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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지는 것보고 이번 시즌 끝났는 줄 알았습니다. 반쯤 포기하고 2차전 직관하러 갔는데 타선이 불을 뿜고, 선발진이 호투하며 2차전을 가볍게 승리, 이 분위기가 이어져 시리즈를 가져왔습니다.

두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강점은 김현수 - 김동주 - 최준석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그리고 이 중심타선의 힘을 배가시켜주는 이종욱 - 고영민 - 정수빈 등의 발빠른 테이블 세터진, 또 중심타선의 공백을 메워줄 힘을 가진 이원석, 손시헌의 고른 활약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흔들림없이 강한 공을 뿌려주는 임태훈의 투구 등이 이번 시리즈에 들어난 두산의 변함없는 강점이라고 보입니다.

이밖에 선발진의 예상을 뛰어넘은 호투는 예외로 한다하여도 두산의 튼실한 수비 또한 두산의 강함을 보여주는 고정변수입니다. 두산의 내외야 수비진의 강점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내야의 손시헌, 외야의 이종욱 두 동기생이 중심이 되어 전반적으로 나이어린 수비진을 강하게 엮어 빈틈없는 수비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산의 수비능력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6회 그 능력을 선보였습니다. 6회 1사 후 오장훈 타석, 오장훈의 타구는 우익수 라인선상으로 우익수 정수빈을 넘어갔습니다만 정수빈의 깔끔한 펜스 플레이로 오장훈을 1루에 멈춰서게 했습니다. 다시 조성환의 유격수앞 땅볼로 오장훈이 2루에서 죽고 조성환이 1루 주자 상태에서 이대호 타석. 이대호 또한 좌익선상으로 흘러나가는 2루타성 안타를 쳤습니다. 2사 상황인지라 조성환의 빠른 발을 감안한다면 홈도 노릴 수 있었겠지만, 민병헌이 빠르게 타구를 쫓아가서 내야로 연결 조성환을 3루로 묶고, 여기에 더해 이대호까지 1루에 묶어뒀습니다. 정수빈과 민병헌의 빠른 다리와, 내외야 수비수가 하나가 된 연계수비를 통하여 가르시아의 강한 어깨와 같은 효과를 얻어낸 것입니다. 이러한 수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외야 선수들 사이의 컴비네이션이 중요합니다. 서로의 부족한 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연습을 하여 이뤄낸 강한 수비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3차전 6회말에 나온 병살 플레이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산의 내야수비는 기본적으로 손시헌의 뛰어난 수비 실력을 바탕이 됩니다. 손시헌을 중심으로 포메이션이 짜이기에 작년에 비해 고영민과 김동주의 수비가 가리긴 합니다만 고영민과 김동주는 노련하고 경험 많은 좋은 수비수 들입니다. 여기에 수비 범위가 넓은 오재원과 안정적인 수비를 하는 이원석이 1루에 교대로 들어감으로써 두산의 내야 수비는 탄탄하게 구성이 됩니다. 6회말에 보여준 병살 플레이는 두산의 내야수비가 얼마나 잘짜여졌는지를 보여줍니다. 6회말 박기혁의 안타, 김주찬의 타석, 1사 1루 상황에서 김주찬은 홍상삼의 초구를 당겨쳐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합니다. 2루쪽으로 치우친 타구를 손시헌은 부드럽게 잡습니다. 그 순간 고영민은 2루 베이스로 들어와 손시헌의 토스를 받을 준비를 합니다. 손시헌은 김주찬이 달리는 모습을 흘끗 보고 2루 베이스로 쇄도, 그러면서 고영민에게 작은 사인을 줍니다. 고영민은 달려 오며 생긴 관성을 미련없이 버리고 탄력적으로 뒷걸음질 손시헌에게 2루 베이스를 맡깁니다. 손시헌은 2루 베이스를 찍고 1루로 송구하여 병살을 완성시킵니다. 사실 이 플레이는 그렇게 특별하진 않습니다. 시즌 중에 대개의 많은 팀들이 며칠에 한번씩 하는 일일 겁니다. 그렇지만 이 수비 장면을 직접 보시면 이 일들이 얼마나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시고 놀랄 것입니다. 고영민이 얼마나 빠른 순간에 2루에 도달을 하며, 손시헌의 판단이 얼마나 빨리 확고하게 실행되는지, 고영민이 손시헌의 사인을 보고 얼마나 빨리 뒤로 물러서는지, 그리고 손시헌이 2루 베이스를 찍고 뿌린 송구의 빠르기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 빠른 플레이들이 조금의 오차 없이 이루어지는 본다면 손시헌을 중심으로한 두산 내야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민한 플레이를 보여준 두산의 수비진은 페넌트레이스 133경기 동안 단 83개의 실책만을 기록하였으며, 6월 주전들의 대거 공백 속에서도 굳건히 유지되며 부족한 투수진을 보충하여 팀을 3위로 이끌었습니다.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또한 이러한 플레이를 유지한다면 승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봅니다. 이번 일전이 지난 2년간의 한국시리즈와 다른 이유는 손시헌이 두산의 수비진에 가담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리며 자멸했던 지난 2년간의 두산 수비와는 다른 한차원 더 높아진 수비 실력을 통해 두산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