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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9일 동안의 기록. 앞으로도 이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럴 '경향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정도.

공격야구가 돌아왔다

예상대로 공격야구가 돌아왔다. 경기당 평균 득점(10.7점)은 이승엽과 우즈, 호세가 포효하던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공격야구를 이끄는 건 늘어난 홈런이다. 경기당 1.9개의 홈런이 터져 지난해보다 40%가 늘었다. 15타석당 한 번 꼴로 홈런을 터뜨린 외국인타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들이 계속 이런 페이스로 담장을 넘길 수 있을까? 통산 1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15타석마다 한 번씩 담장을 넘긴 타자는 타이론 우즈 한 명 뿐이다. 9명의 외국인타자가 단체로 한 시즌 내내 '우즈 놀이'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토종 타자들도 좋아졌다

흥미로운 건 토종 타자들의 공격 지표도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는 것. 삼진 비율은 줄었고(17.3%->15.4%), 볼넷 비율은 늘었다(9.7%->10.9%).  지난해 56타석당 1개꼴로 터지던 '토종 홈런'이 올 시즌에는 48타석당 한 번꼴로 나오고 있다. 

보통 4월은 쌀쌀한 날씨 때문에 타구 비거리가 줄어 공격력이 약간 감소하는 시기라는 점이기에 더욱 이채로운 현상이다. 물론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만약 아니라면? 타자들의 전반적 기량 향상, 마운드 약화, 바뀐 야구장 같은 변수들이 승부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불펜진 집단 부진이 더해졌다

역대 최고수준의 타격쇼에 불펜진의 집단 부진을 더하면? 이제 아무리 큰 점수차의 리드도 안전하지 않다. 3회초에 삼성이 8점을 내고, 4회말에 두산이 12점을 낸 2001년 한국시리즈 4차전 같은 승부가 자주 펼쳐질 것이다. 

감독들도 '빅볼의 재림'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당 희생번트가 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KIA 어센시오는 고민이 될 것

이런 흐름 속에, 어센시오의 존재는 KIA에게 계속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야구인생 내내 그랬던 것처럼, 어센시오는 한국에 와서도 좋은 구위와 불안한 제구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브렛 필은 어센시오 때문에 두 경기에 결장하면서도, 전체 6위인 RC 8.1을 기록 중이다. KIA의 팀득점이 34점이니 팀 공격력의 24% 가까이를 책임진 셈.

몇 가지 가정을 해 보자. 
1.올시즌 필이, 지난해 나지완 수준의 공격력(100타석당 RC 17) 정도를 보인다.
2.홀튼이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하고, 필이 이 경기들을 모두 결장해 130타석을 못 들어선다.
3.필을 대체할 선수의 공격력은 리그 바닥 수준(100타석당 RC 5) 이다.

KIA는 필이 창출할 16점 정도를 손해보게 되는 셈. 세이버메트릭스계에서 흔히 쓰는 '10점=약 1승'이라는 거친 도식을 적용하면 1~2승을 손해보는 셈이다. 가뜩이나 소화할 이닝이 적을 어센시오가, 이 손해를 상쇄하는 호투를 펼칠 수 있을까?

- 이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