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50분짜리 영상입니다.

일본 TV 취재진이 열달간 이토 코치를 밀착 취재했습니다.

이 영상을 통해 이토 코치의 한 시즌 동안의 구단 내 역할과 코칭스탭과의 관계, 올시즌 두산의 실패 요인을 읽을 수 있다고 봅니다.

먼저, 올시즌 두산의 실패요인, 즉 3위에 그친 이유는 한 점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비에서는 1점을 지키고, 공격에서는 1점을 내기 위한 야구가 절실했지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 방만한 모습이 한 시즌 내내 계속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산의 플레이모습에서, 정확히는 김진욱 감독의 모습에서 김경문, 김인식, 김성근 감독과 비교되는 모습이 무엇이었냐 한다면, 바로 1점을 대하는 태도 갔았습니다. 너무 쉽게 쉽게 지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타격에 있어 김진욱 감독이 1점을 어떻게 대했는가는, 영상 중반 이토 코치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는데, 그는 '1점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였습니다.

두번째는 이토 코치의 역할이 시즌 내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이토 코치는 사인 등을 비롯한 세밀한 부분에서 강화를 꾀하였지만 두산의 코칭 스탭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이 시즌전이 아닌 시즌에 들어갈 때까지 바뀌어지지 않았고, 그 후에도 여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김진욱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데 7월에 접어들어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이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차적으로 이 부분은 감독, 즉 리더로서의 역량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보 감독으로써 한계가 있었겠지만, 일본 프로에서 오랜 기간 역량을 쌓아온 이토 코치에게서 습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소극적으로 나선 것 같아 보입니다.

5월 중반 이토 코치가 타격코치로 임명되는 데, 이때 작은 야구로 방향을 틀었고, 타격 코치에서 해임되었을 때도 이 방향은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토 코치는 팀의 운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배터리 코치로서의 역할만을 담당하였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이토 코치에게 타격 코치를 맡긴 것이 프런트의 패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토 코치의 권한 증대는 김진욱 감독에게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이토 코치를 경계하게 된 시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두번째는 이토 코치의 지도 방식이 두산에게 필요한 타격 스타일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장타력 있는 선수들이 다수 있는 팀 사정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김진욱 감독의 내년 타격에 관한 권한이 줄어들을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두산 출신이 아닌 황병일 수석 코치를 임명해 타격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습니다. 프런트에서는 김진욱에게 올해의 실패의 원인을 일부 물었다고 봅니다.)

결국 이토 코치는 8월부터 배터리 코치만을 담당해 양의지와 특히 최재훈을 집중 조련했고,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양의지 인터뷰 참조) 이 점에서는 큰 역할을 했고, 이를 계속 이어가는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정작 프런트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코치 경력이 적은 김진수를 배터리 코치로 임명했고, 2군도 한화에서 강성우 코치를 데리고 온 것이지요.

하지만 이토 코치가 선수들의 기량을 윌취월장한 것을 높이 사 2군 투수코치로 킨테스와 요미우리에서 10여년간 투수코치를 지낸 고다 이사오를 영입했습니다. 이는 투수쪽에 있어 김진욱 감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시즌 큰 성과를 낸 1군 정명원에 이어 2군 고다 아사오 체제로 투수진의 강화를 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토 코치의 영입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으며, 포수진들의 성장만이 남았습니다. 이후 영입을 분석했을 때 프런트도 김진욱 감독의 이런 실책을 모르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투수-배터리는 김진욱 감독의 영향력을 높이는 선택을 했지만 타격에 있어서는 황병일 중심으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