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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te.com/view/20101209n10369?mid=s1000

[정철우] 고맙습니다. 천하무적야구단

정철우 기사전송 2010-12-09 11:38

매주 토요일 저녁 방송되던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이하 천무단)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하더니 결국 마지막을 고하게 됐다.

프로야구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이 예능의 세계다. 이기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붙잡을 방법이 없기에 그저 안타까워 할 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미안할 뿐이다.

천 무단은 야구인들에겐 그냥 스쳐가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 야구가 다시 기지개를 켤 무렵 태어나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야구와 함께 했다. 그리고 야구와 함께 땀을 흘렸다. 그리고 그들의 땀을 결코 헛되지 않았다.


야구를 하기 위해 모인 연예인들의 팀인 '천하무적 야구단'이 시청률 부진으로 2년 만에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TV, 야구를 만나다

공 중파에서 야구를 접하는 것이 참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야구 인기가 되살아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정규시즌엔 경기 시간을 낮으로 옮겨서야 겨우 한.두차례 전파를 탈 뿐이다. 포스트시즌이나 돼야 당당하게 정규 편성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두자릿수 시청률을 꾸준히 끊어준 덕에 겨우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천무단은 달랐다. 시청률 경쟁이 가장 치열한 토요일 저녁, 공중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야구를 보여줬다. 그 파급 효과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천무단의 시작은 2009년 4월이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위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을 무렵, 처음 등장했다.

이름만 야구였지 사실 야구같지 않았다. 룰도 잘 알지 못해 퀴즈까지 동원하며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야구에 큰 힘이 됐다. 야구의 복잡한 룰 탓에 접근 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여심, 그리고 초심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천 무단이 한참 인기를 끌던 무렵, 커피숍이나 회식자리 옆에서 “난 야구는 별론데 천무단은 재밌어”라며 웅성이던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천무단은 야구를 그저 막연하게만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야구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 프로그램이다.


지난 달 열린 '김동재 코치를 돕기 위한 자선경기' 천하무적 야구단과 일구회의 경기에서 그라운드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마리오

▲땀의 이유를 설명하다

야구는 보기엔 참 단순하고 지루하다.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치고, 참 희한하게도 야수 정면으로 가는 공들이 많아 빈번히 아웃이 된다. 멋진 안타가 나오는 건 많아야 10번에 3번 정도밖에 안된다.

하지만 그 3번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되면 야구가 달리 보인다. 또 야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을 잡아 아웃시키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이 애써야 하는지를 알게되면 한 순간 한 순간이 저릿하게 가슴을 울린다.

천무단은 우리에게 그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야구를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은 이미 하나의 경지에 오른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천무단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땀을 흘려가며 그들은 달라졌다.

바운드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연신 공을 놓치던 그들이 어느샌가 타구를 예측하고,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 아무렇지도 않게 공을 잡아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했는지는 고스란히 TV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됐다.

가끔씩 등장해 혀를 내두를만큼의 실력차를 보여준 현역 스타들의 플레이 또한 값졌다. 보는 이들에게 ‘그렇다면 저들은 얼마나 많이 노력했다는 이야기일까’를 생각해보게 했다.

한국 야구의 가장 아픈 부분 중 하나는 야구를 직접 경험해 본 팬층이 엷다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 않았으니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진다.

게다가 스프링캠프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도 매우 적다. 경기장의 플레이에 앞서 땀의 가치를 생각해 볼 여지가 적은 셈이다. 천무단은 그 공백을 매우 효과적으로 메워주었다.


지난 달 열린 '김동재 코치를 돕기 위한 자선경기' 천하무적 야구단과 일구회의 경기에서 천하무적야구단의 김성수와 김창렬이 일구회의 김성근 감독을 데려가고 있다.

그들은 진심이었다

우리는 야구에 무척 냉정하다. 언론도 팬도 마찬가지다. 야구에 관한 통계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넓어지며 더욱 치밀하고 냉정한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야구는 숫자 속에만 갇혀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 안의 땀과 눈물,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야구는 그 중심으로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멀어진다. 평생을 야구에 바친 사람들에게도 야구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천 무단은 늘 진심이었다. 좀 더 멀리 치고 빨리 던지며 달리기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좀처럼 잘난 척을 허용하지 않는 야구의 진심에 다가서려 애썼다. 어느 순간, 웃음 코드가 사라져 버렸지만 그들의 진심이 단단해지면 단단해질 수록 그들은 야구다워졌다.

그들의 완성을 기다려주기엔 세상이 너무 급했을 뿐, 누구도 그들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할 순 없다.

아직도 그들의 첫 승을 잊지 못한다. 포수 미트에 공이 빨려들어간 순간, WBC 결승전 9회말, 이범호의 동점타가 터져나왔을 때 처럼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의 기억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 저 야구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 사람들. 8할이 고통이라는 야구. 그러나 그 고통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깨우쳐 준 그들. 천무단은 그리 어렵지 않은 문체로 정말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었다.

그들이 떠나기 전에 묵혀두었던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