라진다.
애들을 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듬뿍.
특히 카일리가 아빠를 부르면서 달려갈 때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듯한 얼굴.
보너스 사진.
딱~봐도 .. 앤서니 주니어들.
아들.. 라쉬튼. 미국 나이로 2살. 누나 카일리가 4살.
처음에는 쌍둥인줄 알고 같은 나이냐고 물었는데..
르루 와이프, 아들이 몸집이 크다면서 웃었다.
이날.. 옷에 초콜릿 범벅이 되어 등장한 아가. 오물오물 먹느라 얼굴에도 온통 초콜릿.
그나마 살짝 닦아놓은 얼굴이다. ^^
하이파이브라고 하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왼손바닥을 쑥 내미는 귀염둥이다.
싱글싱글 잘 웃는 카일리인데..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저 표정.
타이거를 무서워 하면서도 .. 경기가 끝나면 타이거타이거하면서 호돌이를 찾는다.
아빠랑 한국에서 좋은 기억 많이 가지고 가면 좋겠다. 건강하게 .. 쑥쑥 자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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