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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두산 코칭 스텝을 보면 전형적인 엄한 아버지 스타일인 '카리스마' 달감독과,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의사 소통을 담당하면서 험한 소리를 유하게 바꾸는 식으로 걸러내고, 선수들을 격려하며 끌고 가는 어머니 스타일인 김광수 수석이 있었죠.

이런 체제의 장점은 조직의 기강이 잘 서면서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른바 '악역'과 '선역'이 있고, 이 둘이 서로 협력이 잘 되면 조직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갈 수 있죠. 약점은 어머니 스타일이 의사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지 못할 경우 아버지와 조직원 사이의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결국 조직이 붕괴한다는 겁니다. 2011년 두산이 바로 이 상황을 겪으며 무너졌죠.

지금 두산 코칭 스텝을 보면 '엄한 아버지'가 없습니다. 돌커피는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스타일인게 뻔히 보이고, 황수석도 마찬가지죠. 본인들 스스로도 자기들이 싫은 소리 못하는 스타일이라는걸 알다 보니 결국 선수 중 고참(김선우, 홍성흔)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그 선수는 부진해도 빼질 못합니다. 출전을 못하면 아무리 고참이라도 선수들에게 말빨이 안살거든요. 그런데 사실 아무리 고참이라고 해도 선수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체재가 계속 될 수록 팀은 '좋은게 좋은' 분위기로 갈 수 밖에 없죠. 지금 두산이 처한 현실이라는게 이런 겁니다.

LG 김기태 감독이 영리하다는게, 본인이 '엄한 아버지' 스타일이라는걸 잘 알고 '상냥한 어머니' 역할을 해줄 사람을 직접 데려왔죠. 두산에 있을 때도 선수들의 의사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계현 수석입니다. 그렇게 감독-수석코치가 딱 선수단 분위기를 휘어잡고 갈 수 있는 체제를 가지고 가니 장기적으로 팀이 점점 나아가고 있는 중이죠.(물론 LG가 점점 팀이 좋아지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이 있긴 합니다만.)

결국 두산은 코칭 스텝 개편 외엔 답이 없습니다.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어줄 감독이 필요한데 문제는 적임자 찾기가 아주 힘듭니다. 왜냐 하면 '악역' 맡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고, '엄한 아버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거든요. 개인적으로 평가하기로는 이 분야 최고봉이 김성근 감독이고, 달감독이 그 다음 쯤 되는 걸로 생각되는데, 전자는 두산에서 절대 영입 안할 거고, 후자는 NC 감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